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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철 Sep 20. 2017

01. 전격 공개! 신혼부부의 침실

부부 리포트 01. 잠자리

2017년 3월, 결혼을 했다.

우리는 누구보다 길게 연애를 했지만 결혼은 달랐다. 결혼 전에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나는 ‘점’으로 시작해 잠들기 전까지 통화를 하는 ‘선’의 형태로 서로를 이해했다. 지금은 물건과 공간, 호흡을 함께하면서 삶 전체를 입체적으로 공유하는 기분이다.

이것은 서로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고, 새로운 익숙함을 만들어 나가는 부부의 이야기다.


01. 잠자리 - 전격 공개! 신혼부부의 침실


얼마 전, 부부는 신기하고 이상한 관계,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 침대를 함께 쓰는 사이라는 것이 요지였다. 집 사정에 따라, 또는 기숙사 생활을 할 때야 누군가와 방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부부를 제외하면 인간의 기본 수면 원칙은 1인 1이불이 원칙 아니던가.

내 경우에도 아주 어린 시절 소위 셋방살이라는 것을 할 때는 네 식구가 한 방에서 잠을 잤다. 그러다 방이 두 개가 됐을 때는 부모님과 분리됐고, 곧이어 동생과도 각 방을 썼다.

결혼을 하니 퀸 사이즈 침대에 둘이 함께 눕는다. 이십여 년 만에, 누군가와 침실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처음엔 좋았다. 같이 자는 게 지금은 싫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냥 좋기만 했던 부부의 침실에도 예의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머리만 대면 바로 숙면에 들어간다. 살면서 불면의 밤을 겪어본 경험이 손에 꼽는다. 부인은 수면에 들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자연히 침대 위에서도 이런저런 일이 많다. 책을 읽는다던가 팟캐스트를 듣거나 SNS를 한다. 여기에 더해 자칫 어떤 자극으로 그 시기를 놓치면긴 시간 잠에 들지 못하는 날도 있다.

처음엔 잘 알지도 못했고, 이해도 못했다. 우리는 연애를 하는 동안 자기 전에 항상 긴 통화를 했는데 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잠이 들었던 반면, 부인은 그때부터 다시 수면을 위한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서 감히 우리 부부의 침실 상황을 공개한다.

저녁 11시가 넘은 시각,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눕는다. 난 베개 위치를 조정하며 급수면으로 빠지는 최적의 포즈를 만드는데 집중한다. 부인은 전자책이나 스마트폰을 손에 쥔다. 혹 불빛이 나에게 방해될까 빛이 나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난 잠들었다.

부인은 책 몇 페이지를 읽었을까. 난 뒤척이며 침대 한가운데를 차지하기 위해 애쓴다. 종종 코도 곤다. 잠꼬대를 해서 부인이 대답하기도 한다. 난 기억하지 못한다. 부인이 숙면에 들 즈음이 되면 난 이제 이불을 몸에 둘둘 말기 시작한다. 부인은 대답도 없는 상대와 씨름을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건만, 의식도 없는 상대는 ‘지피(知彼)’ 자체가 안 된다.

나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간밤의 사건을 전해 듣는다. 사실 키득키득 웃어넘기면 큰 문제는 없다. 여기에 내가 말을 더하면 문제가 시작된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 빛을 쐬면 숙면에 방해가 된대.”

“난 잘 때 뭘 들으면 내용에 집중해서 잠이 깨던데.”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봐, 생각의 꼬리를 끊으면 돼.”

맞고 말고는 다음 문제다. 이건 엄연히 생활습관에 대한 침범이자 간섭이다.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 “너는 잠에 드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구나. 내가 먼저 잠들어서 괴롭지는 않았니?” 하고 간밤의 상황을 들었으면 그만이다.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도 하자. 아마 수면습관을 고치기는 힘들 거라 생각한다. 깨있을 때도 실수를 반복하는데, 잘 때라고 쉽게 될까? 이불을 따로 덮던지, 안대를 쓰거나, 귀마개를 하던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대처 가능한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자.

이때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참기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스트레스를 담는 그릇이 아무리 큰 사람도 물이 찰랑찰랑하게 꽉 찼을 때는 아주 작고 사소한 데서 터지기 마련이다. 한 1년쯤 지나 맥락 없이 “맨날 네 마음대로 하면서, 이것도 하나 내 마음대로 못하게 하냐”하면서 빵 터지는 거다. 상대는 황당하다. 감정의 골은 이렇게 깊어진다.


우리가 꽤 길게 연애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서로 참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상대의 행동이나 말에서 불편함을 느꼈을 때, 그 지점을 명확하게이야기하고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난 아직도 잘 때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가족도 모른다. 오로지 지금 나와 함께 잠자리에 드는 부인만 안다. 부인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부인도 마찬가지. 수십 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잠드는 패턴을 완성했는데 결혼했다고 ‘뿅’ 바꾸기 어렵다. 서로가 이십여 년을 혼자 잤는데 누군가를 옆에 두고 자는 일에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연애를 통해 서로가 성장하고 결혼으로 또 배운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한다. 이미 충분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또 한 걸음 더 서로에게 발을 들이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익숙함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에게 드리는 침대 매트리스 고르는 팁!

결혼하면 왜 수많은 침대회사들이 ‘흔들리지 않는 매트리스’를 강조하는지 알 수 있다. 침대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미 동침의 고통을 몸소 겪은 뒤에 신혼부부에게 도움을 주려 했던 것이다.

1.    매장에서 가서 무조건 직접 누워본다. 둘이 함께.

2.    옆에 새로운 사람이 눕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침대는 익숙한 스타일로 고르면 좋다.

3.    침대는 대대익선! 크면 클수록 좋다.

4.    정말 잠버릇이 고약하다면 싱글 2개를 구입하는 방법도 고려해보자.

5.    싱글 2개를 사는 게 좀 그렇다면 이불이라도 2개 사서 따로 덮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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