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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실황 영화 붐은 왔다

Writer. 오드

by 아이돌레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잠식한 2021년, 콘서트 실황 영화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극장이 텅 빈 상황에서 콘서트 실황 영화는 극장의 숨통을 틔웠다. 별 기대 없이 스크린에 걸린 실황 영화 3편은 약 3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이는 전체 영화 관람객이 전년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수치였다. 구매력이 강력한 팬덤 덕분에 콘서트 실황 영화는 팬데믹 기간에도 높은 좌석 점유율을 자랑했다. 이때 당시 급격한 성장률을 보이던 OTT가 대신해낼 수 없는, 극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실황 영화는 업계의 돌파구로 떠올랐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점 또한 극장업계의 확실한 캐시카우가 되었다. 콘서트 영상을 촬영하고 아티스트의 인터뷰를 거친 뒤, 약간의 편집만 하면 영화 개봉이 가능할 정도로 제작비가 낮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반 2D 영화보다 비싼 특수 영화 포맷(4DX, SCREEN X, VR, IMAX, 돌비 시네마 등)로 상영되는 비중이 매우 높기에 국내 멀티 플렉스는 콘서트 실황 영화를 앞다퉈 상영하고 있다.


CJ CGV는 가장 발 빠르게 'ICECON' 사업부를 신설해 콘서트와 뮤지컬 실황, 스포츠 생중계, 강연, 토크쇼 등을 스크린으로 선보이고 있다. 현재 CGV가 성과가 제일 좋은데,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 아이유의 더 골든아워,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등이 CGV를 통해 상영되어 높은 관객 수를 기록했다. 롯데시네마는 2022년부터 이와 비슷하게 여러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롯시플'을 통해 팬덤을 극장으로 끌어 모으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 메가박스는 ‘VR’ 기기를 무기로 삼아 차별화를 두고 있다. 타팬인데도 VR 영화가 궁금해 친구 따라 봤다가 입덕했다는 ‘쇼츠’를 심심찮게 만나 볼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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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AMAZE_VR)


실제로 콘서트 실황 영화는 2021년 3편, 2022년 5편, 2023년 14편으로 작품 수가 점차 늘어나더니 2024년에는 43편의 콘서트 실황 영화가 개봉할 정도로 성황이다. 올해도 그 이상의 실황 영화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콘서트가 활발하게 재개되었음에도 콘서트 실황 영화가 끊임없이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인 팬덤은 기본 영화보다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연장과 비슷한 극장 환경, n차 관람을 유도하는 특전 등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특전 이외에도 싱어롱 상영회, 무대인사 등으로 팬들의 구미를 당기면서 n차 관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CGV에 따르면,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의 n차 관람객 비율은 무려 17.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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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② © 트위터 (@AMAZE_KR) ③ © 트위터 (@4dplexflim)


콘서트 실황 영화는 여러 채널에서 선보이는 명절 특선 프로그램의 흐름도 바꾸고 있다. 그동안 특선 프로그램은 대부분 영화나 예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작년부터 실황 영화 몇 편이 등장하더니 올해 추석은 유독 돋보였다. KBS는 조용필, SBS는 임영웅, MBC는 이승환, ENA는 아이브, 비투비 등 아이돌이 공연한 콘서트 실황 영화를 주요 추석 특선 프로그램으로 내세웠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암흑기에 빠진 한국 영화 대신, 세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대중 가수의 공연이 시청률과 화제성 측면에서 더 낫다고 보는 것이다. 조용필 콘서트는 무려 15.7%라는 놀랄 만한 시청률을 나타냈고, 임영웅 콘서트 역시 6% 대로 준수한 성적을 보여줬다.


필자 역시 콘서트 실황 영화를 보며 신기한 기술에 놀라고, 콘서트 당시의 추억을 되살린 적이 있다.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하이퍼포커스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브이알 콘서트다. 콘서트를 찍어 상영한 것이 아니라 기존 구성을 활용해 스튜디오에서 찍은 영화라 정확히 실황 영화라 볼 순 없지만, 콘서트를 VR 기기로 감상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정말 눈앞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있는 것 같은 참신한 경험을 안겨준 영화였다. 상영 시간은 40여 분으로 매우 짧았지만, 다양한 무대 배경과 화려한 CG 효과, 무엇보다 바로 눈앞에서 움직이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볼 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가격 값 하는 영화라고 느꼈다. 최근 10일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2번째 VR 영화 하트 어택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브이알 콘서트가 개봉했다. 이번엔 대학생 컨셉으로, 가상 캠퍼스 속에서 ‘현실 판타지’스러운 무대가 펼쳐진다고 한다. 예고편을 봤는데, 모아들이 숨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곧 보러 갈 예정이다.


KakaoTalk_20251013_224842449_09.jpg © 트위터 (@AMAZE_KR)


다음으로 레드벨벳 해피니스 다이어리 : 마이 디어 레베럽 인 시네마다. 레베럽으로서 10주년 콘서트를 담은 영화가 개봉했다는 점만으로 정말 소중하고 감격스러운 영화였다. 이에 더해 무대인사를 통해 A열에서 레드벨벳을 만나는 경험까지 겪어 절대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속 레드벨벳 멤버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얼마나 레드벨벳이라는 팀에 진심인지, 레베럽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웬디가 인터뷰 도중 울 때, 같이 운 것은 안 비밀이다. 콘서트와 실황 영화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직접 느낀 콘서트에 비하면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황 영화의 퀄리티가 절대 떨어지진 않았다. 레드벨벳 콘서트에 꼭 빠질 수 없는 곡이 짐살라빔인데, 레베럽은 이때 거의 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흥겨운 현장감이 영화에서 최대한으로 잘 구현되어 좋았다. 제작진이 레드벨벳과 팬들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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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트위터 (@4dplexflim) ② © 오드


마지막으로, 에스파: 월드 투어 인 시네마다. 이 영화는 에스파의 첫번째 월드 투어 ‘aespa LIVE TOUR 2023 SYNK : HYPER LINE’을 영화화한 것으로, 심재원 연출가가 참여해 수준 높은 공연으로 현재까지도 팬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공연을 뒤늦게 OTT로나마 접할 수 있었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에스파의 세계관을 사랑하는 필자로서 공연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나비스와 아이 멤버들, 블랙맘바가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에서는 VCR을 다 보여주지 않고 짧게만 보여주어 아쉬울 정도였다. 〈BLACK MAMBA〉 무대에서는 안무에 맞춰 카메라가 흔들리는 부분이 세심한 연출로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편곡도 맛집이었는데, 특히 시작을 알린 〈Girls〉가 강조된 베이스와 댄스 브레이크 파트로 필자의 취향을 저격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에스파의 다음 콘서트에는 꼭 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제 공연은 얼마나 재미날지 기대가 되었다.


KakaoTalk_20251013_232306875.jpg © 트위터 (@aespa_official)


이처럼 실황 영화는 극장 상영 이후에 OTT로 풀리는 경우가 많아 원할 때마다 꺼내 보면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반대로, 콘서트보다 영화를 먼저 보고 팬이 될 수도 있다. 실황 영화가 팬들에게 콘서트와는 또 다른 감동과 재미를 주는 팬덤 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콘서트 실황 영화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다양한 상영 방식으로, 더 많은 극장에서 팬들이 실황 영화를 향유할 수 있길 바란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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