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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Dec 30. 2023

여전히 글은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어

2023년 마지막 글

오늘은 2023년 12월 30일 토요일이고 밤 11시 28분이 되었다. 시나리오 공모전은 보름 정도 남았고 작년 당선작들을 읽어 보다가 브런치라도 쓰고 자려고 창을 켰다. 


무슨 글을 써야 할지 한참 앉아서 생각했는데도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에 대해 생각한다. 


단체생활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회사에 다니며 좋은 점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싶다. 남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게 크게 느껴졌던 사소한 고통들이 생각보다 흔하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러면 내 고통도 훨씬 별것 아니게 느껴지게 된다. 그 점이 좋았다. 별 거 아니라는 홀가분한 느낌이. 


오늘은 정말 글 쓰기가 어렵네. 사소한 한 줄이라도.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가 지내온 삶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즐거운 날이 더 많았을까, 힘들었던 날들이 더 많았을까. 아무 일 없던 날들이 더 많았겠지만 내 마음속은 늘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서 지난날의 내가 안쓰럽다. 자기 연민으로 가득한 글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글을 쓰도록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고통이 아닌가 생각한다. 행복한 사람보다는 불행한 사람이 글을 쓰고자 할 것이라고. 


그래서 글을 쓴다고 하는 사람을 보면 묘한 동질감을 느껴버리는 것인지도. 섣불리. 


직장에 자리 잡고 1년이 지난 후부터, 나는 늘 글을 쓰고자 했는데 3년을 채워가는 지금도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다. 어떤 날은 내가 꽤 쓴다고 생각하다가도, 거의 대부분은 쓰지 못하는 채로 괴로워하고, 내게는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시달린다. 그러다가도 나는 오직 나만의 것을 쓰면 된다고, 늘 내게는 나의 글에 대한 단단한 믿음이 있다고 느낀다. 


글 쓰는(특히 시나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일상이나 속마음이 자주 궁금했다. 그들이 쓰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쓰는지에 대해서. 나조차도 내가 쓴 것들을 지나고 볼 때면 어떻게 썼던 것인지 매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래서 더 자주 나의 과정에 대해 기록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지금도 그런 것을 쓰고 있다. 


올해 나는 잘 지냈나, 잘 지낸 것 같다. 

내년에도 올해 정도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거라면 올해가 충분히 괜찮았던 것이겠지.

걱정 많고 자주 마음 다치던 아이야, 이제는 걱정 말고 푹 쉬자. 

나에게는 오직 너만이 삶이자 전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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