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기원은 그 어원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요. Perfume(향수)은 라틴어인 ‘per, ~를 통해’라는 의미와 ‘fume, 연기’라는 의미가 합쳐져 유래되었습니다. 고대 사람들이 불에 태우는 식물에 따라 향이 다르게 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생긴 단어일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몸에 향을 바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8500년경 사냥감을 유인하기 위해 몸에 특정 식물을 몸에 문지르면서라고 하는데요. 이후 이집트에서는 신과 소통하기 위해 사원 도처에 향기로운 혼합물을 태워 그 연기로 신전을 정화시킨다고 믿었습니다. 두통과 같은 병을 치유하는데도 향이 사용되었고,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움을 위해 향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에는 향수가 사치와 부의 척도로 사용되기도 했는데요. 동물과 음식에도 향수를 뿌렸다고 합니다. 장미향이 나는 물을 와인에 뿌려 장미향을 머금은 와인을 마시는가 하면, 비둘기 날개에 향기로운 물을 적신 후 날도록 풀어줘 공기 중에 좋은 향이 퍼지도록 했다고 하죠.
최근에는 ‘신경향(neuroscents)’이 뷰티 분야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후각정보는 대뇌의 변연계에 존재하는 편도체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요. 편도체는 감정의 관문으로 특히 공포와 불안의 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은 편도체가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긴장되거나, 우울하거나, 잠이 안올 때 ‘신경향’으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행복, 평온, 활기와 같은 감정을 유도하기 위해 향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이렇게 다양한 목적으로 향이 사용되었는데요. 여러 분은 왜 향수를 사용하시나요? 그리고 어떤 향을 좋아하세요?
향을 맡지 못하는 AI가 만든 향수, 구입 의사가 있으신가요? IBM이 2017년 심라이즈와 함께 개발한 AI 조향사 필리라(Philyra)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심라이즈(Symrise)는 독일 기업으로 향수, 치약, 세제, 음료, 식품 등 다양한 제품에 들어가는 향의 원료를 생산하는 글로벌 선두 기업입니다. 심라이즈가 IBM과 협업을 결정한 것은 지난 번 퓨처잡 글에 쓴 셰프왓슨(Chef Watson)이 TV 퀴즈쇼에 출연한 것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셰프왓슨이 새로운 방식의 재료 조합으로 신메뉴를 만들어내듯, 향수도 사람이 생각해내지 못한 조합으로 신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죠.
필리라(Philyra)는 심라이즈가 제공한 1,300개의 향수 원료와 170만 개의 조합 방식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알고리즘을 만들고 어디에서, 누가 구입했는지, 매출액은 어떤지 등 판매 데이터 정보를 추가해 원하는 향수를 제조하는 방식입니다. 2019년 처음 출시된 두 가지 향수는 고객들로부터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인간 조향사와 다른 점은 셰프왓슨이 올리브오일과 홍차의 탄닌 성분이 잘 어울린다는 걸 발견하듯, 필리라 역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혁신적 조합으로 좋은 향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고 합니다. 또한 데이터에 개인이 좋아하는 향과 현재의 기분을 추가하여 개인 맞춤형 향수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인간 조향사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가지 향을 만드는데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4년 정도 소요되고, 숙련된 조향사가 되는데 10년 걸린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는 게 AI의 장점이겠죠. 데이터를 단시간에 분석해 혁신적인 향의 조합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반면, 인간 조향사는 여러 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지만, AI가 갖지 못한 감정, 느낌, 직관의 능력을 가지고 있죠. 또한 AI 조향사 필리라를 개발한 IBM의 리처드 굿윈(Richard Goodwin)은 특정 노트를 강조하고 피부에 지속되는 시간을 개선하기 위해 아직 마스터 퍼퓨머의 미세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AI 향수 알고리즘은 조향사를 도와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요리와 향수 외에 또 어떤 분야에 AI를 도입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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