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유가 많이 들어간 글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임에도, 이야, 이 사람 정말 비유 잘 쓴다, 비유에 환장한 사람인가 싶은 사람이 있었으니 <어떤 동사의 멸종>을 쓴 한승태 작가다. 무슨 펀치라인킹급으로 비유를 쏟아내는 타입. 비유는 양날의 검 같은 거라서 글쓴이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고 해가 될 수도 있는데 한승태 작가는 오롯이 이익이 될 만한 적절한 비유를 쓰는 사람처럼 보였달까. 한마디로 글 개잘씀.
그렇다면 비유를 엉망으로 쓴 경우도 좀 봐야 되겠죠. 한 글쓰기 강사님 가로되, 글쓰기는 힘들다면서, 매일 쓰면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나아진다는 비유를 쓰셨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은 대게 긍정의 의미보다는 부정적 의미로 쓴다. 매일 글을 써서 가랑비에 옷 젖는다면 글을 쓸수록 나를 나빠지게 만든다는 뜻 아니냐묘. 비유를 이렇게 쓰는 사람이 무려 10년 넘게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 보고 있으면 답답합니까, 안 답답합니까.
비유는, 잘 모를 때는 그냥 쓰지는 않는 게 훨씬 낫다.
그리고 이처럼 적절한 비유를 쓰지 못하는 글쓰기 강사에게는 글쓰기를 배우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