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레가 선정한 가장 인상 깊은 서바이벌, 경연 곡
우리가 서바이벌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인재가 온 힘을 다해 임하는 모습을 보고 팬이 되고, 이에 더해 최종 데뷔까지 함께한다면, ‘금상첨화’를 누릴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이러한 감동에는 컨셉에 잘 맞아떨어지는 좋은 퀄리티의 경연 곡들의 지분이 상당하다. 경연 곡 무대 하나로 어마한 상승 곡선을 그려 데뷔 조에 들 수 있는 만큼, 좋은 노래를 잘 소화해낸다면 데뷔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래서 서바이벌 경연 곡에는 묘한 울림이 있다. 평소보다 더 간절하게 들리고, 동작 하나하나 착실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케이팝 러버로서 서바이벌 경연 곡과 무대를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부터 아이돌레 필진과 함께, 각자 사랑하는 서바이벌 경연 곡과 이유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 아이랜드
리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시작점이자 중요 요소는 간절함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슬프기만 하면 아니 된다. 힘들지만, 꿋꿋하게 극복해내겠다는 포부까지 느껴져야 비로소 간절함이 완성된다. 이런 감정이 잘 녹아 있어야 최고의 서바이벌 경연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랜드 2〙의 가 제일 적합하다. 이 곡은 아픔을 이겨내고 단단해지겠다는 내용으로, 벅차오르는 후렴구를 특히 좋아한다. 무대 역시 완벽했다. 이 노래를 가지고 두 팀이 경연을 했는데, 전혀 다른 컨셉으로 무대를 꾸민 것이 특별했다. 보통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두 팀의 컨셉이 비슷하거나 인기가 많은 팀에게만 신경을 써주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아이랜드 2〙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낮과 밤 컨셉으로 나누어 각자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또, 한 팀에 실력이 좋은 사람들만 모인, 일명 ‘어벤져스 유닛’이 존재하지 않고, 비교적 적절하게 멤버가 꾸려져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묘미가 있었다. 이런 게 서바이벌의 진정한 경쟁인데, 간만에 볼 수 있어 좋았다.
| 유니버스 티켓
리스: 간절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곡이 몇 개 더 있어 소개해보려고 한다. 〘유니버스 티켓〙의 <꿈의 소녀>는 서바이벌 참가자가 겪는 이야기를 아련한 가사로 풀어낸 곡이다. 애석하게도 유니스로 데뷔하고 나서 현재까지 이 곡을 이길 만한 곡은 없다고 느낄 정도로 마음에 든다. 그만큼 경연 곡으로만 소비되고 말기에 아까울 정도다. 유니스는 데뷔한 이래로 본인의 취향과는 반대의 컨셉을 밀고 있는데, 다음 앨범은 이와 비슷한 감성의 컨셉이길 소망해본다.
| 알 유 넥스트
리스: 마지막으로 〘R U NEXT?〙의 〈Aim High〉도 추천한다. 서바이벌 곡 답게 꿈을 꼭 이뤄내고 말겠다는 가사를 담은 곡으로, 청량한 분위기를 주로 듣는 사람들이 더 좋아할 법하다. 아쉬운 점은 음원으로 발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유튜브에 알 유 넥스트 버전과 아일릿 버전이 각각 있으니 둘 다 들어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 윈, 믹스&매치
일유: 본인은 간절함은 당연하고, 이에 더해 눈물샘을 건드리는 서사까지 들어 있어야 완벽한 경연 곡이라고 생각한다. 〘WIN〙의 〈Climax〉와 〘MIX&MATCH〙의 〈LONG TIME NO SEE〉가 그 예시다. 먼저, 〈Climax〉는 비아이의 독백 랩이 인상 깊은데, 제목처럼 정점을 찍은 파트다. 비아이는 프로그램 내내 독기 가득 품은 예민한 모습을 보여줬다. 파이널 무대가 되어서야 자신의 불안함과 간절함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이때 본인을 포함한 시청자 모두의 마음을 움직였다. 〘WIN〙 종방 이후, 당시 데뷔에 실패한 팀 B였던 아이콘이 한 번 더 〘MIX&MATCH〙라는 자체 서바이벌에 참가한다. 이때 나온 곡이 〈LONG TIME NO SEE〉다. 데뷔까지 힘들었던 아이콘의 가슴 아프고 굴곡진 서사가 잘 드러나는 곡이라 방청에 참여한 팬들 모두가 울음바다였다. 그만큼 여운 있고 감동적인 무대여서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기억한다.
| 보이즈 플래닛
오드: 엠넷이 주관하는 남자 아이돌 서바이벌 곡에는 일명 ‘국룰’이 있다. 바로 어느 시즌이든 다크한 섹시 컨셉의 곡을 꼭 포함하는 것인데, 이런 섹시 컨셉의 곡들이 주요 경연 곡으로 꼽힌다. 필자의 취향에 딱 맞는 R&B나 EDM 같은 장르의 노래들로, 공개될 때마다 한껏 기대한 채 노래를 들어보곤 한다. 대다수의 케이팝 팬들은 경연 곡 컨셉으로 초창기에 잘 어울리는 청량 컨셉을 선호하는 편인데, 본인은 다르다. 고용 불안정에서 오는 처연한 섹시야 말로 이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성과 탄탄한 실력이 만났을 때, 그 어느 컨셉보다 시너지를 발휘한다. 그런 측면에서 〈Over Me〉와 〈Chains〉는 정말 잘 만든 노래이고, 멤버들의 소화력도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Chains〉의 무대는 대놓고 적나라한 무대를 보여줘서 무대를 좀 더 은유적으로 꾸몄더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대로, 〈Over Me〉는 드랍 파트에서 미니멀한 사운드로 여백의 미를 주고, 멤버들의 춤선이 절제된 섹시함을 잘 보여주어 딱 적당했다.
