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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기 May 13. 2020

최고의 콤비란 바로 이들을 말한다... 최가박당

최가박당(1982)


#1. 80~90년대는 홍콩 영화가 앞서나간 시기였다. 주제와 소재가 묵직하고 배우들의 연기력을 화면에 풀어내는 실력도 뛰어났다. 당시에 학교를 다녔다면 알만한 홍콩 배우들의 프로필 사진이 입혀진 책받침 하나 정도는 가졌던 적이 있었을 거다.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홍금보, 왕조현 등은 당시 홍콩 영화계를 책임졌던 1세대 스타들이다. 필자가 홍콩 영화에 푹 빠져들게 된 데에는 잘 알려진 무술 실력이나 암흑가 보스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속칭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배우들이 내뱉는 특유의 감칠 맛 나는 대사 때문이었다. 위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대사의 무게가 어떤 상황도 웃음과 여유로 승화시킬 수 있는 매력을 어필했던 것 같다. 홍콩 영화는 그렇게 필자의 젊은 시절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2. 홍콩 느와르를 끄집어내면 어떤 영화가 떠오를까? OST의 첫 소절만 들어도 정신이 번쩍 드는 그 유명한 <영웅본색>(1986)은 당연히 첫 줄에 오를 것이고, <지존무상>(1989), <첩혈쌍웅>(1989), <정전자>(1989) 등은 그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아군이다. 느와르를 벗어나 그 범위를 넓히면 <천녀유혼>(1987)과 <강시선생>(1985)도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다양한 장르가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고 하겠다. 이 인기에 힘입어 주윤발과 왕조현이 출연했던 국내 탄산우유음료 광고를 필자는 아직도 기억한다.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오늘은 이들의 틈에 끼여 크게 이름을 떨치지는 못했지만, 그들 사이에서 하나의 축을 담당했던 한 배우이자 작품을 잠시 끄적여보고자 한다. 씬 스틸러 같은 존재였지만 그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대상 말이다.


#3. 배우 증지위는 70년대에 스턴트맨으로 데뷔해 배우 인생으로는 늦게 꽃을 피운 인물이다. 많은 이들이 진가신 감독의 대표작인 <첨밀밀>(1996)에서 보여준 그의 강한 캐릭터를 기억하고 있을 테지만, 필자는 사실 그가 연출을 맡았던 홍콩 영화의 대표작 <최가박당>(1982)을 떠올린다. 필자의 머릿속에 맥가와 허관걸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의 이름을 새기게 했던 이 작품은 증지위 감독 특유의 코미디 색깔을 대사와 표정, 연기, 그리고 상황에 절묘하고도 유쾌하게 녹아내리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홍콩을 무대로 다이아몬드 털이를 하는 도둑 금강(허관걸 분)과 홍콩 경시청의 요청으로 미국에서 돌아온 형사반장 알버트(맥가 분)가 콤비를 이뤄 국제적인 범죄도둑 흰장갑과 다이아몬드를 두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코믹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4. 증지위 감독은 배우로서도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 줄 아는 특유의 코믹 대사를 내뱉기도 하지만, 감독으로서도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만들어 관객이 이를 받아들이는데 부담을 덜어주도록 만드는 연출력이 상당하다. 총과 칼, 폭탄 등이 눈앞에 오가고 목숨을 건 추격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긴장감은 유지한 채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그 무게를 줄이고 대사를 통해 관객들이 상황을 가볍게 받아들이도록 배려함은 증지위 감독만이 해낼 수 있는 실력이라고 가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들의 대사 자체로도 재미와 웃음이 가득하지만 그 대사를 상황에 알맞게 던지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잘 이끌어내는 건 이 영화만의 매력이다. 홍콩 영화를 떠올리면 바로 머릿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이 영화 <최가박당>이 생각나는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 같다.


2020.05.13.

an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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