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넷이다.
약 두 달간 브런치스토리에 어떤 글도 올리지 못했다. 오랜만에 하얀 글쓰기 창을 마주하고 있으니 솔직히 약간 어색하고 막막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글쓰기 감을 유지하려면 매일 쓰라고 하나보다. 하지만 꽤 반갑다. 각자의 바쁜 일상 때문에 이제야 내 친한 친구를 보게 된 것처럼.
글을 올리지 못했던 두 달여간 나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다시 둘이 되었다는 것. 나의 뱃속에 현재 17주가 된 둘째가 있다. 드디어 임신 중기에 들어섰고, 임신 초기동안 입덧으로 힘들어 글을 쓰는 행위에 도무지 집중을 하지 못했다. 글쓰기는커녕, 글을 읽을 수도 없었다. 공복일 때나, 식사를 한 후에도 속은 계속 울렁거렸고 구토를 할 듯한 느낌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쏟아지는 잠은 말할 것도 없고.
솔직히 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해 본 경험으로부터 오는 익숙함 때문인지, 하나가 아닌 두 아이의 엄마라는 것이 너무 생경해 믿기지 않는 것인지 뭔지 모르겠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간 나를 힘들게 했던 입덧과 체력 저하로, 내가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했다. 내 몸을 나 혼자 차지하고 있었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신체적 변화였으니까.
그러는 동안, 현재 23개월인 첫째는 벌써부터 독립을 하려는지 혼자 하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밥을 먹고, 신발을 신고, 벗는 등 스스로 하려는 딸의 의지를 마주할 때마다 딸의 성장을 바라보는 뿌듯함과 동시에 옆구리로 슬쩍 미안함이 올라온다. 몸이 무거워 전처럼 놀아주지도 못하고 마음껏 엄마 배 위로 올라오지도 못하는 딸에게 자주 미안해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끝이 찡해진다. 진해지는 그 미안함들을 조금이라도 희석시키기 위해 엄마로서 현재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 한다. 단둘이 책 속 세상에 흠뻑 빠져들고, 누구보다 따듯하게 안아주고, 폭풍 뽀뽀해 주기. 한 번 시작하면 기본 10번이다.
가족의 완성을 앞두고 있는 요즘, 자주 나의 미래를 그려보곤 한다. 12월 중순쯤 둘째가 태어나면 인생의 2막이 펼쳐질 것만 같다. 복작복작 넷이 된 가족은 이제 서로 영글어갈 일만 남았다. 그 속에서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첫째는 첫째, 둘째는 둘째대로 자기만의 인생이 따로 또 영글어갈 터. 나로서, 누군가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쉽고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행복과 감사함을 찾고, 힘을 얻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내, 엄마만큼이나 나 자신의 자아에 소홀하고 싶지 않다. 내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새로운 꿈을 이뤄가는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느리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다. 가끔 게으르고 나태해지겠지만 쉼과 조화를 이루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서로의 삶을 응원해 주며 함께 있으면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 단단한 가족을 만들고 싶다. 남편, 아이들과 함께.
엄마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길 바라는 우리 둘째. 지금도 뱃속에서 뽀롱뽀롱 움직이는 게 느껴지는 요즘. 널 만날 그 순간이 무척이나 설레고 기다려진다.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으며 너를 궁금해하는 하루,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