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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Nov 20. 2024

말을 예쁘게 하는 것도 지능입니까?



가끔 SNS를 하다가 '말을 예쁘게 하는 것도 지능이다'라는 글이 보이는데 세계평화와 우주평화를 위한 되게 그럴싸하고 좋은 말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달리 보면 이게 바로 위선이고 가식 아닌가. 말을 예쁘게 하는 게 지능이라면, 지능이 낮은 사람은 말을 예쁘게 못 한다는 이야기인가?


나는 위선보다 위악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누군가에게 억지로 잘 보이기 위해 거짓으로 예쁘게 말하는 사람들을 더 싫어하는 편이다. 중용이 중요한 거지. 말을 예쁘게 하는 게 좀 과해지면 아첨이 되고, 아부가 되는 거 아닌가.


 

며칠 전 끔찍한 글을 하나 읽었는데, 자식 교육이랍시고 인사 안 받아주는 경비 아저씨한테 굳이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 그래도 답인사가 없자 경비 아저씨 얼굴 가까이에서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는 기어코 답인사를 받아냈다는 글이었다. 하아... 누군가에겐, 특히 노인에게는 인사하는 것 마저도 삶의 고역일 수가 있다.


이렇게 애써 친절함을 강요하는 게 폭력이고 갑질 아닌가. 내가 이만큼 친절하니까 너도 나에게 친절함을 보여라? 경비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인사를 받아낸 사람은, 자기가 다니는 회사 대표에게도 똑같이 굴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내가 건넨 인사에 회사 대표가 답인사를 하지 않아도 그를 따라다니며 수차례 인사를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회사 대표에게 할 수 없는 일을, 경비 아저씨에게 할 수 있다면, 그 마음 한편에는 '저 사람에겐 내가 이렇게 해도 돼'라고 생각하는 갑질 본능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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