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Writer. 차이트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기만 하면 정말 모든 것이 해결될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말의 진위여부를 떠나, 다영(DAYOUNG)은 사람들이 이 실낱같은 희망을 적어도 믿고 싶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면 그의 이야기는 더욱 믿기 힘들 만큼의 인생역전으로 보인다.
처음 다영이 미디어에 얼굴을 비춘 것은 2011년 11월 방영한 〘K팝 스타〙다. 만 13세에 제주에서 상경한 그는 서울 고시원 자취방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며 〘K팝 스타〙 오디션 준비를 했다고. 결국에는 프로그램에서 탈락하게 되었지만, 그를 눈여겨 본 스타쉽엔터테인먼트로부터 아이돌 연습생 제의를 받게 된다.
이후 다영은 4년 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2014년 ‘우주소녀(WJSN)’로 데뷔한다. 재계약 이후 10년 차가 되는 올해까지 팀의 든든한 재목으로 자리한 그는, 맡은 몫을 다 했으나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데뷔 초 부족한 화제성을 보완하기 위해, I.O.I. 활동을 끝마치고 소속사로 돌아온 연정(유연정)이 합류했지만 세간은 좀처럼 팀을 주목하지 않았다. 더구나 성소, 보나, 설아 등의 멤버를 주축으로 알리던 팀이기에 재계약 무렵까지 다영은 개인으로서도 괜찮은 지원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그는 늘 열심이었다. 특유의 탄탄한 실력으로 무대에서만큼은 늘 많은 스크린타임을 가져갔다. 재계약을 앞두고 나온〘퀸덤2〙에서도 여전히 보컬 및 댄스 트레이닝을 지속적으로 받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정도였다. B급 감성 유닛인 ‘우주소녀 쪼꼬미(WJSN CHOCOME)’에서도 주도적으로 팀의 대표 캐릭터를 맡았다. 부끄러울 법도 한데, 연기톤이 가미된 나레이션도 마다하지 않으며 그는 단 한 번도 맡은 역할에 소홀한 적 없었다. 그래서인지 다영은 연정, 설아와 함께 우주소녀의 노래 대부분에서 늘 많은 파트를 받는다.
그런가 하면 아린(오마이걸)과 함께 M2 콘텐츠 〘아다리TV〙의 진행도 맡았다. 장난감 및 화장품, 이외 모든 유행 아이템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많은 생활잡화를 리뷰하는 콘텐츠다. 이를 오롯이 두 사람의 입담만으로 이끌어간다. 진행자의 에너지가 떨어지거나, 조금이라도 오디오가 비거나, 다루는 소재가 너무 다양하여 일관성이 없어보일 만도 한데도 다영은 이를 묵묵히 해낸다. 예능에서도 두각을 보였다는 이야기다. 〘안녕하세요〙에도 기꺼이 신동엽의 닮은꼴로 출연하거나, 〘아는 형님〙에 출연해 회 뜨기 개인기까지 선보였다. 〘아이돌 인간극장〙 우주소녀 편에서도 진행 역을 자처했다. ‘퀸 이름 정하기 놀이’, ‘KBS의 이니셜 풀이’, ‘칭찬감옥’ 등 크고 작은 흐름을 만들고 잡았다.〘출장십오야〙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편에서도 랜덤 플레이댄스에서 원영, 가을(아이브), 형준(크래비티)을 챙기고 이끌었다. 팀 멤버들과 ‘찐친 바이브’ 입담으로 과자 맞추기 게임에서 클립영상을 뽑아내는 등 늘 굵직한 활약상의 중심에 서면서 계속해서 조금씩 화제를 모았다.
