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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프 YUNP Oct 08. 2021

미국 작가협회, 엔딩 크레딧 바꿔!

윤프의 팝콘레터(10월 2주)

[이 글은 매주 금요일 발행하는 글로벌 영화산업 소식지 '팝콘레터' 중 제가 작성한 기사를 모아둔 것 입니다. 더 많은 기사는 링크를 눌러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 작가협회(WGA: Writer's Guild of America)가 엔딩 크레딧 양식을 바꾸겠다며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갑자기 왜 변경하는 것 일까요? 기존 양식에 문제가 있어서 그럴까요? 지난주에 이어서 또 등장한 작가협회의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미국 콘텐츠 산업의 큰 손, 작가협회


엔딩 크레딧?, 엔드 크레딧?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엔딩 크레딧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 이 명칭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며, 사실 영어권에서는 엔드 크레딧(End Credit), 또는 클로징 크레딧(Closing Credit)이라 부르는데요. 영화 산업 초기에는 크레딧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하여 넣지 않았다고 합니다. 점차 산업이 발전해 나가며 영화 관람이 일상이 되면서 배우들이 유명세를 타자, 영화 시작 부분에만 배우, 감독 등의 이름만 삽입했다고 합니다. 그 때까지는 영화가 끝나면 'The End'라는 마지막 장면만 나왔죠. (고전 영화를 보시면서 보신 적이 있으시죠?)


물론, 일부로 엔딩 크레딧을 넣지 않았다기 보다는 '크레딧이라는 개념의 미확립'과 '비싼 필름 값'이 주요 이유였는데요. 1970년대부터 작가주의의 성장으로 인해 크레딧 개념이 생기며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고, 제작 현장에서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대체되면서 엔딩 크레딧을 넣는 것이 표준이 되었죠. 현재 할리우드에서는 누가 엔딩 크레딧에 어느 순서로 나올지 까지 계약사항에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엔딩 크레딧

 

추가 문헌 자료(Additional Literary Material)

그렇다면 미국 작가협회가 새롭게 도입하는 엔딩 크레딧은 무엇일까요. 바로 추가 문헌 자료(Additional Literary Material)라는 항목입니다. 아직 한국어로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임의로 네이밍을 해보았는데요. 말 그대로 추가적인 문헌자료에 대한 공헌(크레딧)을 의미합니다.


작가협회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20년 213편의 영화 중, 1/3인 69편의 작품에서 작가들에 대한 충분한 크레딧을 표기하고 있지 않으며 185명의 작가가 자신의 공헌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작가협회는 "현재 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작업한 작품에 대한 어떠한 크레딧도 받고 있지 못하며,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도 올라가 있지 않다. 지금의 배타적인 크레딧 표준은 이들의 이력에 공백(커리어 갭)을 남기고 있습니다. 아주 잠깐 일했더라도 이들의 공헌은 엔딩 크레딧과 imdb(영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야 합니다'고 밝혔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 보완하나?

이러한 현재의 표준을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생기는 [추가 문헌 자료] 항목은 다음과 같이 쓰일 예정입니다.  

- [추가 문헌 자료]는 저작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자료조사 또는 자료판매에 대한 공헌을 표시
 - [추가 문헌 자료]에는 '각본(Writer)'이나 '~~가 씀(Written by)가 들어가지 않을 것
- 기존의 [각본] 크레딧(Writer 또는 Written by)에 들어가는 메인 작가들의 크레딧은 현재와 동일하
   게 유지
- [각본]과 [추가 문헌 자료]는 서로 멀리 배치
- 광고, 홍보 등 영화 배급과 관련된 행사에서는 기존의 [각본] 작가만 표기

조금 어려우신가요? 간단하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현재 양식에는 각본 크레딧에 메인 작가들만 들어가 있는데요. 이 각본 크레딧은 지금 그대로 두고 추가 문헌 자료 크레딧을 새롭게 추가하여, 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없지만 메인 작가를 도와 자료조사를 했다거나, 자신의 자료를 판매한 작가의 이름을 넣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추가 문헌 자료 크레딧을 관리하기 위해서 '참여 작가'라는 카테고리를 협회에서 새롭게 만든다고 합니다.  



반응과 의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습니다. <살인소설>과 <닥터 스트레인지>의 작가 C. Robert Cargill은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습니다.


'하루를 일하고 크레딧에 들어갈 수도 있고, 몇 년을 일하고도 빠질 수 도 있습니다. 꼭 찬성에 투표해주시 바랍니다. 제작 초반에 참여했다가 교체되는 젊은 작가들과 긴급하게 투입되는 각본 의사(각본이 2% 부족할 때 각본을 진찰하고 뜯어 고치기 위해 막판에 투입되는 작가들)들에게 큰 혜택이 될 것입니다.' 


작가협회의 이번 결정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 같은데요. 거물급 메인 작가들의 크레딧은 유지를 하면서, 주니어 작가들의 크레딧을 챙겨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도모한 현명한 결정이라 할 수 있겠죠.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내부 결속을 통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콘텐츠 산업에서 작가협회의 영향력을 더 넓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번주 에이전시 기사에서 말씀드렸듯, 할리우드는 결국 조합 대 조합의 줄다리기가 끊이지 않는 곳이니까요. 


조합의 이익 측면을 차치하더라도, '일한 만큼의 크레딧을 받는 것', 공정한 산업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변화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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