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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un 16. 2024

요즘의 두려움들

최근 직장 동료가 내게 몇 살에 입사했는지 물었다. 음..  스물일곱?  일찍 들어왔네. 

스무 살부터 스물셋까지는 학부생, 스물넷부터 다섯까지는 대학원, 스물여섯엔 첫 직장, 스물일곱엔 두 번째 직장이자 현 직장에 입사, 스물일곱의 끝자락에 들어오긴 했지만... 어쨌든 나도 모르게 시간이 많이 흘러 어느덧 6년 차다. 6년 차라니...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 연차만 쌓인 것 같아서 덜컥 겁이 난다. 혹시라도 덜컥 승진이라도 하게 된다면? 

승진이 두렵다니 무슨 웃기는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승진이 돼서 힘든 것보다야 당연히 승진이 안 돼서 힘든 게 찐으로 힘든 것이겠지만  당장은 일단 승진 후에 주어지는 타이틀이 너무 큰 부담감을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누구보다 힘든 일, 어려운 일, 많은 일을 당연하게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 직급이 아닌가. 내가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의구심이 들지만...   김칫국은 잠깐 내려놓고... 하지만 또 지켜봐 온 바로는 모두가 모범적이고 성실하고 훌륭한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대충대충 하고 살아도 잘 사는 사람들도 많더라. 그러니 크게 부담 갖지 말고 즐기며 사는 게 나의 꿈...

작년과 올해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부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애인과는 곧 500일이 되어 가고, 별 탈 없이 잘 만나고 있지만 막상 결혼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무거워진다. 막연한 불안감. 이 모든 게 처음부터 다 잘못된 일이었으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 

일단 같이 살아보고 난 뒤에 천천히 결정해도 좋지 않을까 싶지만 (게다가 우리는 아이 생각이 없으니 더 아주 많이 천천히 결정해도 되는 일인데도...) 막상 '같이 살아본다'는 것 자체도 디테일하게 생각해 보면 쉬운 일이 아닌 것이었다.... 실제로 집을 구하러 다녀야 할 날짜가 다가오면서, 함께 살만한 집을 구하는 것의 어려움부터 해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언제 들통날지 모를 거짓말로 전전긍긍하며 동거 사실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든가.. 애인의 장거리 출퇴근 문제 등 기타 이 쉽지 않은 환경들이. 아 써놓고 생각해 보니 더더욱 쉽지 않다.. ^^대체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지...ㅜㅜ정말 모르겠고... 

내가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걸까? 그냥.... 그냥 하면 되는 건가 결혼을... 그렇게 간단하게 내 인생을 어딘가로 돌진시켜 버려도 되는 거란 말인가.... 브레이크 고장 난 차를 내리막길에 냅다 굴려버리는 것처럼..... 


최근 청년 상담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몇 회기의 개인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상담을 받게 되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마음에 안정감이 조금은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어떤 내용들로 그 회기들을 꾸릴지 고민 중이다. 이전의 상담들을 생각해 보면(전부 학교 다닐 때 학생상담센터를 이용했던 것인데) 상담 장면에서조차 괜찮은 사람으로 비치고 싶은 마음에, 나의 진짜 수치심이나 치부를 드러내길 꺼렸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진짜 치부를 드러내게 됐을 때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내가 무너지게 될 것을 두려워해서였을 수도 있고... 어쨌든 내가 다루게 될 것은 결국 관계에 대한 문제인데. 아프더라도 잘 해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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