그럼에도 커리어에는 기복이 심했다. 〈너에게 닿기를〉이 반응을 얻은 후 〈HAPPY〉로 성적이 급락하거나, 〈이루리〉의 새해 역주행에도 〈BUTTERFLY〉는 외면 받았다. 〈부탁해〉, 〈Pantomime〉의 콘셉추얼함도 그들을 최정상의 반열로 올려놓을 정도의 화력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연정, 다원이 출연한 〘불후의명곡 2〙, 상기 언급한 팀 경연인 〘퀸덤2〙 및 다른 멤버들이 솔로로 출격한 〘퀸덤:퍼즐〙 (여름), 〘두번째 세계〙 (엑시) 등 숱한 경연에서 팀과 멤버 개개인은 계속해서 빠짐없이 우승, 준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때마다 화제성은 이상하리만치 따라주지 않는 속상한 상황이 계속 연출되었다. 필자라면 여기서 이미 진심으로 힘이 빠져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현재까지 재계약 이후 우주소녀의 팀 공백은 3년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기간조차 다영은 미디어에 노출되기 위해 쉴 틈 없이 애썼다. 같은 회사와 재계약한 다른 멤버들에 비해서도 그는 빽빽하게 활동했다. 위 사진은 22~25년도 간 우주소녀 멤버들의 공식채널 속 커버곡 투고량을 비교한 사진이다. 사실 22년 하반기부터 23년 7월 즈음까지 약 1년 간 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재계약 시기 전후인 관계로, 온갖 소식을 전하는 데에 조심스러울 때다. 이 때 그들과 스타쉽이 찾은 소통방식은 팬덤의 심심함을 달래주기 위해 커버곡을 종종 올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는데 이 즈음 다영은 9곡을 투고하면서 혼자 압도적인 투고량을 자랑했다. 지칠 법도 한데 그의 열정과 넘치는 의욕에는 정말 감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소속사가 맡는 ‘PEPSI FESTA’에도 23, 24년도에 2년 연속 MC로서 출격했다. 이렇다 할 외부 노출이 드문 우주소녀의 공개 스케줄 공백을 메우고 팬덤을 달래기 위함이라 시기상 더더욱 의미 있다. 물론 소속사 산하의 프로그램에만 나간 것은 아니다. 해원(NMIXX)이 휴가로 자리를 비운 〘워크돌2〙에서도 2회 정도 임시 호스트를 맡는가 하면, 장성규가 진행하는 〘워크맨〙에 게스트로도 나왔다. 심지어는 여기서 굴삭기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알려지며, 현대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브랜드 ‘디벨론(DEVELON)’의 홍보대사 활동도 잠깐 벌였다.(상단 유튜브 영상목록의 두 번째 영상. 썸네일에 ‘아이돌 노후준비’ 자막이 있다.) 인스타그램에도 민혁, 형원(MONSTA X) 및 팀 멤버 여름과 함께 유행릴스를 찍거나 팀 시즌그리팅 촬영 때 역시 단체 유행릴스 촬영을 주도했다.
이 모든 노력은 솔로 활동에서 타이밍 좋게 빛을 발한다. 〈body〉 챌린지에 참여한 그의 선후배 및 동료는 장장 50여 명이다. 위 사진은 참여한 이들 한 명 한 명과의 비하인드를 담은 유튜브 영상 썸네일이다. 그가 여기저기 넉살 좋게 뛰어다니며 사귄 인맥을 한데 모으고 보니 그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음악방송 PD들은 그를 위한 세트디자인에 발벗고 나섰다. 선배 에릭남은 다영의 미국행에서 해외 프로듀서진 컨택을 선뜻 도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영의 생일축전을 깜빡할 정도로 시큰둥하던 회사는 그의 열정에 충격을 받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다. 별다른 프로모션을 하지 않은 것도 다영의 의견이라고. 팬덤은 그저 스타쉽이 홍보에 미진한 줄로만 알았지만 말이다.
수록곡 〈number one rockstar〉의 홍보도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 모양새다. 음악방송에서 무대도 병행했다. 이 노래는 〈body〉와는 다른 느낌으로 3세대 바이브 및 해외 팝스타 이미지에 충실한 노래인 만큼, 인디 및 팝스러운 가창에 능한 남성 가수와의 이벤트성 듀엣도 모처럼 기획한 모양이다. 방예담, JUNNY, 기현(MONSTA X) 등이 선뜻 조력자로 나섰다. 현재 다른 조합으로 노래를 맛볼 수 있도록, 이 듀엣의 라이브 클립 영상이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그는 오늘도 ‘열일’을 멈추지 않는다.
〈body〉를 만들 때는 어떤 것들이 그에게 크게 작용했을까? 여기 반영된 그의 취향에는 줄곧 직속 선배이던 소유, 효린 등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스타쉽은 아이브(IVE) 전에, 써머퀸이자 팝스타 이미지로 통하는 씨스타(SISTAR)로써 먼저 이름을 알린 회사다.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비슷한 느낌으로 다음 걸그룹을 준비했던 듯하다. 실제로 다원, 엑시, 은서, 보나, 설아 등 현재 구성원의 절반이 넘는 멤버는 이미 스타쉽 연습생 때 허니제이의 밑에서 재즈, 걸스힙합을 배우며 데뷔를 준비했다니 그렇게 가닥이 잡히는 느낌이다. 우주소녀 중 대다수는 이미 방송에서 롤모델로 씨스타를 여러 번 지목한 것도 이러한 트레이닝 방향의 흔적으로 보인다. 그러니 이렇게 스포티하고 건강미 넘치는 전형적인 써머퀸 바이브로 탈바꿈한 그를 보면, 아무래도 씨스타를 보고 자란 그의 어린시절이 그 뿌리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기가 더 어렵다.
