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 국립공원
아침에 일어나니 앞 허벅지랑 팔이 당겼다. 어제 쇠사슬을 잡고 긴장해서 그런 듯했다. 이번 여행에서 숱하게 하이킹을 했어도 끄떡없었는데.
오늘은 9번 도로를 타고 1930년대 완공된 카멜터널을 통과해 캐년 오버룩을 보고 아처스 국입공원과 캐년랜드 국립공원이 있는 모압으로 가기로 했다.
지난겨울에 카멜터널을 통과해서 자이언 캐년으로 들어올 때는 15불을 냈는데 나갈 때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다. 카멜터널을 나가면 바로 캐년 오버룩 트레일 헤드가 있다. 트레일 헤드에는 주차할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내가 주차하고 싶을 때 누군가 떠나는 엄청난 운이 따르던가 일찍 도착하던가 하지 않으면 조금 도로를 더 내려가서 주차해야 한다. 우리는 10시에 도착했는데 운이 좋았다. 12월 크리스마스 연휴 때보다 8월 중하순인 이때가 더 한산했다.
왕복 1.6킬로미터. 그동안의 하이킹에 단련된 우리 가족은 이제 이 정도 길은 9분 만에 뛰어 올라갈 수 있었다.
9분이라는 작은 노력에 비해 보상이 컸다. 층층이 퇴적된 퇴적층이 버진리버에 깎인 협곡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었을까. 층마다 다른 색의 퇴적물이 있다. 캐년 봉우리는 쥐라기 중기부터 1억 7천만 년 정도까지 퇴적된 카멜층이다. 카멜층은 한때 바다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해양 이암과 바닷물이 증발해서 형성되는 증발암인 석고층 석회암 등 다양한 암석이 있다. 카멜 터널도 카멜층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일까.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카멜층은 대부분 침식되고 남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쌓고 깎고 바닷속에 잠겼다가 말라 건조한 지역이 되고. 늘 육지였던 펜실베니아와는 달리 미국 서부는 반건조 오징어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곳 같다.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차로 돌아왔다. 이제 모압에서 3박을 하고 솔크레이트 시티로 돌아와 하루를 자고 나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여행이 열흘을 넘어가면 지쳐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드는데 이번 여행은 한 달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아시아 음식은 먹고 싶어서 점심에는 모압에 가는 길에 있는 도시인 리치필드에서 중국음식을 먹었다.
중국음식은 그저 그랬지만 후식으로 먹은 맥도널드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어서 이후 맥도널드만 보이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가격도 동부의 반값이었다. 동부에서는 콘 하나에 3.5 달러 정도인데 여기는 1.79달러. 솔크레이트 시티에서는 1.9달러였다. 자이언국립공원에서 아처스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이라면 리치필드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