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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Sep 19. 2023

여행 마지막 날, 보네빌 소금호수 - 솔크레이트 시티

솔크레이트 시티

모압에서 솔크레이트 시티로 가는 날이었다.  

솔크레이트 시티에서 하룻밤을 자고 오전 11시 비행기를 타고 필라델피아 집으로 가면 여행도 끝이다.

그 후 일주일을 보내면 두 달 반이 조금 넘었던 아이들 여름방학도 끝이다.


점심 즈음에 솔크레이트 시티에 도착할 수 있게 아침 9시쯤에 숙소에서 체크아웃했다.

점심을 먹고 여행의 시작, 글래시어 국립공원에서 자이언 국립공원으로 가는 중간 기점으로, 여행 마지막 날. 이렇게 삼일이나 솔크레이트 시티에 묵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솔크레이트 시티는 그냥 잠만 자고 거쳐가는 도시였다.  

세계에서 제일 큰 코스트코도 솔크레이크 시티에 있다는데 궁금했지만 월마트에서 대충 장을 봤다.

몰몬교 건축물도 예쁘다던데 그림자 근처도 못 갔다.

여행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반나절 정도 도시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솔크레이크 시티는 몰몬교가 와서 정착한 도시라고 한다.

1840년대 중반부터 1860년대 후반까지 7만 명의 몰몬교도들이 일리노이에서 온 식구와 집안 집기를 달구지에 싣고 걸어서 오느라 많이 굶어 죽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애써 와서 건축까지 하다니. ‘종교의 힘은 이렇게 대단한 것인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건축은 공사 중이라 보지도 못했다.

심지어 일요일이라 도시가 텅 비어 있었다.

템플 스퀘어 근처에 있는 모든 식당과 가게도 문을 닫았다. 맥도널드마저도.

어쩐지 일요일에는 길에 주차비도 무료 더니.

무료일 만했다.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결국 우리는 일찌감치 호텔로 가기로 했다.

템플스퀘어에서 먹으려고 했던 맥도널드 아이스크림콘을 먹을 수 있을까 해서 검색해 봤더니 숙소에 가는 길에 있는 템플스퀘어에서 조금 떨어진 맥도널드 중에서 3시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이랑 커피를 주문하려고 드라이브 스루로 갔다.  

맥도널드 드라이브 스루는 늘 붐비는데 그렇게 텅 빈 곳은 처음이었다.

의아해하며 주문을 하는 곳으로 갔는데 어떤 남자가 주문받는 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살짝 풀린 눈과 헝클어진 머리. 느릿느릿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고는 다가왔다.

온몸에 솜털이 쭈뼛섰다.

"그냥 돌아서 가자! 창문 열지 마. 그냥 먹지 말자."

결국 그 사람을 지나쳐 호텔로 운전해 갔다.

모퉁이마다 노숙자가 있었다.

‘경비가 여기저기 있는 템플 스퀘어 밖은 이런 풍경이구나.’

경찰도 있었지만 딱히 노숙자를 간섭하지 않았다.

깨끗한 템플스퀘어 안과 이렇게 다르다니.


숙소에 도착하니 겨우 4시였다.

우리는 왕복 3시간이 걸려서 포기했던 보네빌 호수에 가기로 했다.

좀 피곤하긴 했지만 어차피 숙소도 호텔이라 좁은 방에 침대 2개밖에 없어서 딱히 쉬기 편한 곳도 아니었다. 사실 숙소에 늘어져 있어서 뭐 하겠는가.


5시 반에 보네빌 호수에 도착했더니 해는 넘어가려는 기미조차 없었다.

게다가 흰 소금이 반사하는 해는 어찌나 뜨거운지.

별달리 할 것도 없어서 ’참 신기한 곳이군. 이제 다 봤으니까 돌아 가자.’ 하고 표지판을 다시 봤다.

표지판을 찬찬히 읽어보니 호수 너머에 스피드 웨이가 있단다. 자그마치 1930년대에 로켓엔진을 차에 달고 시속 600마일, 그러니까 시속 1000킬로미터로 달렸던 도로다.

그래서 잠시 머물렀던 보네빌 호수에서 2.5마일 정도 직진하다가 우회전해서 외길을 따라 들어갔다. 거기에는 또 다른 보네빌 호수 표지판이 보이는 막다른 길이 있었다.



얼마 전 솔크레이트 시티에 비가 많이 와서인지 소금 호수에 물웅덩이가 남아 있었다.

사람들이 신발을 벗고 소금 물웅덩이를 걷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물웅덩이로 들어갔다.

“오” “아” ”좀 하지 마.” 아이들은 소금 때문에 발바닥이 아파서 기대다가 서로 핀잔도 줬다. 소금 결정이 덜 뾰족한 곳을 찾아다니며 돌아 돌아 소금 웅덩이를 나왔다.

이제 발을 씻을 차례.

다행히 차에 있던 생수로 발을 씻었다.


차에 타기 전에 다시 호수를 돌아봤다.

해가 지기 전이라 호수에는 작정하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더 몰려왔다.

람보르기니, 페라리를 몰고 와 어디서 라마까지 빌렸는지 라마와 스포츠카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

빨간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 여자.

턱시도를 입은 남자와 흰 드레스를 입은 여자.

저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여행길에 오른 이들이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차 뒤편으로 해가 완전히 지고 밤이 됐다.

이제 여행이 끝났다.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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