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WRITER. return0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가 미니 2집 [HOW?] 발매 5개월 만에 미니 3집 [19.99]로 돌아왔다. 지난 앨범 발매 당시 데뷔 후 첫 멜론 TOP100 차트 진입, 첫 지상파 1위, 초동 50만 장 최초 돌파 등 다양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기세를 이어 나가고자 하는 모습이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지난해 5월 하이브 레이블 산하 KOZ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보이그룹이다. 총 6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요즘 케이팝 시장에서는 보기 드물게 멤버 전원이 한국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지코가 KOZ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기 때문에, 보이넥스트도어는 데뷔 전부터 지코가 프로듀싱한 첫 번째 보이그룹이라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코는 과거 블락비(Block B)라는 보이그룹으로 활동한 바 있다. 블락비 그룹 활동 당시 발매한 앨범과 콘셉트, 보여준 무대 모두 비교적 파워풀한 경향이 강했기에 지코가 프로듀싱한 아이돌 또한 강렬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다. 그와 반대로 지코가 개인 활동을 하며 발매한 <아무노래>와 같이 듣기 편하면서도 중독적인 곡으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는 것 아니냐는 추측 또한 있었다.
그리고 이런 예상들을 모두 뛰어넘은 앨범 [WHO!]로 보이넥스트도어는 자신들의 이름을 케이팝 씬에 알렸다. 무려 ‘트리플 타이틀’, 즉 수록된 세 곡이 모두 타이틀곡인 이 앨범은 음악에 대한 보이넥스트도어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이중 두 곡, <돌아버리겠다>와 <Serenade> 작사∙작곡에 멤버 명재현, 태산, 운학이 참여하며 자체 프로듀싱이 가능한 아이돌이라는 점 또한 부각시켰다.
사랑을 처음 마주한 10대가 느끼는 심정을 잘 표현해낸 세 곡은 모두 그때가 아니면 경험해 보지 못할 감정과 행동들을 잘 담아냈다. <돌아버리겠다>의 ‘너 걔랑 팔짱 끼더라’, ‘걘 누군데?’, <One and Only>의 ‘집에 일찍 들어갈 맘은 없어’, <Serenade>의 ‘새벽 세 시 반쯤 메시지를 날려도 밤새며 수다 떨고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라는 가사가 특히 그렇다. 유치하다면 유치하다고 말할 법도 하지만 10대가 아니고서는 할 생각도, 할 수도 없는 행동들이니 ‘하이틴 로맨스’라는 키워드를 주제로 한 앨범에 매우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데뷔 이후 1년 넘는 시간 동안 보이넥스트도어는 총 네 개의 앨범을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런 그들이 지난 9월 2일 미니 3집 발매에 앞서 선공개 싱글 <부모님 관람불가>을 공개하며 또 한 번 엄청난 컴백을 예고했다. ‘부모님께 들키기 싫은 한밤중의 일탈을 담은 힙합 트랙’이라는 앨범 소개에 걸맞은 가사가 돋보이는 이 곡의 작사∙작곡에는 멤버 명재현, 태산, 운학이 참여했다. ‘Where are you now? 거의 집 앞이라 말하고서 농땡이 피우지’, ‘어릴 적 혼날 때 엄마 잔소리 안 듣고 방바닥 무늬를 세어 본 적도 있어’라는 가사는 일탈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하게 만든다.
