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riter. 덕원
지난 7월 21일, 《별의 장: TOGETHER》을 끝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7년의 서사가 막을 내렸다. 불완전한 소년들의 성장스토리라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꿋꿋이 그려온 팀이고, 긴 시간 이들의 음악과 함께한 팬으로서, 세계관 속 소년들과 안녕을 고한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을 좋아하는 리스너도 많겠지만, 복잡한 세계관 탓에 리스닝 장벽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팬 중에서도 세계관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테니 말이다. 필자 또한 세계관을 해석하는 데 큰 재주는 없는지라, 정독하듯 따라가진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려온 섬세한 감정선만큼은 누구보다 깊이 느끼고 공감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결코 세계관에 매몰되어 있는 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핏 복잡한 듯 보여도, 실상은 청소년기의 성장 과정을 동화적이고 문학적인 코드로 잘 풀어내는 팀이다.
바꿔 말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어떻게 바라보는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컨셉츄얼한 팀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깊은 공감을 주는 팀으로 비칠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필자의 시선을 담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서사를 정리하고 싶었다. 그리고 7년의 서사가 마무리된 지금이, 그 적기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세계관을 해석하는 데 재주는 없다. 또 세계관을 파헤치는 콘텐츠는 이미 많으므로, 필자는 그보다는 가벼운 톤으로 이들의 음악과 메시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관을 기저로 디스코그래피가 흘러가는 만큼, 세계관의 내용을 언급할 수 있다는 점 미리 알리며, 콘셉트 트레일러나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며 글을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글은 꿈의 장, 혼돈의 장, 이름의 장, 별의 장, 큰 챕터들을 중심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이 글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음악에 입문하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꿈의 장: STAR》로 데뷔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풋풋함이 느껴지는 외모와는 달리, 멤버들은 첫 만남부터 머리에 뿔이 자라났다며 혼란스러움을 표출한다.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로 시작된 꿈의 장은 유년기를 지나 청소년기를 맞이한 소년들의 성장통을 풀어낸 챕터다. 앞서 세계관을 깊이 파고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앞으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첫 번째 챕터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https://youtu.be/XkDA02FHHik?si=Hi6_6ym6YlGyHMHV
우선 세계관의 뼈대를 살펴보자.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앨범마다 세계관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곡이 있는데, 《꿈의 장: STAR》에서는 〈별의 낮잠〉이 그 역할을 한다. 〈별의 낮잠〉은 세계관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이 곡의 의미를 이해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세계관에서 멤버들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지닌 소년들’로 대변된다. 〈별의 낮잠〉 뮤직비디오에서 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데, 연준은 머리에 뿔을, 수빈은 엘프 귀를, 범규는 어깨에 가시가, 태현은 오드아이, 휴닝카이는 날개를 지닌 존재로 등장한다. 이렇듯 특별함을 지닌 소년들은 그로 인해 두려움과 불완전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세계관의 뼈대이다. 데뷔 앨범은 이 거대한 세계관의 첫 막이자, 각 소년의 캐릭터성을 보여준 앨범 정도로 생각하면 간단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별의 낮잠〉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별’의 상징성이다. 뮤직비디오를 살펴보면 ‘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어림 직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오래 전 헤어진, 어릴 적 친구들로 묘사된다. 소년들은 어린 시절 우연히 하늘의 별을 발견하고 별과 한가지 약속을 하는데, 시간이 지나 그 약속은 잊혀지고 만다. 그렇게 기억을 잃은 채 시간이 흐르고, 청소년이 된 멤버들은 우연히 별 앞에서 다시 재회하게 된다. 여기서 별이 중요한 이유는 별과 소년들이 재회한 시점이 곧 세계관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별은 꿈을 상징하는 요소로, 별과의 약속은 어릴 적 꿈에 관한 것이다. 팬들이 추측한 그들의 어린 시절의 꿈은 ‘별의 노래’로, 현실적인 세계에 대입하면 많은 사람 앞에서 함께 노래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에서 별은 소년들이 그곳을 떠나자, 빛을 잃는데 이는 소년들이 별과 한 약속을 잊어버림으로써 꿈과 희망 또한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멤버들이 성장 과정 속에서 동심도, 어릴 적의 꿈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빛을 잃은 별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별이 다시 빛나기 위해서는 멤버들이 성장통을 극복하고, 약속을 떠올려 꿈을 기억해 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별과의 약속을 기억해 내는 과정이, 멤버들이 7년간 음악을 통해 그려온 핵심적인 서사다. 사실 이 정도만 이해하고 있어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을 즐기는 데 방해될 것은 없다. 그렇다면 바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어린 시절 헤어졌던 친구들과 재회한 것으로 다시 시작된 소년들의 이야기. 소년들은 자신과 다른 듯 닮은 친구들을 통해, 성장통을 조금은 치유한 듯한 모습이었다. 〈별의 낮잠〉 뮤직비디오에서 서로에게 손을 건네는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별은 깨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멤버들이 재회한 것만으로는 성장통을 극복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즉 서로가 함께여도 여전히 소년들의 앞길은 어둑하며 두려움에 가득 차 있다는 의미이다. 후속 앨범인 《꿈의 장: MAGIC》의 수록곡 〈Magic Island〉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자신들이 재회한 이유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이 대목에서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https://youtu.be/6yWPfUz0z94?si=gyeXQYKm2eB7l9q9
