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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Dec 25. 2023

당신의 글을 기다리는

당신이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종종 저는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이 쓰는 글을. 

아마도 당신은 모를 것입니다. 저는 원하는 것을 크게 내색하지 않는 편이니까요. 특히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지시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니까요. 

아마도 우리가 가까워졌던 계기 중 하나는 글이라는 공통점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와 비슷한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글을 통해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기대하게 되니까요. 

당신은 자신이 쓰는 글이 하찮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나 또한 내가 쓰는 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곤 하니까요. 내가 쓰는 글을 볼까요? 확실히 보잘것없는 글이기는 합니다. 비평가가 봤다면 당장에 쓰레기라며 낙제점을 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당신은 글 쓰는 것을 미루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 나은 때에 더 나은 글을 쓰고 싶기 때문에요. 하지만 당신의 글이 읽고 싶은 것은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고 당신의 글에 그 정도의 힌트만이라도 있다면 나는 만족할 것입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나와 같은 독자가 있다면 분명 그 부분을 읽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런 것들을 씁니다. 이것은 내가 내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하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신의 글을 써 주세요. 미루고 싶더라도 오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 주세요. 오늘이어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결코 내일 할 수 없습니다. 도저히 한 글자도 쓸 용기가 없다면... 그건 용기까지 쥐어짜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세요. 조금만 마음을 가볍게 먹어 주세요. 그냥 수다를 떨듯이 글을 써주세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가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진실로.


*


오랜만에 글 쓸 마음을 먹고 브런치에 들어왔다. 최근에 쓴 글을 봤더니 12월 4일에 썼던 것이 마지막이다. 12월 한 달 동안 겨우 글 한 편 남기고 넘어가버릴 뻔했다. 오늘 쓰면 그래도 두 번은 채우게 되는구나. 글로 남기지 않은 하루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 같다. 글이든 사진이든, 어떤 형태로든 나중에 다시 한번 감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 그날 하루가 실제로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달에는 여러 모로 글쓰기에 대한 긴장감이 풀려 해이해졌던 것도 맞고, 10년 만에 다녀오는 해외여행 때문에 정신이 없기도 했다.


미풍이와 함께 대만에 다녀왔다. 3박 4일이었고, 출국 전날 인천공항에서 1박을 했으니 3박 5일 정도로 봐도 되려나... 미풍이와 그렇게 오래 같이 붙어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무척 귀찮기도 했고 걱정도 많이 되었는데 막상 가서는 즐거웠다. 아쉬운 부분들도 있긴 했지만 나름 잘 즐기고 왔다. 미풍이와 나 둘 다 누구와 곧잘 싸우는 성격은 아니어서 그런지 함께 가본 첫 해외여행에서 다행히(?) 싸우지는 않았다.


가끔 아주 예민해지고 불안해질 때가 있고 그럴 때 나는 미래에 자신이 없어진다. 나의 결정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하지만 오늘 같은 날, 아무 일 없고 아무 걸릴 것이 없는 날들에는 모든 게 다 괜찮고 감당할만한 것들 이리라는 막연한 낙관적인 마음이 된다. 뭐가 맞을지는 알 수 없지만...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다 보내고 나니 12월이 정말로 끝나간다. 무탈하고 적당히 즐거운 날들이었다. 


슬슬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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