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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Dec 04. 2023

자기 전에 하는 생각들

브런치가 글 쓰라고 해서 쓰러 왔습니다.. 

요즘은 일부러 슬픈 노래는 잘 찾아 듣지 않게 된다. 우울에 빠져 있는 것은 뜨거운 물로 가득 찬 욕조 속에서 한없이 잠겨 있는 것처럼 아프고도 안락한데 한때의 나는 그런 감정 속에 잠겨 있는 것이 무척 익숙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런 감정 속에 빠져 있을 여유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시간적 여유와 감정적 여유가. 나만을 위한 시간과 감정의 공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과 감정적 여유가 가득할 때는 쉽게 우울 속에 잠겨 있게 된다. 한참을 그러고 있어도 여유가 남기 때문에. 


퇴근 후의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가버린다. 퇴근 후에 뭐 하냐는 질문을 심심찮게 듣는다. 나는 직장에서 집까지 거리도 가깝고, 기혼자도 아니고, 야근도 하지 않으니 저녁 시간이 객관적으로는 넘쳐나야 정상이긴 하다. 그런데 체감하는 저녁은 왜 이렇게 짧은 건지 나도 의문이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운동, 독서, 글쓰기, 각종 인풋(아까의 독서를 포함해서, 영화, 드라마, 타인의 작품들).. 

하지만 실제로 한 것들은 밥 먹고 간식 먹으며 누워 있기, 유튜브 둘러보고 블로그 둘러보기, 내키면 블로그에 일기 쓰기. 누워 있기. 카톡 하기. 


요즘 부쩍 느낀 것인데 나는 호기심이 많다. 동생이 질린다는 얼굴을 하고 내게 왜 그렇게 쓸데없는 걸 묻느냐고 하는 일이 너무 잦기 때문이다. 내가 안전한 환경에 있을 때 나는 묻는다. 최근에는 동생이 초당옥수수호떡믹스를 사 왔다. 나는 물었다. 왜 샀어? 먹으려고 샀지. 그게 궁금해서 물은 게 아닌데... 애인이 닌텐도 동물의 숲 유저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난 물었다. 왜 샀어? 게임하려고 샀지. 그런 단순한 대답을 듣고자 물은 게 아닌데...... 애인이 한동안 못 보던 신발을 신고 왔을 때엔 또 물었다. 언제 어디서 누구랑 어떻게 왜 산 거야??? 


내가 궁금한 건 왜 하필 그것을 샀는지, 왜 다른 게 아니라 이걸 고른 건지, 다른 것보다 그것을 더 선호하는 이유가 뭔지, 너는 어떤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인지, 가 궁금한 것이다. 그것을 사게 된 상황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떤 계기로 그것을 살 마음을 먹은 건지, 왜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무엇을 바라고 그것을 사기로 결심한 것인지, 그것을 살 때 누구와 함께 있었고 그 사람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가.


나는 그런 것들이 다 궁금한 사람이고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대답해 주기 귀찮아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별 것도 아닌데 왜 안 알려줘! 하고 물으면 별 것도 아닌 걸 왜 물어봐!라는 대답이 들어와서 정말 할 말이 없긴 한데... 나는 그런 식으로 이해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 그런 뉘앙스를 짚어 보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이건 약간 나의 전공이 내게 영향을 준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시나리오를 쓰면서 느낀 건 내게 재밌게 쓰고자 하는 욕구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소설을 쓸 때도 그랬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던 소설도 많긴 했지만... 은은하게 피식 웃게 되는 부분들이 대체로 있는 편이긴 했지. 앞으로 쓰게 될 글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웃음을 추구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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