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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un 30. 2024

괜찮아

개에 물린 일주일

지난주 토요일 강아지에게 발을 물렸다. 그리고 오늘까지 고통스러운 한 주를 보냈다. 우리 집 강아지는 원래도 참지 않는 성격이라 종종 식구들을 물곤 했다. 개에 물린 식구들이 늦은 밤 응급실에 찾아간 것도 여러 차례다. 나는... 이번에 조금 방심하고 말았다. 


버스를 놓칠까 봐 서둘러 외출하려던 참에 개가 달려와서 발을 물었다. 꽤 깊게 물린 것 같다고 생각은 했는데, 일단 마음이 급했다. 항생제 연고를 가득 바르고 집을 나섰다. 토요일이었고 오전 일정이 바빠서 병원에 가기는 애매했다. 약국에 들러서 항생제 성분이 있는 밴드를 하나 샀다. 애인이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다고 했고, 너무 놀라서 당장 시외버스를 타고 달려갔다. 


애인과 함께 주말을 보내면서, 널을 뛰던 마음은 또 잠잠해졌지만 한편 이 모든 일들이 나 때문에 일어난 사건인 것 같아서 마음이 착잡했다. 나의 마음...... 괜찮다가도 또 한바탕 난리가 나고, 또 괜찮아지고.... 배수관이 꽉꽉 막힌 것처럼 걸핏하면 물난리가 나고,... 그걸 다 깨끗하게 뚫어 버린다면 좋겠지.


나아가고 있는 줄 알았던 발은 점점 상태가 심각해졌다. 출근 전에는 약국에서 약을 사고 퇴근 후에는 가까운 병원에 들러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하필 일도 바쁘고 병원 갈 시간을 내기도 애매했다. 발의 통증은 점점 심해져서 걸을 때마다 절뚝거리게 되었다. 절뚝거리며 걸어 다니려니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금방 피로해졌다. 


며칠이 더 지나고 나서는 결국 뒤늦게 피부과를 찾았다. 병원에서는 왜 이제야 왔냐며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무서운 이야길 하셨다.... 아...... 


개에 물린 지 일주일이 지난 토요일, 상처는 다행히 더 심해지지 않고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주말을 보내고 내일 월요일은 하루 휴가를 냈다. 통증 때문에 걷기도 어렵고, 발에 물이 닿으면 안 돼서 씻기도 어렵다. 내일은 승진 결과가 나오는 날인데..... 휴가를 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도저히 그 숨 막히는 분위기를 견뎌낼 용기가 없다..^^ 너무 떨리고 두렵다. 승진을 하면 하는 대로 부담이고 안 하면.... 차라리 나으려나? 잘 모르겠다. 

내일 병원에서도 상처가 많이 좋아졌다든가 하는 좋은 결과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수술 안 해도 된다고 해주시면 좋겠다.... 


둔해서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편인데도 개에 물린 발을 보니 확연히 차이 나게 퉁퉁 부어 있다. 오늘 밤에는 붓기라도 뺄 수 있게 발을 높이 올려두고 자야겠다. 


자격증 시험을 두 개 준비 중이다. 7월에 2주 간격으로 시험이 있다. 둘 다 합격하면 좋겠는데 시간이 없어 지금은 하나만 공부 중이다. 이거 괜찮을까... ^^ 떨어지면 내년에 보면 되니까... 하지만 똑같은 공부를 내년에 또 하고 싶지는 않다 내년엔 다른 거 해야지 ~ 



많이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비는 시간에 뭔가를 읽기로 결심하기가 어렵다. 쓰기도 마찬가지고. 



겁이 많은 내게, 나의 앞날에 조금은 불안을 내려놓고... 지낼 수 있는 그런 평온한 시간들이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안심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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