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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oljstyle Jun 20. 2024

캐치패션 CMO로 일했던 2년간의 회고 Part.2

광고 캠페인의 시작과 끝. 애드브리프


 이렇게 좋은 플랫폼인데 왜 사람들이 안 알아주지?


 기존 히스토리 파악하며 플랫폼, 마케팅의 개선점을 찾아나갔다.


캐치패션 캠페인 분석

캐치패션은 약 6개월 전 빅모델을 선정하고 광고를 온에어 하였지만 그에 따른 유입이나 매출 전환은 기대이하였다.


광고를 조기 중단 하였지만 수개월 분의 cash가 소진된 후였고 이 여파로 인해 추후 마케팅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운신의 폭이 제한되었다.

캐치패션은 2019년 TVC를 포함한 광고 캠페인을 집행했다.   

먼저 지난 광고 캠페인 분석을 해보자.  

무엇이 문제였을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1) 명확한 광고 목표(Ad Brief)의 부재

(2) 광고 캠페인 연계한 서비스의 준비 미흡

(3) Negative Creative 전략의 위험성이다.


스타트업에서 작게는 몇 억에서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광고를 하겠다고 의사결정이 되면, 마케팅 담당자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광고 대행사를 물색하는 것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또는 대표나 주변 스타트업 지인이 추천하는 광고 대행사 몇 개를 찾아 컨택하면 어렵지 않게 미팅이 이루어진다.


다들 스마트하고 세련된 분위기, 성공적인 캠페인 레퍼런스, 수려한 언변을 갖추고 있어 어떤 곳을 선택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중 한 대행사가 담당했던 한 스타트업의 캠페인이 업계에서 꽤나 화제가 되었고 그 후  대규모의 투자를 받았던 것이 가장 맘에 들어 계약을 하게 된다.  


몇 번의 미팅을 거치면서 우리의 상황을 이야기하다 보니 1달 만에 그럴듯한 전략 방향과 화려한 크리에이티브가 전달이 되었다.


유명 모델 중 누구를 고를지 고민하는 것도 즐겁고 그 모델의 의상부터 헤어까지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다.


광고 촬영 장 가장 앞줄에 전용 모니터 앞에 앉으니  비로소 내가 조물주 위에 광고주가 된 기분이다.

촬영장에서 먹는 간식이 맛있긴 하다;

몇 주 후 완성된 광고가 전달되었다.  내부시사를 하니 반응도 좋다.


역시 마케터는 다르다며 개발자들이 슬랙에 따봉(?)을날려주니 보람차다.


이때 전달된 매체 계획 문서는 무슨 이야기 인지 잘 모르겠지만 A안과 B안 중 A 안이 우리 타깃이 많이 볼 것 같은 예능 프로그램 비중이 높아 보이니 선택하였다.


영상광고와 함께 전달된 IMC 프로그램도 알차게 구성된 것 같다. 요즈음 대세인 성수동 팝업이라니!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고 온에어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광고 캠페인 어려울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다. 나는 이제 TV캠페인을 집행해 본 진정한 브랜드 마케터가 되었다.


그런데 왜 유입은 기대이하이고 매출 전환 수치는 늘지 않을까?

  

(1) AD Brief의 중요성

광고 캠페인을 하기로 의사결정이 된 후 마케터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AD Brief를 작성하는 일이다. 명확한 Brief야 말로 성공적인 캠페인의 알파요 오메가인 것이다.


AD Brief는 아래와 같이 구성된다.


 -광고의 정량적/정성적 목표

 -3C분석(고객과 경쟁사 및 자사 분석),

 -타깃 설정

 -메시지(what to say -usp 등 고려 )

 -매체 및 브랜드가이드라인


 대부분의 마케터가 AD Brief를 작성한다. 다만 고민과 준비 없이 건강 검진 문진표 작성 하듯 양식만 채우거나 의사결정자, 내부 구성원과 충분한 내부 리뷰를 거치지 않고 광고대행사에 발송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스타트업의 경우는 아예 Brief자체를 작성하지 않고 광고주 인터뷰를 통해 대행사 AE가 작성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것에 놀랐는데 캐치패션의 경우도 그러하였다. 심지어 마케팅팀의 CRM담당자조차 광고가 온에어 되고 난 후 TV를 통해 광고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할 만큼, 사내 커뮤니케이션  또한 부족했다.


AD Brief 작성 시 반드시 아래 사항을 점검해야 한다.


-3C분석을 위해서 최대한 다양한 내, 외부 자료 수집을 한다.

 : CJ, 야놀자의 경우 실적분석은 물론, 전년도 캠페인의 광고효과 분석, U&A등 내부 데이터뿐만 아니라, 국내외 트렌드,  nilsen, kantar 등의 외부 자료를 참고하고 수차례의 FGI를 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자료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가능한 많은 자료를, 다각도에서 살피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분석을 통해 나온 인사이트에 '핵심 역량'과 '경쟁강도' 등을 고려해서 광고의 목표와 메시지를 결정한다.

