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리포트 03. 청소
2017년 3월, 결혼을 했다.
우리는 누구보다 길게 연애를 했지만 결혼은 달랐다. 결혼 전에는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서 일상 속 특별한 '점'으로 서로를 만났고, 몸이 떨어져 있을 때는 전화 통화로 목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공유하는 '선'처럼 서로에게 자리했다. 지금은 물건과 공간, 호흡을 함께하면서 삶 전체를 입체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것은 서로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고, 새로운 익숙함을 만들어 나가는 부부의 이야기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 조용필 <킬리만자로의 표범> 中
저 멀리 아프리카 대륙의 세렝게티 초원에는 얼룩말, 가젤 같은 초식동물부터 사자, 자칼, 하이에나 같은 육식동물이 살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육식동물 중에서도 갓 사냥을 통해 얻은 신선한 고기를 좋아하는 부류와 그렇지 아니한 짐승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까마귀나 독수리가 후자에 속하는 데 다른 육식동물이 먹다 남은 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또 우리가 잘 아는 하이에나는 짐승의 썩은 고기도 좋아한다. 원래 썩은 음식 속 박테리아가 병을 일으킬 수 있지만 하이에나 같은 동물은 위산이 강하게 분비, 박테리아를 없앤단다.
우리가 잘 아는 파리, 쇠똥구리도 동물의 변을 먹고 산다. 바닷속을 보면 쓸모없어 보이는 불가사리가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바닷가에서 징그러운 모습으로 출몰해 바다 바퀴벌레라고도 불리는 갯강구 친구들은 바다의 청소부라고도 불린다.
단순히 취향 차이인지 진화의 산물인지, 신의 섭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은 본의 아니게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스캐빈저(Scavenger, 청소 동물)라고 부른다.
사실 청소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상상도 못 할 만큼 넓은 바다와 초원에는 그만큼이나 셀 수 없이 많은 동물들이 매일같이 청소를 하기에 그나마 현상 유지가 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우리의 콩알만한 집에는 자동 먼지 생성장치라도 있는지, 아무것도 안 하는데 저절로 먼지가 쌓이고 때가 낀다. 음식이야 밖에서 사 먹으면 평생 설거지 할 일 없겠지만, 청소는 피할 도리가 없다.
처음에는 맞벌이 부부답게 청소는 주말에 몰아서 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못 갔다. 주말에 몰아서 하니 노동 강도도 세고, 청소할 것도 많았다. 소중한 주말이 청소 하나로 끝나버리는 게 슬펐다. 오히려 가끔 집에 손님이 오는 날이 반가웠다. 반강제로 집안을 청소하게 되니 며칠이지만 정말 깨끗한 집을 누릴 수 있었다.
청소가 취미가 아닌데도 취미 삼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집안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실제로 우리 집 가전제품 중 가짓수로 따지면 청소 쪽 물품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무선청소기, 스팀청소기, 로봇청소기, 로봇 물걸레 청소기, 밀대 등등.
도구가 있어도 결국 청소는 사람의 몫. 우리는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 기본적으로 그날 꺼낸 물건은 그날 제자리로 돌려놓기, 머리카락이나 눈에 보이는 먼지는 청소기로 바로 해결하기, 분리수거는 요일을 정하지 않고 조금씩 생길 때마다 매일 들고나가기 등이다. 매일 세수하고 이를 닦듯 집을 보살피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김생민식 표현처럼 청소라는 습관의 굳은살을 만들고 있다.
특히 옷이나 물건을 한 번 늘어놓게 되면 테이블이나 의자에 쌓이는 속도가 엄청났기 때문에 항상 주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분리수거를 하면서는 우리가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얼마나 많이 쓰는지도 새삼 깨달았다.
이렇다 해도 누가 청소를 하느냐의 문제는 남는다. 물론 공평하게 둘이 같이 해야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둘이 살면서, 또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청소에는 타고난 기질이 크게 작용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태생적으로 정리정돈에 능하고 치우는 데 특화된 사람이 있다. 반면 창의적으로 집안일을 해결하거나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도 있다.
우리 집엔 사자와 하이에나가 존재한다. 사자는 집안 이곳저곳을 다니며 활력을 불어넣는다. 무엇을 하든 번개 같다. 장보기, 요리, 설거지, 빨래, 쇼핑을 척척 해내고 마무리되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뒤돌아 떠난다. 사자가 떠난 무대엔 하이에나가 등장한다. 사자가 사냥하면서 사용했던 장비들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잔해를 치운다. 사자가 얼룩말을 보면 뛰어 목덜미를 물고, 하이에나가 썩은 고기를 찾듯 분담도 본능적으로 이루어진다.
얼룩말은 매번 잡아먹히니까 불쌍하고, 사자는 잡아먹기만 해서 나쁘고,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만 먹어서 비굴한가?
이게 자연의 법칙이다. 오히려 난 둘 다 사자이거나 하이에나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세렝게티 초원의 한 장면 같고 우주의 섭리를 닮은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신혼집에 처음 들어오면서 '입주 청소'라는 개념을 알았지만 비용이 부담돼 따로 이용하진 않았다. 이번에 살펴보니 가사 도우미 O2O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앱을 통해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는 가사 도우미 업체도 부쩍 늘어났다는 걸 알았다. 청소 범위나 집안 면적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몇 만 원대로 집안 청소에서 빨래나 요리까지 해주는 서비스가 많았다.
몇 가지 업체 리스트를 드리니 참고하시길.
[ 대리주부, 청소연구소, 당신의 집사, 와홈, 미소 ]
업체 리스트 참고 기사 링크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9785202&memberNo=36054406&vType=VERTIC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