이 곡이 현실감 넘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가사가 멤버들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친구한테 부모님이 늦게 자서 조금 늦을 것 같으니 기다려달라 해’, 빼 도어락 건전지’, ‘지갑 두고 왔네 아 내 정신’이라는 가사는 직접 이를 실행해 본 이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렵다. 마지막 후렴구에 삽입된 ‘오빠, 엄마 진짜 화났어’라는 내레이션도 이 곡의 감상 포인트다. 말하는 것을 들켜서는 안 되는 듯 조용하고 어딘지 조급한 목소리는 실제 통화를 듣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해당 내레이션의 주인공은 운학의 여동생으로, 직접 사옥까지 택시를 타고 와 녹음했다는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선공개 싱글 공개 일주일 후인 지난 9월 9일, 대망의 미니 3집 [19.99]가 발매됐다. 첫사랑을 그린 데뷔 앨범 [WHO!]와 첫 이별을 다룬 미니 1집 [WHY..], 사랑의 과정을 표현한 미니 2집 [HOW?] 등 첫사랑 3부작이 마무리된 뒤 발매되는 첫 앨범이기에 팬들의 기대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앨범은 수록된 7곡 중 라디오 인터뷰 형식으로 녹음된 <SKIT>를 제외한 모든 곡의 작사∙작곡에 명재현, 태산, 운학이 참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앨범명 ’19.99’는 스무 살, 성인이 되기 직전의 나이를 표현한 숫자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멤버로 구성된 보이넥스트도어는 이 앨범에 어른이 되는 것에 느낀 두려움과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일탈과 갑작스러운 이별, 근거 있는 자신감, 성인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에 대한 기대감, 현실 자각, 따뜻한 위로 등을 주제로 한 수록곡들은 소재가 다양한 만큼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수록곡들끼리 통일된 감정선을 갖고 있거나 연결되지 않음에도 중구난방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제 막 20대가 된 이들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막내 운학은 2006년생으로 올해 19세인데, 진정한 19.99세인 그가 수록곡 작사∙작곡에 있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리얼함을 더했다는 점은 곡을 듣기 전부터 기대하게 만든다. 또한 그가 10대로서 발매하는 앨범은 이번이 마지막이기에 ’19.99’라는 키워드가 더욱 의미 깊게 다가온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Nice Guy>다. 이전에 발매한 타이틀곡보다 대중적이고 이지 리스닝 경향이 강한 이 곡의 작사∙작곡에는 앞서 언급한 세 멤버뿐만 아니라 총괄 프로듀서 지코 또한 참여했다. 그루비하고 중독적인 비트와 재치 넘치는 가사, ‘Nice Guy’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안무, 표정 연기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점 없는 이번 타이틀곡은 기대 그 이상이었다. 첫사랑 3부작의 타이틀곡이 10대 특유의 미숙한, 설레면서도 때로는 씁쓸한 사랑의 감정을 담아냈다면 <Nice Guy>는 청춘 특유의 넘치는 자신감과 사랑에 대한 열정을 표현했다. 이는 ‘Seoul is mine tonight’, ‘타고난 끼가 운명인가 봐’, ‘Look at my eyes Look at my line, my girl’, ‘안 넘어오고는 못 배긴다니까’, ‘Hey my girlfriend 뜸 들이지 마요’라는 가사를 통해 매우 잘 드러난다. 이전보다 조금 더 성숙해진 분위기를 풍기고, 어른스러운 태도로 사랑을 대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어리게만 느껴지는 점이 이제 막 20대가 된 청춘의 모습을 잘 나타낸다.
당차게 사랑과 청춘을 얘기하는 가사와 달리 뮤직비디오 속 보이넥스트도어의 모습은 19.99세 그 자체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인생 첫 아르바이트를 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분명 처음엔 잘해보겠다는 의지와 나는 분명 잘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 없다. 그럼에도 보이넥스트도어는 쉽지 않은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이를 헤쳐나간다. 그렇게 어른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이들의 모습은 청춘만이 가질 수 있는 낭만을 잘 보여준다.
그 외에도 ‘원할 리 없는 올해 선물은 이별’, 생일 선물로 이별을 선사해 준 상대에 대한 애증을 담은 곡 <돌멩이>. ‘스물은 보낸 지 오래고 내 동갑내기 친구들은 대학, 재수, 취업 얘기들로만 가득하고’, 어른의 기준이라 생각했던 20살을 막상 겪어보니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감상을 풀어낸 곡 <스물>. ‘혹시 꼭 너 같다 느껴진다면 소리 지르고 싶다면 Please call me’, 우울하고 혼자라 느껴질 때 불러준다면 얼마든지 손잡고 함께 걸어가 주겠다는 따뜻한 위로를 담은 곡 ‘Call me’까지. 보이넥스트도어는 ‘스무 살’이라는 키워드를 앨범 전반에 녹여내 청춘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을 완벽하게 묘사해냈다.
<Nice Guy>는 발매 당일 멜론 TOP100 차트 52위로 진입하며 좋은 성적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앨범 발매 당일 초동 60만 장, 4일 만에 초동 70만 장을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고, 지상파 음악방송 <뮤직뱅크>와 <인기가요>에서 총 두 번의 1위를 거머쥐었다. 이번 활동은 그야말로 기록과 기록의 연속이었다 봐도 무방했다. 이들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는 지점이다.
[19.99] 발매를 마지막으로 전원 성인 그룹 반열에 들어서게 되는 보이넥스트도어. 이들이 이번 활동을 통해 보여준 10대와 20대 그 중간의 묘한 구간은 케이팝 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공감까지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아직 신인이고, 어린 나이인 이들이 보여주는 청춘만 해도 이렇게 완벽한데 앞으로는 어떤 색다른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할지 궁금해진다. 보이넥스트도어의 무한한 성장을 지켜볼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입니다.
- 웹진: https://www.magazineidol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g/magazineidole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agazine_idole
- 트위터: https://twitter.com/magazineidole
-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IHwR_j8_biyRVLEDbHci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