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구원할 신기술이 등장했다. 게임만 하면 돈을 번단다. 게임을 즐기려면 돈을 내는 것이 상식인데, 돈 줄 테니 게임을 하라고 한다. 동남아 어떤 나라에서는 어지간한 일자리의 월급보다 훨씬 많이 벌었단다. 늦기 전에 나도 해야만 하는 걸까?
Play to Earn, P2E라 불리는 이상한 게임에 대한민국이 들썩인다. 대체 불가능 토큰, 메타버스.... 낯선 단어들을 엮고 섞으며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 펌프질을 한다. 유수의 게임사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들고, 테라 사태로 무너진 블록체인 생태계를 되살릴 구원투수라 자임한다.
게임하면 돈 번다는 모델, 생각해 보니 그리 새롭지 않다. 카드놀이 카지노도 그렇고 슬롯머신 파친코도 그렇고, 전자오락실 가위바위보 게임도 돈 번다고 유혹했다. 로또나 토토 역시도 숫자 맞추기 '게임' 아닌가?
P2E 붐을 촉발시킨 엑시인피니티를 보자. 코로나로 실직한 필리핀 사람들이 이 게임으로 꽤 많은 수입을 얻었다고 한다. 그랬을 테다. 그런데 돈 번다는 이야기는 폭포처럼 쏟아지는데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말은 쏙 빠져있다. 100만 원이 넘는 아이템을 '먼저 구매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돈 벌 수 있는 기회, 새로운 직장을 얻기 위한 입장료? 뉴스에서 많이 듣던 이야기다. "채용 조건으로 기부금을 받은 사립학교 비리 수사 중...."
한국산 P2E 게임인 위메이드의 미르4는 한 달에 431,250원을 벌 수 있다는 정교한(?) 수익모델로 언론에 회자되었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24시간 한 달 내내 게임을 해야만 벌 수 있다는 비밀은 당연히 '안알려줌'이다.
어찌 되었건 버는 방법은 있다고 치자. 버는 놈이 있다면 내는 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유튜브처럼 광고 수익으로 돌려 막기를 하려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오직 신규 가입자의 입장료가 원천이다. 새로운 가입자가 계속 유입되어야 돌아가는 구조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어디선가 많이 본 모델이다. 피라미드, 폰지....
P2E와 관련된 기사들을 진지하게 파고들어 가 보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저개발국가, 빈곤 등의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 한국 사람들에게 한 달 40만 원은 월급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에구,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는 나름 해볼 만한 직업이겠지만 한국에서는 이걸로 돈 벌긴 어렵겠구나....
"Minors(약자) being Miners(광부) in the video games"라는 게임업계의 슬픈 농담이 있다. 여기에서 약자란 하이 레벨로 점프하는 고급 아이템을 구매하기 어려운 가난한 게이머들을 말한다. 돈이 없는 게이머들은 마치 석탄 광산의 광부처럼 필사적인 클릭질만 거듭하는 신세가 된다는 의미다. 돈이 없으면 몸과 시간으로 땜빵해야 한다.
돈 많은 나라, 돈 많은 사람들은 입장료 아니 속행료로 돈 왕창 내고 왕 노릇 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놀이공원 줄 서기를 건너뛰는 프리패스 사용권과 비슷하다고 할까?
나름 부자 나라의 반열에 오른 한국 사람들은 딱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부자들이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고,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시간을 투자해서 쏠쏠한 월급을 가져가는 게 뭐가 어때서?
나 에이브러햄 링컨은, 이 상황이 또 하나의 노예 경제로 보인다. 살려는 주고 밥은 먹여 주지만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평생 단순노동을 반복하는 노예들의 삶.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도 없고 향상도 기대할 수 없는 수평선 같은 삶...
우리는 이 상황을 한국 땅 바깥에서 벌어지는 딴 나라의 이야기로 착각한다.
절대 아니다.
월 40만 원은 저개발 국가의 월급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초중고등학생들에도 아주 넉넉한 용돈이 된다. 당신의 어린 자식들, 한국의 미래를 이끌 새싹들이, 낮이건 밤이건 방안에 처박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핸드폰만 끄적대며,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을 푼돈과 교환하는 상황이, 흐뭇하신가?
망국으로 이끄는 노예 경제 P2E를 지금 당장 멈춰라!
@포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