그러나 막막함으로 가득 찬 소년들 앞에, 돌연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비밀의 숲을 발견하고, 마법의 힘을 갖게 되는 등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지는데, 그 모험담을 풀어낸 앨범이 《꿈의 장: MAGIC》이다. 〈9와 4분의 3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를 타이틀로 하고 있는, 지금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만들어 준 감사한 앨범이다. 아마 세계관을 이해하고 보면 단순히 해리포터를 오마주한 곡으로 치부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재회한 이후 마법 같은 세상과 마주한 멤버들은 성장과정에서 느끼는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일탈을 시도하는 등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밝고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수록곡에서는 규칙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게임 스테이지 안에서 살고 싶다고 하는 등 이전보다 과감하고 솔직한 감정 표현을 한다. 《꿈의 장: MAGIC》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모습은 마치 소년들이 성장통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만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이 서사를 끝내기는 아쉬웠던 걸까? 소년들의 환상적이고 비범했던 모험은 얼마 가지 않아 산산조각 난다. 〈9와 4분의 3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 뮤직비디오가 끝날 무렵, 마법 세계와 연결해 주는 문이 불타는 장면은 무언가 분열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소년들이 있었던 세상은 불타버리고, 자신 앞에 펼쳐진 모든 일들이 그저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현실의 벽과 마주한다. 이후 후속 앨범 《꿈의 장: ETERNITY》으로 컴백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청량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상처와 반항기 어린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담으로 필자는 이 앨범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빙하기 시절이라고 부르는데, 갑작스런 비주얼 변신에 많은 팬들이 당황해 하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 콘셉트를 확장하고, 다음 챕터로 나아가는 데 있어 분기점이 된 앨범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꿈의 장: ETERNITY》가 없었다면 강렬한 록을 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영영 못 봤을지 모른다.
https://youtu.be/cMFHUTJ13Ys?si=uo_IQYp6r2z6q1ZJ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먼저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 (Can't You See Me?)〉의 뮤직비디오를 살펴보고자 한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수빈의 집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멤버들은 마치 혼자 있는 것처럼 외로워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공식에서는 멤버들의 우정에 금이 갔다고 언급하는데, 이를 고려했을 때 함께라면 모든 극복할 수 있었던 멤버들의 관계가 현실의 벽과 함께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ETERNITY 콘셉트 트레일러에서는 멤버들이 서로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어느 순간 수빈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이를 잊어버리고 딴청을 부린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수빈은 미래를 상징하는 캐릭터다”라는 해석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후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이는 맞는 해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캐릭터에 얽매이지 않고 단순히 의미를 파악해 보자면, 해당 장면은 꿈을 잃어버린 이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멤버들이 함께 있어도 막막했던 이유를 알 수 있는데, 꿈을 상징하는 별과의 약속을 잊은 것은 결국 꿈을 잃어버린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마법 같은 세계는 환상에 불과했기에 불로 뒤덮였고, 멤버들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장통을 극복하고 꿈을 기억해 내야만 한다.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과 마주하게 된 멤버들. 현실 세계를 자신과 대립하는 세계로 인식한 소년들은 이로 인해 혼돈을 느낀다. 혼돈의 장은 혼란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이를 찾는, 구원 서사의 시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모습은 꿈의 장이겠지만, 개인적으로 더 깊이 있는 메시지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챕터는 단연 혼돈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혼돈의 장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혼돈의 장은 성장 과정에서 겪는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에 대해 다룬다. 앞서 우리가 세계관에 깊이 빠져 있어 간과한 것이 있다면, 특별함을 지닌 소년들이 성장통을 극복하고 별과의 약속을 기억해 내는 것, 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실상은 청소년기의 성장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혼돈의 장 이후부터는 성장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에피소드가 주로 다뤄진다. 그중에서도 혼돈의 장은 사랑이 테마다.
