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를 외쳐보자
'이유'란 무엇인가.
'이유'와 유통기한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우리는 살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일을 해왔고,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내가 오늘 2월 4일, 오후 11시 34분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아마 지금부터 10분 뒤에는 이 글을 계속 쓰고 있을 것이고, 계획 대로만 되면 앞으로 한 시간쯤 후에는 옆에 있는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 하나의 화면을 통해 이 글을 읽고 있으며, 글을 읽는 동시에 숨을 쉬고, 집중하고 있다. 물론 숨쉬기는 우리도 모르게 저절로 진행되고 있는 잠재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다.
이렇게 많은 '할 일'에는 이유가 꼭 따른다. '왜?'라는 질문을 통해서. 이유라는 게 존재함으로써 우리에게 할 일이 주어지고 이 이유는 개개인이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굉장한 힘이다. 그러므로 한가지 행동에 꼭 한 가지 이유만 따르는 법이 없는 것이다. 나는 단순히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고, 배가 고파서 밥을 먹지만; 내가 모르는 누구 한 명은 살고 싶어서 물을 마시고, 언제 또 먹을 수 있을지 몰라서 지금 당장 밥을 먹고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취하는 모든 행동에 의미를 심어주는 '이유'가 곧 우리 삶에 자극을 줄 수 있고 이 자극을 통해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을 이뤄낼 힘이 생긴다.
즉, 모든 성공과 실패의 근원지는 '이유'라는 곳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이유가 행동에 뜻을 담아주고, 이 뜻에 힘을 얻어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경우를 보고 우리는 성공이라고 한다.
반대로 어떤 이유로 인해 행동에 의미는 생겼지만, 해야 할 일을 끝까지 이뤄내지 못하는 경우를 보고 실패라고 한다.
하나의 이유에서 성공까지 갈 수 있다면, 도대체 우리 주변에는 왜 실패한 모습이 흔하고 '실패'라는 단어가 웹과 책에 수두룩한 걸까. 실패란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성공을 겪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실패를 겪어봤을 것이다. 이 말을 못 믿겠다면 자신에게 질문을 하라: 과연 실패 없이 성공을 구분할 방법이 있을까. 실패가 있기에 성공이 있고, 성공이 있기에 실패가 있다. 첫 번째 마라톤에서 완주를 못 하여 실패를 경험했다면, 두 번째 마라톤에서 완주하는 순간에 성공이란 과정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다시 말하여 실패와 성공은 공존하는 과정일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대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이종범 웹툰 작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실패하여 슬럼프라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정한 '이유'가 그 일의 유통기한이 끝나게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로 장학금도 받고 꾸준히 높은 성적을 유지해왔다. 이때만 해도 사회에 나와서 성공한다는 생각은 나에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 나는 오로지 공부로 성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와서 나는 공부로 인해 따끔한 실패를 맛보게 되었다. 고등학교에서 잘했던 공부가 대학교에 와서 엉망이 되는 것이었다. 처음 공부로 크게 실패란 과정을 겪은 나는 대학교 공부의 유형과 대학생의 생활 환경을 탓했고 단 한 번도 내가 대학교에 와서 공부하는 이유를 나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교에서 공부가 어려웠던 이유는 공부를 해야 하는 나만의 이유의 유통기한이 지났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는 훌륭한 대학교에 가기 위해 죽어라 공부를 했다. 내가 공부한 이유는 대학교에 붙기 때문이었다. 좋은 대학교에 가야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깐. 눈 뜨자마자 책을 읽고 방 벽에는 공부하면서 기록한 노트들을 빼곡히 붙여놨었다. 하지만 내가 희망한 대학교에 온 지금의 나는, 공부의 유통기한이 끝난 것이다. 더구나 공부만 바라보던 좁은 시야에서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시작했고 이런 과정 속에서 공부의 이유란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창업과 사교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하고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됐다. 성적이 떨어지는 슬럼프 속에서 살던 나는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하고 싶은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시간이 흐르고 지금 나는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다.
기존에 존재했던 이유로 내가 하는 일의 유통기한이 다 됐기 때문에 나는 새로운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나만의 성공을 위해 이유를 찾았으며 계속 더 찾고 있는 중이다. 나는 왜 성공하고 싶은가. 나는 왜 공부를 잘하고 싶은가. 나는 도대체 왜 나만의 이유를 찾아야 하는가. 이처럼 실패를 경험하고 슬럼프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이 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이유의 유통기한이 다 된 거는 아닌지 확인해봐라. 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해야 되는 건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라. 왜?
[본 내용은 2018.02.05 에 제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