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Writer. 영
케이팝 시장은 이미 포화의 단계를 넘어섰다. 매달 새로운 그룹이 데뷔하고, 동시에 기존 아이돌의 수많은 컴백도 겹치면서 대중의 관심은 빠르게 이동하고, 한 팀이 시선을 독점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티저 이미지나 트레일러 영상은 이제 모든 팀이 활용하는 기본 공식이고, 그만큼 단순한 콘텐츠 공개만으로는 더 이상 많은 주목을 얻기 어렵다. 앨범의 콘셉트와 세계관이 아무리 흥미로워도, 그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단조롭다면 잠재 팬들의 관심을 쉽게 불러모으기 어렵다.
결국 지금의 케이팝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방식의 프로모션’이다. 단순히 콘텐츠를 공개하는 절차가 아니라, 관심을 유도하고 기대를 유지시키는 절차가 되어야 한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팬의 참여를 이끌고, 컴백 전부터 세계관에 몰입하여 컴백을 기대하게 만드는 프로모션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NCT WISH는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들의 방식은 케이팝 프로모션의 ‘새로운 모델’로 불릴 만하다.
처음 ‘붐’이 일기 시작한 건 《Steady》 컴백 프로모션 때였다.
<Dunk shot> 뮤직비디오 티저에서 멤버들이 농구부 콘셉트를 선보인 데 이어, 가정통신문 형태의 독특한 공지가 공개된다. 이를 접한 팬과 대중들이 마치 '위시고등학교'의 학생 혹은 학부모가 된 것처럼 고등학교 세계관이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9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인스타그램 공지 채널은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멤버들이 실제 학생처럼 DM(다이렉트 메시지)방을 통해 팬들과 등교와 하교, 점심시간과 자율학습 등 하루를 함께 보내는 듯한 연출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등교완.” “사쿠 혼자 잔반없는 날 레전드.” “내일 봐.” 이 짧은 문장들이 실제 학교 일과 시간대에 맞춰 도착했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내 아이돌과 비슷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헤어, 메이크업, 코디가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이를 공유하는 방식이 더욱 팬들이 바라는 방식이었다. 현실에 존재할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 팬들이 더욱 이 프로모션에 몰입할 수 있게 하였고, 그게 바로 이 프로모션이 폭발적으로 화제가 된 이유였다.
이외에도 모의고사 문제를 공유하거나, 급훈 멘트를 추가할 수 있는 템플릿을 공유하는 등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도 더해지며 팬들의 몰입감이 한층 깊어졌다. 이후, 22일과 23일 교복 착장의 컨셉 포토 공개, 24일 뮤직비디오 공개로 이어지며 팬들의 관심을 끝까지 유지시키고자 하였다.
《Color》 앨범에서는 스토리텔링 전략이 돋보였다. 컴백 프로모션의 시작은 이 앨범의 선공개 곡인 <Surf>에서부터였다. ‘서핑 쌤’과 ‘서프부 신입 부원’을 모집한다는 공고 이후에 이전 컴백과 마찬가지로 8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인스타그램 공지채널이 Surf tour 참가자용 단체방처럼 운영되었다. 준비물 공지, 일정표, 쿠폰 배포 등 실제로 투어 가이드 공지 같은 메시지로 인해 팬들은 마치 진짜 여행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흥미로운 건 이 프로모션의 구조였다. 드디어 여행 장소에 도착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집합 장소와 시간을 공지하며 보낸 링크는 NCT WISH의 유튜브 링크로 연결되었다. 즉, 팬들의 여행 준비 과정이 신곡과 뮤직비디오를 위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뮤직비디오로 유입되게 하는 것이었다. 뮤직비디오가 공개 30분 후에는 비하인드 컷이 올라오며 팬들이 실시간으로 함께 즐긴 것과 같은 효과를 더욱 증폭시킨다. 정리하자면, “모집 공고 -> Surf 투어 컨셉의 인스타그램 공지채널 운영 -> 뮤직비디오 공개 -> 비하인드 컷”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단계별 노출은 팬덤의 기대감을 장기간 유지시키며, 그 기대를 뮤직비디오 조회로 직접 연결시킨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이 외에도 타이틀곡 <COLOR>를 위해 픽셀 그래픽 게임을 제작하여 팬들의 참여도를 이끌어냈고, ‘모험일지’라는 주제로 블로그를 공유하며 팬들이 컴백 전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했다. 단순히 컴백을 기다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다리는 과정 자체를 놀이처럼 전환시킨 것이다. 플랫폼마다 흩어져 있던 콘텐츠는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고, 팬은 이러한 구조 안에서 함께 서사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NCT WISH의 프로모션이 특별한 이유는 팬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충족시켜주었기 때문이다. 팬들이 원하는 콘셉트를 선보인 것을 넘어, 팬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이를 전달했다는 점이 다른 그룹과의 차별점이고, NCT WISH가 ‘프로모 맛집’으로 불리게 된 이유라고 본다. 또한, 복잡한 세계관 대신 학교나 여행 같은 친숙한 서사를 활용해 팬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것도 중요했다. 팬과 아이돌 간에 존재하는 거리감을 순식간에 좁힐 수 있는 생생한 몰입감, 바로 그게 케이팝 팬들이 원하는 방식 아닐까. 이러한 흐름은 점차 다른 팀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최근 BOYNEXTDOOR는 영화 동아리 콘셉트로 컴백하면서, 멤버가 직접 동아리원 시점으로 블로그를 작성하거나,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하는 방식의 프로모션을 통해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멤버가 직접 블로그를 쓰고 다른 멤버들도 댓글을 달았다는 점에서 현실감을 만들어 더욱 팬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필자 역시 NCT WISH의 DM 프로모션을 계기로 이 그룹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BOYNEXTDOOR의 이번 프로모션도 팬의 입장에서 상당한 만족감을 느꼈다. 이처럼, NCT WISH의 프로모션은 단순히 한 팀의 성공 사례로 끝나지 않았다. 케이팝 프로모션 전반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다른 그룹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세계관 참여형 콘텐츠나 현실감 있는 소통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그 영향이라 할 수 있다. 결국 NCT WISH는 자신들만의 색으로 팬심을 사로잡는 동시에, 케이팝 프로모션의 방향성을 한 단계 확장시켰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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