https://youtu.be/n_PyjJ-WAXI?si=MLiLdZsaHt-jskJk
우선 《혼돈의 장: FREEZE》의 콘셉트 트레일러 영상을 살펴보면, 현실과 마주한 소년들은 변화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 세계에서의 본인은 한없이 작다고 느끼며 두려움에 떤다. 그리고 이는 정서적인 공허함으로까지 이어진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 같은 상황을 문학적인 코드로 풀어내어, 우리들의 세계는 습격으로 얼어버렸다고 말한다. 영상에서는 어디서 날아오는지조차 알 수 없는 얼음들이 멤버들이 있는 곳을 공격하고, 멤버들은 액션을 취하며 피하려 애쓴다. 그러나 끝내 공간은 얼어버리고, 이후 멤버들까지 덮친다. 그렇게 얼음으로 뒤덮여 두려움에 떨고 있는 멤버들 사이, 연준의 눈앞에 한 소녀가 나타나고 연준은 한 줄기 빛을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영상은 마무리된다. 다시 말해 혼돈을 겪고 있는 멤버들 곁에, 이를 구원해 줄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즉 혼돈의 장은 소년들의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에 찾아온 사랑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가 관전 요소이다.
https://youtu.be/d5bbqKYu51w?si=g0_AfVyNL6zis6Bg
《혼돈의 장: FREEZE》의 타이틀곡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은 자신에게 다가온 한 소녀가, 습격으로 마음에 구멍이 생긴 자신을 구원해 줄 유일한 사랑임을 노래한 곡이다. 처음 느껴본 사랑의 감정이지만, 멤버들은 소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확신한다. 이 앨범의 특이점은 ‘난 문제 투성이 love sick’, ‘내 손을 잡아줘’, 등 가사에서는 불완전한 소년들의 사랑이 잘 표현돼 있지만, 뮤직비디오에서는 사랑을 연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무미건조한 배경 속 현실의 무력감에 빠진 소년들의 일탈이 어째서 사랑으로 대변되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면, 무력감에 지배당한 멤버들이 일탈을 감행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은 숨 쉴 구멍을 만들어 준 사랑 덕분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https://youtu.be/JzODRUBBXpc?si=FTghs_KHQ_7BHsRv
그렇다면 이토록 큰 확신을 가져다준 사랑은 멤버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는 리패키지 앨범,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타이틀곡 〈LO$ER=LO♡ER〉에서 멤버들은 무력감을 이겨내고, 사랑을 위해 현실 세계와의 싸움 혹은 도망을 선택하기로 다짐한다. 그들에게 사랑은 구원이었으며, 한없이 작은 나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충동을 느낀다. 그간 크고 작은 일탈을 계속해 온 소년들이지만, 이곳에서는 훨씬 수위 높은 일탈을 감행한다. 연준은 소녀와 떠나기 위해 돈을 훔치고, 휴닝카이는 알바 도중 겪은 불의에 맞서 싸우는 등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더 이상 무력감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LO$ER=LO♡ER〉 뮤직비디오는 열린 결말로 도망과 싸움 중 무엇을 선택했는지는 각자의 해석에 달렸다. 그러나 그들의 성장에 있어 사랑은 소중한 구원이었다는 것이, 결국 이 앨범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이다.
꿈의 장 그리고 혼돈의 장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7년의 서사를 한번에 담기에는 내용이 방대한 관계로, 이번 글에서는 혼돈의 장까지만 다루고자 한다. 이름의 장부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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