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인다
지겨울만큼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마침내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왔다. 지난 8월 7일, 이러한 날씨의 변화를 예상이라도 한 듯 앤팀(&TEAM)의 사계절 시리즈 중 여름의 싱글 [青嵐/아오아라시]가 발매되었다. 동명의 타이틀곡 <Aoarashi(青嵐/아오아라시)>, 선공개곡 <Koegawari(声変わり/코에가와리)>, 그리고 수록곡 <Imprinted(向日葵/히마와리)>까지 총 3개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본 칼럼에서는 앤팀이 앞서 발매한 봄의 싱글 [五月雨/사미다레]와 함께 [青嵐/아오아라시]에서는 어떤 스토리텔링을 이어오고 있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앤팀의 봄, 그리고 여름은 어떤 색을 띄고 있을까?
1. 오월의 장맛비, 여름의 청량한 바람
첫 정규앨범 [First Howling : NOW] 활동을 마친 후, 앤팀은 사계절을 콘셉트로 한 싱글앨범 발매를 알렸다. 이러한 사계절 시리즈는 서로 달랐던 소년들이 여러 계절을 함께 거쳐오며 진정으로 하나가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앤팀이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DARK MOON(다크 문)’의 스토리로도, 두 번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앤팀 그 자체의 서사로도 읽힐 수 있다. 앨범의 디자인에서도 4개의 앨범이 모두 하나의 주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듯 [五月雨/사미다레]에서는 클로버, [青嵐/아오아라시]에서는 다이아몬드라는 트럼프 카드의 문양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앤팀이 이번 시리즈에서 주요 콘셉트로 활용하고 있는 ‘계절’은 앨범과 타이틀곡의 제목에서도 확실히 드러난다. 사미다레(五月雨/Samidare), 그리고 아오아라시(青嵐/Aoarashi)는 모두 일본의 전통 시 하이쿠(俳句)에서 활용되는 계어(季語)다. 계어는 하이쿠를 지을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요소로서, 계절감을 나타내는 시어를 의미한다. 사미다레는 음력 5월에 내리는 비, 즉 양력으로 따지면 6월에 내리는 장맛비를, 아오아라시는 초여름에 푸르게 무성해진 이파리에 스치는 상쾌한 바람을 뜻한다. 앤팀이 사계절 시리즈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생생한 계절의 감각을 그대로 담은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앤팀이 ‘봄의 비’와 ‘여름의 바람’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뮤직비디오와 함께 살펴보겠다.
2. 언제라도 너에게로 갈게(Maybe/君にカエル)
사계절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건 [五月雨/사미다레] 앨범의 선공개곡 <Maybe(君にカエル/키미니카에루)>였다. <Maybe>는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곡으로, 계절이 바뀌어도 ‘너’와 함께 하고 싶다는 소년의 마음을 담고 있다. 일본어 제목인 ‘君にカエル’는 ‘너에게 돌아가다(君に帰る)’로 읽을 수도, 좋아하던 상대가 갑자기 비호감으로 보이는 모습을 일컫는 ‘너에게 개구리(カエル)로 보이다’로 해석할 수도 있는 언어유희를 보여준다. 이에 맞춰 매직 아이로 보면 개구리가 보이는 이미지가 티저로 업로드 되어 재미를 주기도 했다.
https://x.com/andTEAMofficial/status/1782424131465793566
<Maybe>의 뮤직비디오는 마치 꿈과 같이 꽃잎이 날리는 교실, 그리고 어디론가 향하는 소년들이 함께 걷는 해질녘의 잔디밭을 보여주고 있다.
교복을 입은 채 교실에 모여있는 멤버들의 모습은 봄에 시작되는 새학기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곳곳에는 비가 오지 않길 바라는 주술적 의미가 담긴 인형 테루테루보즈(てるてる坊主), 서로를 그려주거나 술래잡기를 하는 멤버들, 그리고 서툴게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까지 귀여운 요소가 가득 담겨있다.
