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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투고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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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pr 18. 2024

투고일지. 7




작가 지망생 시절 처음 출판사에 투고를 할 때는 하루에도 열 군데, 스무 군데씩 메일을 보내곤 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많이 보내지 않고 A원고는 16곳, B원고는 10곳에 보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글을 쓰는 일 자체가 그렇지만, 출판사 투고가 힘든 이유는 이게 엄청난 희망고문에 빠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가령 투고자가 10곳의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모든 출판사에서 메일을 열어본 것을 확인했다면, 그때부터 투고자는 자의식 과잉과 함께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알 수 없는 희망에 젖어드는 것이다.


투고자는 출판사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투고자가 출판사의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이미 투고된 원고는 담당 편집자의 휴지통에 들어가 삭제가 되었을지도 모르고, 그 과정에서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혹은 출간기획서 단계에서 원고가 폐기되었을 수도 있다. 또 몇몇 출판사에서는 원고의 제목이나, 메일 내용만 읽고서 원고는 열어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삭제 버튼을 눌렀을 수도 있다. 가까스로 투고 담당자의 호기심을 일으켜 원고가 출간 기획회의까지 올라가더라도 선임 편집자나 마케터의 반대 의견으로 더 이상의 허들을 뛰어넘지 못하고 역시나 원고 폐기의 수순을 밟았을지도 모른다. 


다만 출판사에서 확실한 반려 메일을 주기 전까지, 투고자의 투고 원고는 '대기' 상태로 놓여,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하게 되는 마음을 품게 되는 것이다. 그 '어쩌면' 뒤에 따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막무가내의 희망에 빠져 있다가 결국은 그보다 훨씬 커다란 절망감에 빠져 질식하게 되어버리는지도 모르고서.


원고 A

투고 16 / 반려 2 / 대기 14


원고 B

투고 10 / 대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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