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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기 May 06. 2020

그녀만의 원맨쇼... 시스터 액트

시스터 액트


#1. 캐나다 밴쿠버 연수 시절, 수업의 마지막 퍼포먼스로 모두가 합창해야 할 노래를 선곡해야할 일이 생겼다. 당시에 다양한 곡들이 후보에 올랐는데 내가 추천했던 곡이 바로 ‘Oh, Happy Day!’였다. 영화는 오합지졸의 학생들을 모아 특훈을 통해 실력을 펼치는 유망주로 변모시키는 어찌 보면 새롭거나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1편의 스토리를 잘 이어받아 나름 선방했던 영화로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밴쿠버에서 이 노래가 떠올랐던 이유는 합창에 어울리는 리듬과 선율, 그리고 각 파트별로 빛날 수 있는 순간들이 제각기 조화를 이뤘기 때문으로 기억한다. 교수님 또한 너무나 흡족해하셨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영화와 노래를 몰랐던 관계로 당시 행사 선곡으로는 불발되고 말았다. 영화 홍보와 인지도가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2. 이야기는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밀 아돌리노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한 여름 밤의 꿈>(1982)을 비롯해, <더티 댄싱>(1987)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관련이 깊다. 영화의 스토리도 그렇지만 어떻게 하면 음악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 많은 부분 고민한 흔적이 스크린에서 쉽게 엿보인다. 리노는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도시이다. 아래에 라스베이거스를 두고 있어 그 영향을 쉽게 받은 듯하다. 영화 <시스터 액트>(1992)는 그렇게 리노의 밤무대에서 삼류 가수로 일하는 들로리스(우피 골드버그 분)가 범죄조직의 두목인 빈스(하비 케이틀 분)의 범죄 현장을 목격하면서 시작한다. 빈스와 그의 일당은 목격자인 들로리스를 찾기에 혈안이 되고, 이를 경찰에 신고한 들로리스는 증인이 된다는 약속 하에 경찰의 보호를 받아 수녀원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수녀원에 들어간 그녀가 성가대 지도를 맡아 성당을 다시 재건시키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3. 사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면목이나 연기 스타일에서 비춰지듯이 코미디를 표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자체는 명암을 분명하게 구분해 관객들의 감정선을 가볍게 건드리는데 이 점이 나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범죄조직으로부터 쫓기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큰 고민과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활에 빠져들 수 있음은 그녀가 가진 선천적인 성격과 자라온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자칫 스릴러로 빠질 수도 있었던 무거운 주제를 관객들에게 가볍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드러내는 음악들이 결코 그 무게까지 함께 담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크 샤이먼이 맡은 영화의 OST는 관객들의 귓가에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사실 진부한 스토리보다도 등장하는 음악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 더 깊이 와 닿는 이유이다. 재미와 멜로디가 여러 목소리를 통해 하나로 모아진다는 점에서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든다.


#4. 주연을 맡은 우피 골드버그는 <사랑과 영혼>(1990), <에디>(1996) 등 통통 튀는 역할로 국내 팬들에게 자주 얼굴을 비춘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연기 스펙트럼이 코미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킹 오브 더 댄스홀>(2016)과 같은 뮤지컬 스타일을 비롯해 <9/11>(2017)에서는 긴장감 가득한 연출에 일조했으며, <하우스 오브 넘버스>(2009)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에도 등장하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컬러드 걸스>(2010)에서 보여준 그녀의 무게감은 다져진 연기력을 살펴보기에 충분하다. 어찌 됐건 이 영화 <시스터 액트>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작품인 건 사실인 듯싶다. 특정 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걷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 재미와 가치가 더해지는 것도 당연하고 말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작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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