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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Nov 22. 2020

마테오는 아직 어려요

리오넬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날 뻔한 시즌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떠나겠다는 공식적인 요청을 한 건 2020년 여름이 처음이었다. 그 사건으로 인해서 나는 '부로팩스'라는 이상한 단어를 알게 됐다. 내가 왜 스페인의 공문서 이름까지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여름이었다. 


그 2주 동안은 새벽에도 트위터를 계속 켜 두었다. 메시의 에이전트 역할을 하고 있는 메시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 씨가 어디에서 어떤 비행기를 타고 언제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기자들을 만나는지, 기자들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지냈다. 간다, 맨시티로 간다, PSG다, 아니다 고향으로 간다, 안 갈 수도 있다, 아니 맨시티라니까 같은 말들을 보고 또 보는 동안 시간이 흘렀다. 클럽이 계약서의 기한을 빌미로 이 이적과 관련한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때쯤, 메시가 아마도 남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골닷컴이 메시의 집에서 단독으로 촬영한 인터뷰를 통해서 리오넬 메시의 선택을 공개하기로 했던 밤, 한국 시간으로 새벽 1시, 텍스트로 공개된 기사를 먼저 읽었다. 안 간대. 세상에, 떠나지 않을 거래. 조금씩 길어지고 내용이 더해지는 영문 기사를 닳도록 읽고 나서야 영자막이 달린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다.


메시는 비통한 슬픔 속에서-이런 극적인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태도로, 하지만 늘 그렇듯이 조용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바르셀로나에서 행복하지 않았고, 떠나고 싶었고, 무엇보다 바르셀로나를 위해서-더 젊은 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떠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자신은 절대로 '내 인생의 클럽'과 법정에서 싸울 수 없고 싸우지 않을 것이므로 남는다. 남는다, 바르셀로나에. 


"그렇다면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가족들은 어떤 반응이었나요? 마테오(메시의 둘째 아들)도 가족의 중요한 일원입니다."


그 인터뷰에서 메시가 처음, 그리고 유일하게 웃은 순간이 그때였다. 메시의 가족 사이에서 '대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메시의 둘째 아들 마테오는, FC바르셀로나가 리버풀에게 대패했을 때 아빠와 꾸레인 형 티아고에게 "나는 너희들의 적 리버풀이다!"라고 말하며 놀렸던 장난꾸러기 꼬마이다. 메시는 대답했다.


"마테오는 아직 어려요."


그리고 메시는 마테오는 아직 어려 완전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이가 더 많은 티아고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아내와 가족들이 바르셀로나를 떠나야 할지 모르는 현실에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그게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을 가장 슬프게 한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FC바르셀로나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의심받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FC바르셀로나를 향한 나의 사랑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 1년 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건 맞지만, 이 지옥 같은 코로나의 시절을 지나는 사람들의 고통과 비교하는 건 말이 안되며, 이 팀에 남는 한 최선을 다해 승리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 인터뷰를 딱 한 번 봤다. 앞으로 또 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냥 가끔 그 진지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도 둘째 아들의 이름을 듣자마자 번지던 작은 웃음을 떠올릴 뿐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말해온 서른셋 리오넬 메시의 진짜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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