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유명사는 이제 경이로운 집중력 혹은 투쟁심에 대한 찬사로 보통명사처럼NBA 리그에서 통용되고 있다.
여기 '맘바 멘탈리티'를 팀의 심벌로 삼아도 손색이 없지만
코비처럼 화려하게 빛나 본 적이 없는 팀이 있다.
최근 네 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정규리그 백투백 MVP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규리그 해당 컨퍼런스 1위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오프 내내 그들이 격파해 버린 상대팀보다도 스프토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덴버 너겟츠'가 바로 그 팀이다.
이번 2022-23 NAB 플레이오프의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는 말 그대로 쟁쟁하고 화려한 슈퍼스타들이 지휘하는별들의 전쟁이었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커리의 골든스테이트,
정규 리그 후반, 정확히는 트레이드 마감 이후부터 돌풍을 일으킨 르브론의 LA레이커스
듀란트의 이적으로 슈퍼스타 군단이 되어버린 피닉스,
말도 말고 탈도 많아
어쩔 수 없이 화제성도 풍부한 자 모란트의 멤피스,
펀가이 레너드의 클리퍼스,
정규리그의 다크호스이자 감독이 가장 유명한 새크라멘토
그들에 비하면 덴버와 미네소타의 1라운드는
화제성도 흥행력도 떨어지는 시합이었다.
경기 결과도 비교적 예측하기 쉬웠으며
그 예상 그대로 진행된 덴버의 시리즈였다.
그나마 사람들의 관심을 끈 건 희대의 실패라는
고베어의 이적의 끝이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정도였을 것인데,
모두의 성원대로 그저 실패로 끝나버렸다.
그래도
준결승에서는 화제성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묵직한 팀인
듀란트와 부커의 피닉스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옆 동네에서는 몇 년 전부터 리그를 지배하며
전 세계 NBA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두 영웅이 격돌하는
말 그대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고
NBA 사무국도 팬들을 위해
그쪽 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커리와 르브론의 대결!!!
그 둘의 플레이오프의 재회 자체로도 사무국이
기쁨을 감출 수 없을 만큼 흥행성이 보장된 이벤트인데
그 각 팀이 1라운드를 시리즈를 통해
그들만의 스토리를 맛깔나게 자아내며
또 팬들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한껏 머금고
준결승의 단상에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난리가 나버렸다!!
골든스테이트는 집 떠나 성공한
*마이크 브라운의 새크라멘토에게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드라마틱하게
준결승 티켓을 거머쥐었고
르브론은 스스로 리그의 빌런 역할을 자처한
멤피스의 **딜런 브록스에게 정의의 철퇴를
휘두르고 모처럼 권선징악의 히어로물을
한 편 찍고 올라오면서 NBA 극장의
팬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바짝 끌어들여 놓았던 것이다.
덴버는 원래 집중력 있고 경기에 몰입하는 팀이다.
팀의 리더인 요키치는 냉정하며 이성적이다.
감독 마이클 말론 또한 그러하다.
그들은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코트에서도 불필요한 액션은 삼간다.
예전 요키치가 마키프 모리스를 뒤에서
밀쳐버린 건 아마 필요한 행동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샤크가 두둔했던 것처럼...
정당방위 느낌이랄까)
그리고 에이스와 감독이 만들어낸 팀의 분위기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며 경기 집중력을 높인다.
그들은 옆 동네의 잔치에 세계인이 열광해도
묵묵하게 자신들의 플랜대로 플레이하고
게임을 운영하며 승리를 챙겼다.
준결승전 2차전이 끝났을 무렵,
사람들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모두가 피닉스에게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승리를 예상하진 않더라도 피닉스에
감정이입을 했던 것이다.
이미 완성된 스타인 듀란트가 있고
커리어의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부커가 콤비를 이루고 있는
팀이니까.... 정규리그 순위가 앞서는데도 불구하고 덴버는 왠지 언더독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강...강해 보인다.
홈게임이긴 하지만 내리 2 게임을 덴버가 승리했다.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예상대로라면 피닉스가 1 경기 정도는 원정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았다.
3차전 피닉스는 그들의 홈에서 드디어 승리를 챙겼고,
4차전까지 2연승을 이어갔다.
여론은 다시 들뜨고 듀란트와 부커의 생산력에 감탄하며
덴버를 들러리 취급했다.
하지만 그 이후 두 경기를 덴버는 자신들의
게임으로 만들었다.
정규리그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쳤던
요키치가 자기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훌륭한 건 자말 머레이의 활약이었다.
자말 머레이는 준결승 내내
꾸준한 생산력을 보였고 특히 클러치 타임에서
자기의 능력을 증명했다.
그렇게 그들은 3 시즌만에 다시 컨퍼런스 무대를 밟게 된다.
하지만 덴버에 대한 홀대는 컨퍼런스 결승에서도 여전했다.
서부 컨퍼런스 결승전의 상대는 바로 '맘바멘탈리티'의 고향인 'LA레이커스'다.
전통의 인기 구단이자, 마이클 조던과 GOAT 자리를 다투는
리빙 레전드인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팀이다.
게다가 커리가 미친 활약을 보여주었음에도
디펜딩 챔피언인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우위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꽤 여유 있게 시리즈를 제압하고
결승전에 올라왔다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은 LA 레이커스에 집중되었다.