다영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대중적인 팝스타의 노선임을 맞다고 아예 직접 못박았다. “저는 팝스타 같은 이미지이고 싶고, 가장 대중적인 스타일의 곡이야말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다”라고 인터뷰한다. “우주소녀 때의 이미지도 좋지만, 솔로활동으로 저를 원하는 대로 리브랜딩해보고 싶었다”고.
다들 개천에서 용 나기는 더 이상 힘들다고 한다. 이런 상황임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나던 힘도 안 나기 쉽다. 그것이 사람이다. 하지만 팀 멤버들은 그를 두고 늘 ‘에너지가 넘친다’고 칭찬한다. 타고난 에너자이저인가보다, 싶지만 필자는 매일을 뿌듯하게 살 수도 없고, 숨가쁘고 싶지도 않으니 이런 부분이 그다지 부럽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부럽네, 안 부럽네 하는 문제보다는 그저 경이롭고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수준이다. 어떻게 매일을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오래간 무언가를 꾸준히 노력해서, 그것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조차 하나라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면 그런 부분에서만큼은 실로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찌르르한 감동은 덤이다. ‘인간승리’라는 말이 오랜만에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을 본 기분이다.
오래간 우주소녀의 활동을 지켜봐 왔다. 노래와 춤을 보는 눈이 생기고 나서는, 예상 외로 훨씬 꽉 찬 이 팀의 실력에 감탄했다. 예의 상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이 팀은 어느 서바이벌을 나가든지 매번 눈에 띄는 성적표를 가지고 오는 그룹이었다. 그래서 매번 특정 임계점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속상했다. 잘 될 것 같다가도 반응이 식고, 이제 좀 빛을 보나 싶다가도 꺾이는 일을 여러 번 겪으면서 보는 필자도 같이 속상했다.
재계약 이후 계속 가수활동을 해도 될 것 같은 엑시, 설아, 수빈 등의 멤버조차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연기가 가미된 쪽으로 활동폭을 넓혀가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내심 안타까웠다. 그래서 오히려 다영이 울린 청신호가 팀 전체의 음악적 비전을 꾸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가져본다. 열정적으로 산 결과를 제대로 보상받은 사람이, 적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생겨서 다행이다. 가까이서도 아니고 멀리서도 아닌 애매한 거리에서 지켜봐 왔지만, 필자도 그간 나름 애정으로 기억에 담아 온, 그의 행적을 낱낱이 소개해 다영을 궁금해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더 닿으면 참 좋겠다. 이전에 아이돌레에서 ‘7년, 그 이후의 우주소녀’ 글을 작성하면서 이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거리를 이야기한 바 있는데, 이제는 우주소녀에서 아직 정식 솔로데뷔를 하지 않은 다른 멤버들에 대한 계획도 있다면 이참에 밀어붙여도 좋지 않을까. 물론 키키, 아이딧까지 서포트해야 할 신인이 최근 급격히 늘어난 것은 알지만, 부디 영리한 운영방향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그들의 앞날을 응원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몸집을 급작스럽게 불리며 겪는 스타쉽의 성장통이 너무 길지는 않기를, 다영과 우주소녀 앞으로는 모두 훨훨 날아가기를!
아는형님, Knowing Bros, “[FULL] ★최초★ 제주의 딸다운(?) 다영(DAYOUNG)의 절도 있는 '회 뜨기' 솜씨 아는 형님(Knowing bros) 253회 | JTBC 201031 방송.”, 2020년 10월 31일, https://youtu.be/W3dlYn0HNLQ?si=pxHP7fuucJDLAmQ3.
우주소녀 WJSN, “우주소녀 상하이 로맨스 왔습니다.� #우주소녀 #WJSN #9년간_우주소녀와_함께해줘서_우정해.”, 2025년 2월 24일, https://www.youtube.com/shorts/7bvdhCBOhRc.
워크맨-Workman, “축제 시즌 즐겨~ 해원 휴가 떠나고 일일 알바생 2인조 왔습니다ㅣ워크돌ㅣ에이티즈 우영, 우주소녀 다영.”, 2024년 6월 20일, https://youtu.be/eM6yA9Z3uww?si=GrVBSrXmDFQ2ZS98
워크맨-Workman, 8:8 소개팅이요? 도파민 대폭발!✨근데 이제 치킨을 곁들인...� | BBQ | 소개팅 매니저 | 우주소녀 다영 | 워크맨2.”, 2024년 12월 27일, https://youtu.be/yj4mlJtOF84?si=ca0IWQho3dqh3Gr1.
트윅(뉴스24), “우주소녀 다영, 아이돌 최초 굴삭기 앰버서더 등극.” https://www.twig24.com/news/entertainments/celebrity/2023/11/11/20231111500015.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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