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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y Mar 16. 2018

<호주 생활> Go, Jony - 마지막

사막

뭔가 특별한 날의 아침은 알람시계가 필요 없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두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곤 했으니까. 새벽 다섯 시의 아침, 저 멀리 사막에선 동이 트고 있었다. 

자고 일어난 이불을 차에 실었다. 뒷좌석 쪽이 박살 났지만 계속 보다 보니 조금 꼴 보기 싫을 뿐이었지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운전하는 데 지장 없다는 건 정말 다행이었다. 오늘은 무려 9시간을 달려야 되니까. 반년 동안의 사막 생활을 청산하고 향하는 곳은 버셀톤(Busselton)이라는 곳인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바다열차가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마지막 한 달간의 휴양을 할 생각이었다.


결국 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무려 5년 만에 대학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그런 건 앞으로 남은 몇십 년의 삶에서 정말 작은 부분이니까. 그리고 혹시 다시 호주로 오고 싶다면, 그때 와서 다시 시작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나의 차는 칼굴리 서쪽 로터리를 빠져나와 끝이 안 보이는 일직선의 고속도로를 달렸다. 아마 지구의 탄생과 같이 한 이 나이 많은 사막에서, 어제도 안 흘렀던 눈물이 흘렀다. 반년 간 돈을 벌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짧은 연애를 하고, 중고차를 사고, 방송에 나왔다. 이렇게 알차게 보낸 반년이 있었던가. 무엇보다 모든 것들을 걷어내고 얻은 가장 귀중한 한 가지, 내가 칼굴리 광산촌에서 발견한 금(Gold)은 바로 좋은 친구들이었다. 

나에게 워킹홀리데이란 무엇이었나. 단순히 돈 몇 억보다, 사실 그것보다 훨씬 적은 돈을 가지고 가는 나지만, 난 훨씬 많은 걸 보았고, 배웠고, 해냈다.


그리고 난 확신했다.


난 잘해왔고, 잘 할 것이고, 잘 해나갈 것이라고.


Busselton J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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