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사진의 매력 (3)
필름 사진은 변수가 너무 많다. 카메라와 필름의 상태, 나의 조작, 그뿐만 아니라 현상소에서의 인화 방법에 따라 기대와는 다른 결과물을 만나게 된다. 사진 한 컷만이라도 원하는 대로 구현하고픈 열망 때문에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지 않았을까.
이 불편하고 불친절한 수동 필름 카메라를 쓰다 보면 느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실력이고, 다른 하나는 체념이다. 실력이야 아까운 필름 안 만들려고 공부할 수밖에 없다 보니 느는 것이고, 셔터를 누르고 현상할 때까지 품고 있던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매 번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체념도 느는 것이다. 예상과 실재의 차이를 더 줄여가며 실력과 체념이 반비례하기를 꿈꿔본다.
그래도 체념은 디지털카메라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에 필름 카메라만이 가진 매력이다.(라고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널 미워해야만 하는 거니
아니면 내 탓을 해야만 하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