앤팀의 첫번째 싱글앨범 [五月雨/사미다레]의 시작을 알린 <Maybe>는 멤버들의 음색이 잘 드러나는 발라드 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너에게 돌아가겠다는 곡의 메시지는 마치 앞으로 사계절 시리즈를 통해 앤팀이 전개할 이야기의 대주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3. 뺨을 적시는 봄비 아래 우린 다시 손을 잡아(Samidare/五月雨)
지난 5월 8일, 마침내 앤팀의 첫 싱글앨범 [五月雨/사미다레]의 타이틀곡 <Samidare(五月雨/사미다레)>가 공개되었다. 애절한 가사와 감성이 눈에 띄는 팝 장르로, 비가 오는 봄날, ‘나’와 같다고 생각한 ‘너’와 부딪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될 것을 확신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는 뮤직비디오에 나타난 스토리이기도 하다. 언제나처럼 ‘다크 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앤팀의 뮤직비디오는, 이번 사계절 시리즈에서 ‘DARK MOON: 회색 도시’와 ‘DARK MOON: 달의 제단’ 사이 시점을 보여준다. 이는 앤팀의 멤버들이 처음 만나 하나의 무리를 이룬 ‘그레이빌’을 떠나 ‘리버필드’로 향하는 여정을 하는 시기이다.
특히 <Samidare>의 뮤직비디오는 그들을 돌봐주던 어른 늑대인 ‘기리’가 사망하고, 소년들이 ‘그레이빌’을 떠난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동족이라는 공통점으로 한 무리가 되었지만, 아직 각자가 가진 상처와 과거에 대한 앙금 탓에 서로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뮤직비디오의 후반부, 이들은 결국 감정적으로 충돌한다. 하지만 봄의 빗 속에서 뒤엉켜 싸우던 중, 이 빗줄기가 꽃잎으로 바뀌는 광경을 보게 되고, 소년들은 화해의 가능성을 느끼며 싸움을 멈춘다.
<Samidare> 활동 당시 앤팀 역시 다양한 방향으로 그들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CDTVライブ!ライブ!>를 시작으로 많은 일본 현지의 방송과 라디오에서 이름을 알렸으며, <KCON JAPAN 2024>부터 <AliExpress 2024 Weverse Con Festival>까지 한국에서도 무대를 선보이며 글로벌한 행보를 이어갔다. 또한, 멤버 케이, 조, 마키가 일본 ‘코카콜라 사’의 ‘스프라이트’ 앰버서더로 취임하며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앤팀은 이 열기를 두 번째 싱글앨범 [青嵐/아오아라시]까지 이어오고 있다.
4. 어제와는 다른 목소리가 우리들을 물들여가(Koegawari/声変わり)
여름의 싱글앨범 [青嵐/아오아라시]의 선공개곡, <Koegawari(声変わり/코에가와리)>가 3주 앞서 공개되었다. ‘声変わり’는 목소리의 변화, 즉 변성기를 의미한다. 앤팀의 멤버들이 함께 보내며 성장을 이룬 여름을 변성기에 빗대어 표현한 곡이다. 태연의 <Timeless>, 라이즈(RIIZE)의 <Get A Guitar>, <Boom Boom Base> 등을 작곡한 유명 작곡가가 참여했으며, 리드미컬한 멜로디와 진솔한 가사가 눈에 띈다.
