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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쇼〙의 종영, 중소돌은 이제 어디로

| Writer. 일유

by 아이돌레
1.jpg © SBS funE ‘더쇼’


지난 11월 11일, 〘더쇼〙가 14년 만에 종영을 맞이했다. 2011년 4월 첫 방송 이후 매주 화요일 SBS funE에서 방영되며, 수많은 아이돌 그룹에게 첫 무대이자 기회의 장이 되어왔던 프로그램이 막을 내린 것이다. 특히 이번 종영에 가장 큰 아쉬움을 표한 이들은 중소 아이돌, 이른바 ‘중소돌’의 팬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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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funE ‘더쇼’


〘더쇼〙는 다른 음악방송에 비해 신인 및 중소 기획사 아티스트에게 출연 기회가 많았던 프로그램이다. 지상파 및 주요 케이블 음악방송보다 진입장벽이 낮았기에 많은 중소 아이돌이 데뷔 초 대중에게 처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무대가 되어왔다. 또한 출연 아티스트만이 1위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시스템 덕분에 많은 중소돌이 〘더쇼〙에서 첫 1위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빅톤 (VICTON)은 데뷔 후 첫 1위를 비롯해 모든 음악방송 1위를 〘더쇼〙에서 하기도 했으며, 데뷔 초 방탄소년단 (BTS) 역시 첫 음악방송 1위를 〘더쇼〙에서 받았다. 이렇듯 중소아이돌을 비롯한 많은 아티스트에게 등용문이 되어 온 〘더쇼〙가 사라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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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캡처


먼저 케이블 음악방송의 수익 구조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지상파나 CJ ENM 같은 대형 자본 기반의 방송사에 비해 시청률과 광고 수익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제작비를 유지할 동력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콘텐츠 소비 플랫폼의 변화가 결정적이다. 과거에 2세대 아이돌까지만 해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음악방송을 챙겨보며 순위를 확인하고 컴백 무대를 기다리는 문화가 존재했다. 첫 무대부터 마지막 무대와 1위 발표까지 기다리며 음악방송 시청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이 시기에는 중소 아이돌이더라도 음악방송 출연을 통해 인지도 격차를 어느 정도 좁히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는 음악 소비의 중심이 유튜브, 틱톡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대형 기획사 아이돌의 데뷔 주기가 단축되면서 중소 아이돌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팬들은 더 이상 음악방송을 본방으로 챙길 필요가 없어졌다. 음악방송 무대는 온라인 클립으로 빠르게 소비되고, 음악방송의 상징적 의미는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다.

그 결과, 지상파의 음악방송조차 평균 시청률이 1% 미만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팬과 아티스트 모두 TV 음악방송을 반드시 거쳐야 할 이유가 약해진 만큼, 방송사 입장에서는 높은 제작비 대비 효익이 줄어든 음악방송을 계속 유지할 명분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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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funE ‘더쇼’ 캡처


이로 인해 음악방송 1위의 상징성 역시 약화되었다. 과거에는 아이돌의 성공 기준이 음악방송 1위였지만, 요즘은 SNS 화제성, 유튜브 조회수, 멜론 탑백 등의 음원차트 성적, 글로벌 팬덤 규모가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 또한 음악방송에 드는 비용 대비 SNS 유입, 글로벌 팬덤 영향력의 비중이 커지다 보니, 음악방송의 중요성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 기획사 아이돌은 컴백 초 주요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대신 유튜브 콘텐츠 참여, 팬미팅, 해외 프로모션에 집중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이들에게 음악방송 출연은 부가적인 활동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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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소 기획사 아이돌에게는 이야기가 다르다. 자체 콘텐츠 제작이나 프로모션 시스템의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음악방송은 여전히 팬덤 확보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며,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그런 이들에게 〘더쇼〙와 같은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은 처음 이름을 알리고 첫 1위를 꿈 꿔 볼 수 있는 무대였다. 결국 〘더쇼〙의 종영은 중소 아이돌이 설 수 있는 곳이 줄어들고, 케이팝 산업의 양극화의 심화를 보여준다. 대형 기획사와 그 하위 레이블 중심으로 아이돌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중소 기획사가 아이돌을 데뷔시키고 성장시킬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마지막 방송에서 MC 샤오쥔은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더쇼는 꿈의 시작이고, 꿈을 인정받고, 자신의 노력이 인정되는 곳이었습니다”. 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처럼 〘더쇼〙는 누군가의 시작을 알리고, 누군가의 노력을 확인해 주고, 누군가의 첫 1위를 만들어 주던 무대였다. 〘더쇼〙 이후, 이제 중소돌은 어디서 꿈을 증명할 수 있을까?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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