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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투고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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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pr 16. 2024

투고일지. 6



4년 만에 투고를 하려니, 어느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사이에 사업을 접은 듯한 출판사도 더러 보이고, 책을 낸 지 너무 오래된 출판사들도 보이고. 출판사에서 말하는 '힘들다, 힘들다' 하는 이야기가 온몸으로 체감되는 순간.


원고 검토 기간에만 두 달 정도가 걸린다는 출판사에도 원고를 보내보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1인 출판사에도 원고를 보내본다. 알고 지내는 출판사에는 원고를 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소셜미디어에서 맞팔이긴 하지만 사적으로 그다지 친분이 없는 몇몇 출판사에도 원고를 보내긴 했다. 맞팔이긴 해도 사적인 친분은 없으니 원고가 까인다 하더라도 크게 어색해질 일은 없겠지.


첫 책을 내기 전 작가 지망생 시절에는 내세울 이력이 하나도 없어서 오로지 글로만 인정받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학력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커리어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그런 점에서 내 첫 책과 두 번째 책, 세 번째 책을 투고 메일함에서 건져 작업해 준 편집자에겐 늘 고마운 마음이다.


4년 만에 투고를 하면서는, 그래도 출간기획서 저자 소개란에 지금껏 책 다섯을 냈다는 문구를 적을 수 있게 되었다. 아, 이 사람은 지금껏 책을 다섯이나 냈군 하면서, 한 줄이라도 더 읽어주겠지 하는 약아빠진 생각과 함께, 이 사람은 책을 다섯이나 냈으면서 글을 이렇게까지 밖에 못쓰나 하는 무시와 조롱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움이 크다.


단권을 넘어, 두 종 세 종 이상의 책을 내신 분들 중에서 투고를 하는 다른 작가님들의 심경도 나와 비슷할까. 아니면 나만 유별나게 이러는 걸까. 책을 다섯 내면 투고가 한결 쉬워지려나 싶었는데, 출판사 하나하나 던지는 그 마음은 4년 5년 전보다 더 무겁다. 작가 지망생 시절 투고를 하면서,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했던 심정이, 이제는 되면 본전이요, 아니 되면 부끄러움이요 하는 심정이 되어버린지라.


9만 자 A원고-

투고 16 / 반려 1 / 대기 15


3만 자 B원고-

투고 10 / 대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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