LA가 승리할 경우 몇 십 년 만에 전통의 라이벌인 보스턴과
파이널에서 만나는 그림도 가능해지고
(물론 버틀러로 인해 이 캔버스는 거의 찢어진 상태다.)
과연 르브론이 리그 최고령의 나이에 다섯 번째 반지를
품게 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누구도 덴버를 주목하지 않았다.
컨퍼런스 결승전이 시작되고
1차전을 덴버가 승리했을 때
미디어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7차전의 긴 승부이니 1차전 정도는
탐색전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덴버의 안방에서 거둔 승리니 홈코드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레이커스의 감독과 선수단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빈 햄 감독은 우리는 다음 시합에 잘 대비하고
달라질 것이라고 큰소리쳤고
르브론과 앤서니 데이비스는 패배 이후의 인터뷰임에도
꽤나 여유있어 보였다.
2차전도 덴버가 승리했다.
레이커스는 분전했음에도 패배했다.
하지만 경기력은 1차전에 비해 나아졌고
고지대인 덴버의 지리적 특징으로 레이커스가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고
패배 원인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도 패배의 원인이 덴버가 레이커스에 비해
팀의 레벨 자체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2차전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서 그러한 분위기를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가 레이커스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요키치와 자말 머레이에게 물었다.
팀의 원투 펀치인 두 사람은 약속한 듯이
그 대답을 이렇게 시작했다.
'우리는 항상 그랬다.'
3차전과 4차전 덴버는 적지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며 레이커스를 압도했다.
특히 3차전 자말 머레이는 전반에만 30점을 득점하며 자신의 가치를 리그에 입증했다.
그는 부상 이후 어른이 되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자말 머레이와 그를 오랫동안 지켜온 동료와 팬들 입장에서도 뭉클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머레이는 십자 인대 파열로 500여 일 동안 코트를
밟지 못했다.
그 고통의 시간과 재활의 힘겨움에 대해서,
머레이도 진작에 여러 차례 이야기했었다.
그러니 지금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이
더 이상 반가울 수 없는 것이다.
말론 감독도 머레이가 부상당하는 순간을 회상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그의 눈물을 보았고
그날 그의 첫마디는 '날 트레이드 할 거냐?'였다고,
말론 감독은 넌 우리 것이야 라고 대답했고 널 사랑하며
너의 회복을 도울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실제로 덴버 팀은 그렇게 머레이를 지켜 주었다.
그 믿음에 머레이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백 프로 보답했고
결국 팀을 파이널로 이끌게 되었다.
컨퍼런스 MVP는 요키치가 가져갔지만
머레이의 활약이 없었으면 절대 덴버 팀이 레이커스를 이렇게 수월하게 물리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아빠...
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보다 경기 후 그들의 인터뷰에 항상 주목했다.
이상하게 피닉스도 레이커스도 덴버를 상대하면서
긴장보다는 무언가 들떠 있는 느낌이 많았다.
하지만 덴버는 항상 솔직하고 차분했으며
정규 리그 1위 팀임에도 불구하고
도전자로서의 결의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러한 자세는 지금 플레이오프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마이애미에서도 느껴진다.
하지만 8위 팀의 결의는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1위 팀이 그런 마인드 세팅을 가져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요키치는 정규 시즌에서도 개인의 성과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팀의 우승을 중요시하는 인터뷰를 많이 했었다.
이번 결승전 MVP 인터뷰에서도
그는 가장 기억 남는 사람으로
자말 머레이를 뽑으며
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살짝 넘기기도 했다.
누가 뒤에서 뒤통수 쳤다고 정색까지 했다.
오랜 부상을 딛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팀에게 보답한 자말 머레이
그런 머레이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며
팀을 위해 헌신한 감독
그런 감독을 믿어주고 지난 플레이오프에서의 탈락을 오히려 최고의 성과라고치켜세웠던 구단의 프런트
팀을 묵묵하게 이끌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은
이타적인 리더 요키치
부상과 복귀를 반복하면서 팀의 강함을 믿으며
자신의 몫을 다한 선수들
이들은 모두 지금 덴버의 컨퍼런스 우승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구단 최초로 파이널에 진출하는 덴버 너겟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들이 이번 플레이오프
파이널을 점령하여
그동안의 푸대접을 딛고 영광의 역사를 새로 쓰며
그들의 가치를
전 세계 농구팬들에게 증명하길 빌어 본다.
왠지 그렇게 된다면 요즘같이 자신을 드러내기
급급한 시대에
요란하지 않게 외면하기 힘든 울림을 줄 듯하다.
* 마이크 브라운은 지난 시즌까지는 골든 스테이트의 코치였으며 수비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스티브 커 헤드 코치는 수비 전술에 대해서는 그에게 일임하고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스티브 커 부재 시 플레이오프에서도 팀을 지휘하여 승리하기도 했었다.
** 딜런 브록스는 르브론에게 너무 늙었으며, 자기들을 40점 이상으로 제압하지 못하면 리스펙 할 수 없다는 불필요한 발언들로 미디어를 소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자신의 발언을 입증할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해당 시리즈에서 LA 레이커스는 최고 점수 차이가 40점이 넘기는 경기를 펼치며 멤피스를 제압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