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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Nov 05. 2023

2023년을 함께한 감사한 사람에게

모처럼 혼자 보내는 일요일이다. 이번 달 중순까지는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하루종일 스터디 카페에 박혀서 시나리오를 쓰려고 했다. 아침에는 8시가 넘어서 일어났고 삶은 계란과 사과와 과자 빵 같은 것들로 아침을 챙겨 먹었다. 스터디카페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9시 30분이었다. 


노트북을 일단 열고 나서... 바로 시나리오 쓰기에 들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일단 쌓여 있는 메일함을 해치우려고 밀린 뉴스레터들을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선정해서 보내준 사실들, 그 일부의 사실들을 읽으면서 세상의 어떤 면을 본다. 내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세계는 너무 좁고 한정적이라서, 내가 몰랐던 사실들,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 어떤 신선한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게 될 때의 상쾌함이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은 삶에서 그런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나는 내 연애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한 사람을 알게 될 때... 그리고 그 사람이 오직 나만의 가장 가까운...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내가 독차지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건... 생각보다 더 좋았다. 


오직 나만을 위한 단짝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주는 안정감. 편안함. 내게 연애가 주는 가장 큰 긍정적인 느낌은 바로 그런 부분인 것 같았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런 존재가 없었을 때 내게는 그런 안정적인 관계가 없었다는 느낌.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분명하고 당연한 단짝이 되는 관계가 없었다는 느낌. 내게는 상대방이 가장 친밀한 대상인데 상대방에게는 나보다 더 친밀한 대상이 있어서 내가 1순위가 되지 못하는, 그런 박탈감이나 불안정감 같은 느낌. 그건 약간 '내 집'이 없는 느낌. 어딘가에 발붙이지 못하고 매번 새로 계약을 해야 하는 위태로운 느낌.


애인과는 이제 아홉 달 정도를 만나고 있고, 이만큼의 기간 동안 연애다운 연애를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번 결혼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애인에게 아직은^^ 결혼에 대한 확신을 갖지는 못하는 나이지만,

아직은 만날수록 더 좋고 애틋해지고 깊어지는 중인 것 같다. 


가끔은 혼자서 화가 나고 실망하고 마음이 차가워지고 난리를 피우기도 하지만.... 

결국 그 시간들을 거치며 조금씩 단단해져 왔던 것 같다. 


내 마음이 또 언제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느껴지는 가장 큰 감정들, 고마움, 편안함, 안정감, 든든함, 애틋함, 즐거움, 기대감, 행복. 

그런 것들이 꽃다발처럼 몽땅 주어진 올 한 해를 내게 선물해 주어서 감사하다. 

덕분에 올해 1년을 정말 가득하게 많이 웃으며 보낼 수 있었다. 단조로웠던 일상을 다채롭게. 

무표정했던 시간들을 실컷 웃으면서.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기록해 두고 기억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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