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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an 07. 2024

요즘은 결혼 생각뿐이네

옛 한국식 나이 서른둘,

종이빨대의 눅눅한 맛. 녹아내려서 찐득한 감촉. 

오트밀 음료를 아침으로 챙겨서 스터디카페에 왔다. 1시간째. 브런치스토리에서 남의 글들을 읽었다.


겨울에는 힘이 없다. 기운이 없고... 잠을 더 많이 자게 된다. 


출근도 하기 싫고, 일도 하기 싫고, 글은 쓰고 싶지만 그냥 저절로 쓰였으면 좋겠고, 막상 쓰려고 하면 막막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결혼은 언제 어떻게... 등등 잡다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시끄럽다. 


너무 춥다. 눈이 왔다. 중부지방엔 어제부터 꽤 온 것 같던데. 여긴 아주 조금.


회사를 다니며 좋은 점은 좋든 싫든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고 그건 회사의 아주 싫은 점이기도 하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자식들을 키우고 있고 덕분에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들을 기회가 많다.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요즘의 학교는 옛날과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도 항상 놀랍게 듣는다.


나는 현재 만 나이로는 서른, 옛날 한국식 나이로는 서른둘이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또래의 동료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무더기로 결혼을 하고, 육아휴직에 들어가고 있다.


주변에서 자꾸 결혼 소식이 들리고, 동기들 중에 결혼하지 않고 남아있는 마지막의 마지막... 이 되어가는 느낌이 싫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조바심과 압박감에 자꾸만 결혼이 해치워야만 할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건 우물 안 개구리의 생각이고, 이 회사 밖으로, 이 지역 밖으로, 나가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혼자 조바심 느끼며 지냈다는 걸 곧바로 알 수 있을 테지만.


어느덧 함께한 지 훌쩍 1년이 되어 가는 남자친구는 연애초반부터 한결같이 결혼하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데, 나는 정말? 과연? 결혼을 해도 괜찮을지 확신이 없다. 


다들 어떤 확신으로 결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대학생 때의 절친이 결혼하던 날이 생각난다. 


친구는 결혼 직전까지도 이게 맞나..... 중얼거리고 있었고 덩달아 나까지 괜찮을까...! 걱정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고 책임이라는 친구의 말에 그게 진짜 어른의 결정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선택이고 나의 책임....


나는 좋지 못한 결과에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선택을 미루고. 

남의 선택을 따라가다가 남 탓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 남자를 선택하고 이 남자를 책임질 수 있을까 ^^

굳이 왜 그래야 하냐...;; 혼자 살지....라는 마음속 구시렁거림이 들려온다면...

나는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가, 생각해 보면

이 작은 세계(좁은 직장..) 안에서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무언의 사회적 압박 같은 것에서 벗어나고 뭔가 해야 할 일을 아직 하지 않았다는 불안정감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부모님이 점차 나이 들고 약해지면서 새로운 나의 지지 기반.. 새로운 나의 의지처, 새로운 가족이 필요하기도 하고, 평생을 안정감 있게 함께할 단짝 친구가 필요하기도 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독립적인 삶을 꾸려가고 싶기도 하고.......(이게 결혼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결혼보다는 그저 독립이나 이혼 쪽이 가까울지도..)


지금 만나고 있는 이 친구랑 평생 함께 살아도 괜찮을까?....

정말 모르겠다 ^^... 누가 좀 알려줬으면 ㅋ 

어쨌든 오늘도 오후에는 데이트를 하러 간다. 


너는 아직도 너무나 어리고 시간도 충분하니 조급할 거 없단다...... 게다가 딩크 커플이니 더더욱...... 

어차피 이혼한다고 하늘이 두쪽 나는 것도 아니고 대충 살자 

결혼하기도 전에 이런 생각부터 해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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