뮤직비디오는 감성적인 여름 풍경을 자유롭게 누비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평소와 달리 조금은 불량한 모습으로 등장한 멤버들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함께 달리고, 트럭의 짐칸에 올라 마음껏 속도감을 만끽한다. 지난 <Samidare>의 뮤직비디오에서 비춰졌던 것과 닮은 연보라색 꽃이 등장해 앞서 공개된 스토리와의 연속성을 보여주어 그 봄날 빗속에서 부딪혔던 소년들이 보내는 여름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특히 “비가 그치고 가슴에 남아있던 미열(雨が止んで胸に燻っていた微熱)”이라는 첫 소절의 가사, 후렴구에서 반복되는 “I’m not a kid anymore”이라는 구절에서 <Samidare>에서 이어지는 성장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앤팀은 <Koegawari>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여름 활동의 닻을 올렸다. 우선 두 번째 콘서트 투어 [2024 &TEAM CONCERT TOUR 'SECOND TO NONE']가 시작되었다. 홀(Hall) 공연으로 진행되었던 첫 번째 투어보다 규모를 키운 아레나 투어다. 지난 투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도시에서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이미 신곡 <Koegawari>를 세트리스트에 포함한 도쿄와 효고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으며, 8월 30일과 31일, 3회차에 걸친 서울에서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이외에도 데뷔 이래 처음으로 [WATERBOMB TOKYO 2024] 무대에 서는 등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5. 이 여름을 지금 네게 바쳐(青嵐/Aoarashi)
마침내 공개된 두 번째 싱글앨범 [青嵐/아오아라시]의 타이틀곡 <Aoarashi(青嵐/아오아라시)>다. 청춘의 여름을 담은 곡인만큼 청량하고 벅차오르는 팝 록 장르로, ‘너와 함께라면 꿈을 이룰 때까지 어디든 달려나갈 수 있다’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앞서 공개된 콘셉트 포토에서의 모습처럼 여름의 향기를 가득 담은 곡이다.
뮤직비디오는 서로 다른 마음이 부딪혔던 봄을 지나 하나가 된 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전히 ‘리버필드’로 향하는 긴 여정을 이어가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Samidare>의 뮤직비디오에서와는 달리 소년들은 온전히 함께 한다. <Aoarashi>의 뮤직비디오는 소년들이 어떤 여름을 보내며 추억을 쌓아갔는지를 보여준다. 폐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반딧불이를 잡고, 연을 날리고, 끝에는 유카타(浴衣)를 입고 여름 축제를 즐기는 등 여름의 정취를 뚜렷이 표현하고 있다.
‘다크 문’의 스토리와 연관지어 보면 더욱 큰 감동이 느껴진다. 다른 멤버들과 달리 늑대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쭉 외톨이로 살다가 만난 자신을 사랑해주는 어른인 양부모님과 ‘기리’를 모두 잃은 뒤 유일했던 친구 ‘미카’와도 헤어진 칸(케이)는 <Samidare>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줄곧 혼자였다. 하지만 <Aoarashi>에서는 멤버들과 함께 활기찬 여름을 보낸다. 또한, 가장 어리고 약한 늑대이자 줄곧 실험체로 갇혀 지냈던 루슬란(하루아)는 마찬가지로 실험체로 잡혀있던 카밀(조)과 함께 철조망을 뛰어넘고 멤버들에게 달려간다. 뮤직비디오의 끝에 소년들이 올려보낸 풍등에는 과연 어떤 소원이 담겨있을까?
각자의 상처를 극복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달려나가는 소년들의 패기는 가사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들, 여름의 바람(僕ら 青嵐)”, “바로 너만이 나의 확실한 Pride(君こそが僕の確かな Pride)”, “Forever be my pride”. ‘너’를 ‘나’의 자부심으로 호명하며 함께 힘차게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각자의 시간을 넘어 하나가 된 앤팀의 가을, 그리고 겨울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앤팀은 [五月雨/사미다레]와 [青嵐/아오아라시] 사이의 짧은 시간에도 다방면으로 성장했다. 지난 7월 13일, <音楽の日(음악의 날)2024>에서 의자를 소품으로 활용하여 꾸민 <きらり(Kirari/키라리)>의 퍼포먼스 커버 무대를 선보여 큰 호평을 받았고, <Aoarashi>에서는 한층 표현력이 깊어진 보컬이 귀를 사로잡는다. 앤팀의 사계절 시리즈는 ‘다크 문’ 속 늑대인간 소년들이 하나가 되어가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앤팀의 멤버들이 아티스트로서 성장해가는 사계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확실한 Pride, 망설임은 없어(確かな Pride, 迷いはない)”라고 말하는 소년들, 오는 9월 3일 결성 2주년을 앞두고 있는 앤팀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아이돌이다.
구름이 걷힌 뒤에는 언제나 맑은 하늘이 기다리고 있다. 비로소 앤팀의 여름이다. 푸른 잔디 위를 달리는 소년들은 멈추지 않는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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