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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로 '대중 소비'를 유도한 아일릿의 전략

ㅣWriter. 영

by 아이돌레

오늘날 K-POP 시장은 다소 역설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남자아이돌이 강력한 코어 팬덤의 조직적인 구매력을 바탕으로 수백만 장에 달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는 반면, 여자아이돌은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히트곡과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면서도, 앨범 판매량에 있어서는 열세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인기의 문제가 아니라, 팬덤과 대중의 소비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즉, 남성 아이돌은 팬덤의 특성상 수집형 소비가 활발한 반면, 여성 아이돌은 대중의 특성상 활발한 수집보다는 감상형 소비에 가까운 양상을 보인다.


앨범 판매량 그래프.png ©서클차트 (원본 자료를 이용하여 그래프 제작)


써클차트가 조사한 ‘연도별 누적 앨범 판매량 남녀 비율’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격차는 명확히 드러난다. 2024년 1주차부터 50주차까지 누적 앨범 판매량 남녀 비율은 남자 아티스트가 71.0%, 여자 아티스트가 27.2%로, 남성 아티스트가 앨범 시장을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수치는 여자 아이돌이 앨범으로 벌어들이는 실질적인 수익 구조에서 불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여돌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는 이미 확보된 높은 대중성과 인기를 앨범 구매라는 실질적인 소비 행위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아일릿은 이러한 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여, 대중적인 트렌드를 반영한 미감있는 굿즈를 앨범의 핵심 구성품으로 내세우는 영리한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미 여러 걸그룹들이 앨범 구성품에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아일릿의 경우 유독 팬덤 내부 뿐 아니라 대중적 호평까지 얻으며 주목받았다. 이는 콘셉트 중심의 한정형 굿즈가 아니라, 실제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고 트렌디한 제품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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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verse / © OSEN, 김채연 기자


구체적인 사례로, 아일릿 미니 3집 《bomb (Merch ver.)》에 동봉된 인이어 이어폰은 최근 Y2K 레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1020세대 사이에서 유선 이어폰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는 흐름을 포착하여 이를 앨범 구성품에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이어폰은 아일릿 특유의 키치한 감성에 맞게 디자인되어 대중들 사이에서도 패션용으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생겨났다. 또한, 파츠 스티커를 동봉하며 소비자가 직접 이어폰을 꾸밀 수 있도록 한점은 DIY 커스터마이징을 선호하는 1020세대의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하였다. 즉, 이러한 미감과 실용성 덕분에 팬덤 외의 대중이 ‘굿즈를 얻기 위해’ 앨범을 구매하게 되며 구매층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이어폰은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고, 대중적 인기로 인해 추가 제작까지 들어갔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유선 이어폰 대신 인이어 형태의 이어폰을 선택하고, 실제 아티스트가 사용한 인이어와 동일한 모양으로 제작하면서 대중 뿐만 아니라 팬들의 소장욕구 또한 강하게 자극한다. 특히, 아일릿의 팬덤층이 젊은 여성층에 강하게 몰려있는 구조를 고려하면, 패션과 실용성, 상징성을 동시에 잡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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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verse / © ize, 박수진 기자


이어 아일릿이 오는 11월 24일 발매 예정인 싱글 1집 《NOT CUTE ANYMORE (Little mini ver.)》에 포함된 리틀 미미 인형 키링 역시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굿즈는 예약 판매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최근 1020 세대 사이에서 키링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트렌드와 함께, ‘라부부’와 같은 아트 토이 인형의 폭발적인 인기를 놓치지 않고 굿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국내 스테디셀러 인형 캐릭터인 ‘리틀 미미’를 아일릿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제작하였다. ‘리틀 미미’와 협업한만큼 인형의 표정, 의상까지 세밀하게 조정해 인형 자체만으로도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완성도있는 굿즈로서, 가방에 달아도 어색하지 않을 디자인 덕분에 팬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bomb (Merch ver.)》에 이어 예약 판매 기간에 모두 매진되어 추가 제작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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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ILY FASHION NEWS / © Youtube


아일릿의 이러한 굿즈 전략은 단순 판매 증대를 넘어, 앨범 발매 자체를 하나의 대중적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마케팅 효과를 창출한다. 인이어 이어폰이나 인형 키링과 같은 트렌디한 굿즈가 앨범에 포함되자, 이는 곧바로 SNS와 커뮤니티에서 팬덤 외에 대중들에게도 자발적인 '인증샷'과 '언박싱 영상'의 소재가 되었다. 앨범 구성품 자체가 미디어 노출을 위한 새로운 마케팅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실제로 필자의 주변에도 평소 아일릿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앨범 구성품인 인이어 이어폰이 너무 예뻐서 앨범을 구매한 경우가 있었다. 이처럼 앨범 구성품이 잠재적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구매 동기를 제공하며, 아일릿의 음악이나 콘텐츠를 모르던 사람들까지도 앨범 판매량에 기여하게 만든다.


현재 많은 K-POP 그룹들이 앨범 구성을 색다르게 선보이고 있지만, 이런 구성품들이 콘셉트에만 매몰되어 대중적인 ‘패션 아이템’으로의 확장성이 제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굿즈의 실용성이 떨어지거나 팬덤 내부 취향에 한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아일릿의 인이어 앨범이나 인형 키링 앨범은 트렌디한 디자인과 높은 활용도로,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아일릿의 시도가 완전히 새로운 발상이라기보다, 기존의 굿즈형 앨범 실험이 한층 정교해진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트렌드 타이밍, 제품완성도, 대중의 접근성 면에서 특히 장점이다.


결국 아일릿의 사례는 ‘대중이 사고 싶게 만드는 상품으로서의 앨범’이라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는 팬덤 중심의 구매 구조를 넘어, 비(非)팬층까지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작용한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남돌 팬덤의 ‘수집형 소비’만큼의 판매량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대중의 구매는 폭넓지만, 반복 구매나 대량 구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을 상대로 한 단발성 구매를 성공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앨범 판매량 수치에 대중의 인지도를 조금이나마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크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아일릿은 ‘미감 좋은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음악과 비주얼 모두에서 감각적인 그룹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새로운 팬층의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다만 이러한 굿즈형 앨범이 고도화될수록 제작비나 콜라보 비용, 재고 부담 등의 리스크도 커진다. 아일릿의 시도는 ‘대중성과 감각’을 함께 겨냥한 전략이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지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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