 : 인사이트가 A방향이라고 도출된 후라도 이를 광고의 메시지로 결정하기 전, A방향의 메시지를 경쟁사가 선점하고 있다면 재고려해야 한다. 기존의 고객 인식을 광고를 통해 자사로 전환할 수 있을 만한 광고 매체물량과 value chain의 역량이 있다면 해당 메시지를 고수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차순위의 메시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ex) 고객이 OTA 선택에 가장 중요한 속성이 ‘가격경쟁력‘이라고 할지라도 모 브랜드가 초특가라는 메시지를 선점하고 있고 가격경쟁력이 더 뛰어날 경우, 차순위의 중요속성인 ’숙소 선택의 다양성‘을 메시지로 선정하고 해당 속성의 중요성을 고객에게 설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최소한의 메시지의 효과를 검증을 할 수 있는 테스트를 시행한다.

 : 광고 메시지를 DA형태로 전환 테스트를 할 수 있고, 여유가 있을 경우 Animatics로 제작해 사전 광고 효과 조사를 할 수 도 있다.(CJ에서는 이 조사를 통해 광고 반응이 5점 만점에 4점 이상 되지 않으면 온에어 하지 못하기도 했다) 예산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경우 타깃이 되는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여주며 반응을 살피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테스트들의 결과는 내, 외부 이해 관계자에게 훌륭한 설득도구가 되기도 한다.


-메시지가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경영진 포함 내부 구성원에게 충분한 피드백을 받고 수정을 결정한다.

 : 스타트업의 경우 대부분의 광고는 회사의 생존(=나의 커리어)을 걸고 집행되기 때문에, 내가 개발등의 직무라 할지라도 마케터가 선정한 광고 메시지에 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

고객입장에서는 메시지가 공감이 되는지, Value chain의 구성원으로서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인지 (deliverble, over promise가 아닌지) 충분한 의견을 개진한다.

마케터는 이러한 내부 피드백에 귀를 기울인다. 물론 피드백의 반영 여부는 마케터의 선택이다.

나의 경우 통상 AD Brief작성 및 확정에만 최소 2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광고 의사결정 후 온에어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지만, 충분한 고민과 내부 의사결정을 거쳤기 때문에 대행사에게 보다 명확한 가이드를 줄 수 있고 웬만한 의사 방향은 담당자선에서 피드백이 가능하기에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혼선 없이 캠페인을 준비할 수 있다.  

 

(2) 광고 캠페인 연계한 서비스의 준비

광고가 아무리 반응이 좋고 화제성이 있어도 유입 및 전환에 대한 내부의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여기서 철저한 준비란 제조업의 경우 충분한 취급률과 고객 Trial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의 준비이고  IT서비스 업계의 경우 Target CDJ(Customer Decision Journey)에 따른 conversion 전략의 수립이다.


캐치패션은 광고 전 Funnel  단계별 전환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로 캠페인을 온에어 하였다.

(이것이 앞 글에서 말한 상상도 못 했던 사실들의 일부이다.)


-주요 매체의 SDK(Software Development Kit)는 미설치되어 있어 오직 트래픽 캠페인으로만 디지털 광고가 진행  

-회원가입 다양성&편의성 부족

-분석을 및 성과 측정을 위한 MMP(Moblie Measurement Partner) 미설치

-리타깃팅 및 광고 후 시나리오 별 CRM 계획 전무

-광고 연계한 충분한 MD계획 및 임팩트 있는 구매 유도 프로그램 부족…


앞으로 할 일이 많은 것은 좋았으나..이러한 서비스의 준비 상태에서 써 버린 광고비가 너무 아까웠다.  


(3) Negative Creative 전략의 위험성

  광고는 '당신의 명품을 의심하라'라는 도발적인 메시지로 경쟁사의 가품 판매 가능성을 지적했고 더욱 강렬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흑백화면으로, 마네킹등의 그로테스크한 소품 등을 활용하여 전달하는 티징 전략을 취했다.


 여기에 Phase를 나누어 후속으로 동일한 Tone & Manner의 visual로 캐치패션의 다양한 장점을 소구 하는 멀티 소재를 후속으로 온에어 하였다.

캐치패션 '당신의 명품을 의심하라' 편
프로모션 시안이 무섭기까지 하다...

 소위 Negative Creative 전략인데, 이는 다른 브랜드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상대적으로 자사 브랜드의 지위를 상승시키는 동시에 소비자의 관심을 상기시키는 광고 기법이다.


다만  Negative Creative전략은 아래와 같은 Risk가 있어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


 (1) 부정적인 메시지와 어두운 비주얼이 오히려 해당 브랜드의 연상에 전이될 수 있다.

 (2) 오히려 경쟁사 고객(타깃 고객)의 반발을 유발할 수 있다.

     '내가 수백만 원을 주고 A사에서 구매한 명품이 가품일 수 있다고? 절대 아님! 저 캐치패션은 도대체 몬데 왜 기분 잡치게 하는 거야?'

 (3) 경쟁사가 명예훼손이나 불공정 경쟁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경우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가 있을 수 있다

  : 실제로 캐치패션은 경쟁사와의 소송에 많은 자원을 낭비했다.


phase를 나누어서 메시지를 분산하기 보다는, 우리의 장점을 보다 심플한 메시지로 표현한 ‘한 편의 광고를 호감 있는 Visual로 전달하는 것‘이 브랜딩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매체비가 삼성전자만큼 많지 않은 한 말이다.


 이밖에 입사 후 한 달 동안 브랜드 전략 수립 및 , 유입, 전환, CRM 등 다양한 플랫폼의 현황을 분석하고 가설을 세우며 정신없이 보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내부 사정을 알아갈수록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의욕만은 대단했다.


개발자의 전원 퇴사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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