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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고고학 Feb 18. 2024

자연과 소리

1.     수많은 정보들이 매일 같이 쏟아진다. 이젠 사사로이 나눠진 말들까지 정보가 되어, 끊임없이 우리 일상을 에워싸,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사실을 벗어난 이야기는 이제 거짓과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 한 가운데에 서게 된다. 그리고 궁금하지 않은 정보들이 일상의 오락거리가 되어, 끊임없이 우리들의 권태감을 자극하고 이야기를 재창조하여 그 권태를 달래려는 듯하다. 

2.     파도 같이 몰려오는 정보들 속에서, 굉장한 피로감을 느낀다. 잠시 이 정보들로부터 벗어나려 시도해본다. 정보를 넘어, 정보를 구성하는 이야기로, 그리고 이야기를 거쳐 언어로, 이제 분절된 형태로서 기표와 기의로,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지지하고 있는 ‘소리’ 그 자체, 자연으로. 최초의 사건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지금의 수많은 정보들 틈 속에서, 언어가 탄생하고 말이라는 소리가 입혀지고, 논리로 이야기가 꾸며져 정보로 완성되는, 자연이라는 사실로 들어가본다.

3.     이 자연 안에서는 사태 그 자체만이 중요하다. 여기엔 어떠한 가치 판단도 개입돼 있지 않다. 거짓과 진실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제기 되기 전, 가장 순수한 형태, 직감과 느낌으로 소통하는 그 영역. 우리 내 삶에 다양한 말들과 정보들이 진실과 거짓을 모호하게 한다면, 자연은 그저 어떤 언어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본연의 형태로 우리에게 원초적인 느낌으로 전달된다.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를 초대한다. 그럼에도 수많은 말들과 이설들 틈에 우리는 쉬이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우리는 자연 본연의 소리를 잊은 채, 우리가 만들어내는 언어의 소리에 쉽게 현혹된다. 쉽게 미워하고, 분노하고, 다시 이야기를 재창조하여, 우리의 감정과 미움에 이유를 합리성과 이유를 덧붙인다. 그리고 더욱 사실과 멀어지고, 더 본연의 사태와 멀어진다. 잠시 인간의 소리를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이 소리엔 어떤 가치도 개입돼 있지 않고, 소리 그 자체만 있을 뿐이다. 미움도, 분노도, 편견도 없다. 흘러가는 소리와 들어오는 소리, 어느 누구도 이 소리를 막을 수 없고, 차등을 들 수도 없다. 어떤 소리에 무게를 두고 의미를 두고 언어를 입히느냐, 온전히 내 몫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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