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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월 May 29. 2018

스탠바이 큐! 웬디

영화 <스탠바이, 웬디>

*이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에서 제공한 시사회에서 영화를 관람 후에 작성되었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tand by:

1. (방관, 좌시하며) 가만히(그냥) 있다.

2. 대기하다.     


스탠바이는 보통 촬영장이나 무대에서 많쓰이는 단어이다. 흔히 스탠바이 뒤에 이어지는 말은 큐. 그 큐라는 말이 이어져야 사람들은 움직임을 시작한다. 그래서 스탠바이는 준비의 단어이고 알을 깨고 나오기 직전의 병아리처럼 시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스탠바이는 쓰임이 좀 다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웬디가 흥분을 하거나 당황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침착하게 가라앉히는 주문으로 스탠바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변 상황은 웬디에게 자유보다는 제한을 많이 준다. 그녀는 언제나 스탠바이. 곧 무대로 나갈 것이라고 계속 말만 하고 출연은 시키지 않는 감독 앞에서 배우는 언제까지고 준비만 할 수 없다. 무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무대를 찾으면 된다.     



그녀를 움직이게 한 동력은 그녀 자신의 욕망이었다. 자신과 어딘가 비슷한 면이 있는, 감정처리가 좀 힘든 인물 ‘스팍’이 주인공인 스타트렉의 시나리오 공모전에 자신의 시나리오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험난한 여정이 될 것 같았던 웬디의 세상 여행기가 다소 밋밋하고 쉬운 방향으로 흘러가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녀는 어쨌든 자신의 손으로 시나리오 제출에 성공하게 된다.    


빛이 닿을 곳을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는 광활하여 길을 잃기 쉽다.
우주를 떠돌던 작은 빛들은 어디로 갔을까?
    

영화의 시작과 끝부분에 나오는 웬디의 내레이션은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그녀 자신의 처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딘가로 향하는 빛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곳이 어딘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고 닿을 곳을 찾지 못해 헤매고 길을 잃게 되면 어떻게 될까 불안해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그것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은 다름 아닌 ‘다수와 소수’라는 그녀의 스타트렉 시나리오에서였다.  

    


논리적인 결론은 단 하나, 전진입니다.
미지의 세계는 정복해야지 두려워할 게 아니네.     

절대 가면 안 된다고 했던 마켓 가의 횡단보도에서도, 시나리오의 앞부분이 없어져 절망하고 있을 때에도, 그녀는 전진했고 그 세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녀도 무의식 중에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빛이라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상황을 알고 있는 듯이 시나리오 탈락 우편에서 파라마운트 픽쳐스는 그녀에게 이렇게 쓴다.     


      멈추지 마십시오.     

피트야 나랑 같이 갈래?


스탠바이는 끝났다. 이제 큐 사인을 외치고 웬디는 세상이라는 무대로 나가야 할 시간이다.


스탠바이 큐! 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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