| 프로듀스 101 시리즈
혜성: 이번 대담 주제를 보자마자 진심을 다 해 ‘국프’로 임한 〘프로듀스 101 시즌 2〙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컨셉 평가 곡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 중 〈NEVER〉는 서바이벌 경연 곡하면 대부분 이 노래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보지 않았던 사람도 이 노래는 안다고 할 만큼 대중성이 높았던 노래였다. 경연 곡이 연간 차트에 진입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앞서 나왔듯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무기는 연습생들의 간절함인데, 대상포진으로 인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무대를 해낸 박우진의 집념이 대단했던 무대였다. 이러한 진정성이 통했는지, 경연 팀 중에서 가장 많은 구성원이 최종 데뷔 조에 든 것을 보면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대표하는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련하게 모든 걸 쏟아붓고 내려가서 더 멋진 무대도 있다. 하위권 멤버들이 포진되어 있던 〈I know you know〉는 마지막 무대라고 직감했는지 후회 없이 최선을 다 했기에 멋있었다. 유일하게 데뷔 멤버가 포함되지 않은 조였는데, 최선을 다 한 모습은 그 어떤 팀에도 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영: 본인은 프로듀스 시리즈 당시 한창 좋아하던 아이돌이 있던 지라 관심 있게 보지 않았음에도, 가장 먼저 생각난 곡은 〘프로듀스 101 시즌 1〙의 〈같은 곳에서〉다. 청순한 컨셉에 아련한 정서가 담겨 케이팝의 정수라고 할 만하다. 정식 아이돌이 아닌 연습생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이런 꾸밈없음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착장과 무대 배경, 지나친 후보정 없이 오로지 실력과 간절함만이 남은 무대는 외려 가장 아름다운 무대다. 무대가 끝나고 들리는 우레와 같은 앵콜 함성이 많은 국프들도 그렇게 생각했음을 알리는 증거이겠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는 〈oh little girl〉을 고르겠다. 케이팝 팬들의 영원한 니즈인 ‘소년미’를 잘 담아낸 곡이다. ‘사랑보다 깊은 감정을 느껴’, ‘운명보다 더 운명같은 널’와 같은 가사에서 어린 소년만이 말할 것 같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넌 내가 지킨다’ ‘그래 운명 따위는 내가 다 바꿀게’와 같은 가사에는 자동으로 미소 짓게 되는 귀여움이 가득하다. 세대가 흘렀음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곡을 염원하는지 동영상 플랫폼에서 챌린지, AI 커버, 2차 제작 영상이 쏟아지면서 다시 바이럴되고 있는 점에서도 충분히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고 느낀 곡이다.
일유: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서 항상 여운이 길게 남는 장면은 마지막 회의 결과 발표 직전, 마지막 무대였던 거 같다. 특히, 〘프로듀스 101 시즌 1〙의 〈벚꽃이 지면〉의 감동이 가히 압도적이다. 애써 밝은 척하지만 이내 울음을 참지 못하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방영 시기도 4월 초였던 데다가 B1A4 진영이 작사한 가사가 봄에도 잘 어울렸다.
차이트: 맞다. 진영처럼 걸출한 작곡진들이 프로듀스 시리즈를 빛냈다. 귀에 꽂히는 탑 라인과 몽글몽글한 감성의 곡을 잘 만드는 진영뿐 아니라, 뭄바톤 전문의 이든, 특유의 신디사이징 사운드와 대중성을 갖춘 후이, 움직여를 만든 지코 등 업계의 다양한 작곡가들이 좋은 노래를 내놓은 게 지금의 명성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퀸덤
오드: 〘퀸덤〙에서는 오마이걸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오마이걸은 〘퀸덤〙이 전성기의 시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들의 주무기인 몽환 컨셉을 중심으로 다양한 컨셉과 교차하여 변주하는 모습이 참으로 멋있었다. 그룹 색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음악을 어떻게 해야 오마이걸답게 표현해낼 수 있는지 아는 게 잘 보였다. 경연 중에 〈twilight〉 무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탈퇴한 지호의 아이디어로 뱀파이어 컨셉을 선보였는데, 편곡과 안무가 정말 으스스한 분위기에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졌다. 아직도 할로윈이 다가오면 꼭 생각이 들어 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차이트: 아이들의 〈LION〉은 〘퀸덤〙 이후에도 음악 방송, 시상식 무대에 나오는 등 역대 경연 프로그램 파이널 곡 중에서 가장 임팩트가 컸다. 아이들은 〘퀸덤〙을 통해 라이징 걸그룹을 넘어 대표 걸그룹 반열에 들기 위한 발돋움을 했다. 아이들은 참 똑똑한 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화려한 무대 구성, 다인원의 댄서 팀 투입 등 과감한 투자로 확실한 효과를 얻어냈다. 당시 아이들은 경연이라는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후 아이들은 컨셉추얼함과 대중성 사이에서 아이들만의 색깔을 구축하는 경험으로 삼기도 했다.
| 방과후 설렘
차이트: 이어서 〘방과후 설렘〙의 시그널 송 〈SAME SAME DIFFERENT〉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사운드가 너무 맥시멀해서 오래 들을 수 있는 곡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가장 이상적인 무대를 보여줬기에 꼭 언급하고 넘어 가야겠다. 무대 영상의 음원은 실제 음원보다 연장된 버전이라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12분이라는 시간이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잘 짜인 영상이었다. 액션 시퀀스 준비를 하는 등 학년마다, 개인마다 일일이 조명하는 다양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방과후 설렘〙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각인한 긍정적인 계기였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방과후 설렘〙은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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