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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박도 Jul 03. 2022

삼십대의 반, 인생교체기

뉴스레터 <박도수기> 179호.

*이 글은 뉴스레터 <박도수기> 179번째 에세이입니다. 뉴스레터는 여기서 구독하실 수 있어요 * 


주제를 뭘로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쓴다. 크게 생각하지 않고 쓰면서 생각하는 편인데다가 주제를 생각하다가는 오늘도 쓰지 못할 것 같아서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나에게 그런 걸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작가들은 이미 아주 많으니까 나까지 합세할 필욘 없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에 가깝겠다.


나 글 썼어요! 내 글 좀 봐주세요! 하고 외치는 글을 쓰지 않은지가 얼마나 되었는지도 새어보지 않은 지가 꽤 되었다. 그 대신에 약간의 반성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크게 그렇지도 않다.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믿는 편이지만 여기엔 많은 조건이 붙으며, 거의 절대 바뀌지 않는 부분은 게으름 유전자, 미루기 유전자, 귀찮음 유전자, 대충 유전자, 지각 유전자로 나는 용케도 이들 유전자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변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동시에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유지하는 것 또한 퇴보라고 한다면야 악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말이 나온 김에 나의 변화에 대해서 궁금해할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없어도 이야기를 할 거라는 것쯤은 예상하셨겠지요) 나는 확실히 더 나은 인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나는 ㅇㅇ이다. 나는 착하다. 나는 잘한다” 식으로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삼가하고 있지만 변화에 대해서는 그냥 그렇게 말하련다.


어떻게 변화하고 있길래 그러느냐? 하면 우선 일상을 잘 정비한다.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돌보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기 보다는 전보다 덜 그러하며, 근심과 걱정보다는 평온함을 선호하며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로 “얼굴이 너무 좋아졌어.”, “보기 좋아 정말”, “행복해보여. 예뻐” 등 사람들의 평가가 중요한 건 아니라지만 그런 부류의 말들을 듣는다. 내 변화가 얼굴에 끼친 영향을 증거로 댈 수 있는 것이다. 증거를 대라고 한 사람은 없지만, 여기서 멈춰야 함을 알지만 보톡스를 맞지 않았고 주근깨 제거 시술을 받은 것도 아니며 다이어트도 별 다르게 하지도 않았다. 고로 나의 표정이나 얼굴의 변화는 내 마음의 긍정적인 변화에 따른 것이다. 라고 주장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니다. 변화에 대해서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일상에서 실행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움직임도 있을 수 없다. 타인에 의해서 깔짝거리며 변화하는 건 아주 일시적이어서 한 마디 말이라도 덧붙일 가치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요즘엔 소설책보다 자기계발서를 더 자주 읽고 명언을 캡쳐하는데, 이것 만해도 그렇다. 아무리 내 심장을 후벼 파는 멋진 조언의 말들도 딱 그 순간만 감동을 줄 뿐 내 인생을 1mm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멋진 말들은 내가 간절히 원하는 변화의 파트도 아니고 맞춤형 상담도 아니기 때문이다. 읽을 때야, 맞아 맞아, 내가 그래, 하는데 그게 정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말이었나? 하면 애초에 우리는 어떤 게 필요한지도 모르고 살아가기 바쁘다. 나에게 필요했던 것을 우선 찾았고 그걸 찾으니 나머지는 비교적 쉬웠다.


나는 그냥 나로서 행복하게 잘 살고 싶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물리적인 것에 대한 변화가 간절했다. 혼자 살기로 결심한 후로 마음은 저절로 좋은 방향으로 알아서 맞아떨어졌다.


그냥 그랬다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이 글에 내 생각과 주장이 많이 포함되어서 자칫 그런 글들은 자기가 옳다, 나를 따르라, 로 흘러갈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혹시 이 글도? 하는 걱정이 된다. 그래서 다시 읽어봤는데 이 정도는 그냥.. 태극기부대 아니니까 넘어갈 수 있지 않나 싶음. 자기 자신에게 관대한 편인가.


대체로 그간 친구들과의 대화를 토대로 글을 썼다. 욕만 빼면 말이다. 욕을 안하려고 한 건 아닌데 변화하고 있다고 시발, 이렇게 쓰기에는 또라이도 아니고… 그냥 욕 타이밍이 없었다 정도로 봐주시길.


박도수기, 또 두 계절을 건너 뛰었다. 월수금에 글을 보내겠다, 아니다 열심히 쓸 테니 매일 보내겠다, 그런 말들을 할까 말까 하다가 역시 안하는 것이 낫겠다 싶다. 어쨌든 다시 글을 써서 보내기 시작했다는 게 변화니까.


*이 글은 뉴스레터 <박도수기> 179번째 에세이입니다. 뉴스레터는 여기서 구독하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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