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레드 등에 썼던 글쓰기 조각글들.
2.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지켜보는 게 재밌다. 개중 제일 재밌는 것이라면 일부 자의식이 비대해진 이들의 글을 읽는 건데... 가령,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한국에서도 글 쓰는 이들이 차기, 차차기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며... 자기가 아니라도 자기가 강의했던 수강생 중에서 노벨 문학상을 타는 이가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 말하는 글쓰기 강사님의 멘트라든가...
아니, 글쓰기 강사님 a4 10장 쓰기 어려우면 5장 쓰고 5장은 챗지피티에게 맡기라고 가르치는 분이신데 응? 그런 식으로 글쓰기 배운 사람들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겠읍니꽈? 자기 강의에 얼마나 자부심이 크면 저렇게 강한 자의식의 글을 쓸 수 있을까, 한편으로 참 부럽기도 하다.
3. 자기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7번 떨어지고 붙었다며, 브런치 작가 무시하지 말라며 씩씩대던 한 공무원 아조씨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깊은 인상을 받으셨는지, SF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으시단다. 뭐, 꿈은 원대하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응원합니다 아조씨...
근데 아조씨께서는 지금까지 10인 공저책을 내시고는, 책이 나오기도 전에 네이버 인물등록에 ‘작가’ 등록을 먼저 하신 분이신데... 노벨 문학상 받으실라믄, 그런 거보다 글부터 좀 쓰시고, 단독 저서라도 먼저 좀 내셔야 하는 거 아니겠냐묘...
아조씨가 노벨문학상에 도전하는 이유가, 자신의 깊은 성찰을 전 세계 독자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라는데... 아니,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다 차단해 버리는 분께서 전 세계 독자분들과는 뭘 우에 나누실 건지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오오오... 아조씨... 오 나의 아조씨...
제가 어제부터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기 시작했다는 말씀.
4. 오랜만에 문학 공모전 사이트 들어가서 요즘엔 어떤 공모전들이 있나아아아... 보고 있는데, 한 수필 공모전의 모집 요강을 살펴보니까 '인공지능을 활용(챗지피티 등) 하지 않은 작가 본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함' 이라고 쓰였다.
아마 시간이 가면 대부분의 문학 공모전에 이 내용이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나는 몇몇 글쓰기 강사들의 개똥망 같은 커리큘럼을 많이 봐왔지만 '챗지피티를 활용한 에세이 쓰기 수업' 같은 건 진짜 무슨 생각으로 하는 건지 모르겠네... 여러분들은 무슨 생각인지 아시겠습니까아아... 챗지피티한테 물어봐야 하나...
5. 업무 중 이메일 보낼 일이 있어 계정을 보았더니 empal 계정이다. 살면서 엠팔 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내본 적이 있었나... 거의 없었던 거 같은데... 엠팔은 무슨 계정이야 하고 찾아봤더니 엠파스에서 하던 메일 계정이었다고...
예전에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메일 좋은 아이디는 이메일이 처음 생기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다 독차지해서 후세 아이들에게 미안하더라는...
참고로 내가 처음 만든 메일은 unitel 계정이었고... 스무 살쯤 콤푸타 학원 다닐 때 첫 시간으로 강사쌤이 "메일 만들게 다음에 들어가 보세요" 했을 때, 왜 지금 안 들어가고 다음에 들어가라는 건지 잠시 이해를 하지 못하였던... 예예...
6. 아직 정확한 수치는 아니겠지만, 이번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종이책이 100만 부 정도 팔리고 몇몇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책을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든지 결제해서 볼 수 있는 ‘전자책’은 5만 부 정도 나갔다고 카더라.
여전히 전자책 시장은 종이책에 비해 척박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거 같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종이책’을 읽고 가지려는 욕구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서점에 가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책을 사는 나의 모습 멋져 간직할 거야, 하는 소셜미디어용 독자도 있을 거 같고, 여러 해석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점에 사람이 붐비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겠지만, 문학서를 다루는 출판사들이 하나둘 지금 신간을 내는 게 맞나, 하는 걱정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누군가에겐 이번 한강 문학상 수상으로 생각지도 못한 고민을 안기게 된 거 같기도 하고.
한 줄 요약 - 책을 내려거든 아직은 종이책 ^^
7. 지난 주말에 1인 출판사 대표라는 사람에게 메일 하나가 왔다. 메일 제목이 '출판 관련 질문드립니다'인데.. 내용이 좀처럼 해석이 안 된다.. 일단 문장 자체가 비문인 건 그렇다 치고..
나한테 단가계산이 힘들어서 함께 얘기를 나눠보자는데.. 아니.. 저기요.. 출판사 대표시라면서요.. 단가 계산을 왜 글쟁이한테 물어보시려고 하는 거냐묘?? 혹시 나를 출판 업자라고 생각한 걸까. 그렇다면 피아식별에 실패하고 메일을 보낸 거 아닌가.
대만 카스테라, 탕후루처럼 뭔가 어어 저거 지금 뛰어드는 거 좀 불나방 같은데? 하는 느낌의 사업체가 근자에는 1인출판이 있겠다. 사람들이 출판사 차리든 말든 상관없는데 공부 좀 하고 했으면 좋겠네.
가끔 작가 지망생들이 메일로 궁금한 거 물어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친절하게 내가 아는 선에서 알려드리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나도 글쟁이다 보니까 출판사에서 메일 주면 두근두근 한단 말야. 근데 내용이 이따구면 화가 나요, 안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