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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y Mar 28. 2018

<내일로> 군산, 두 번째

군산박물관

7.22 화요일.

“일어나요! 어여 일어나서 밥들 먹어잉.”

오전 9시가 되자 집주인 이모가 숙면 중인 투숙객들을 깨우러 다녔다. 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내 방 룸메이트 남자들은 아침부터 이성당에 줄 서러 떠났다. 창 밖엔 비가 온다. 집주인에게 우산을 빌렸다. 이 숙소에서 하루 더 지내니, 오늘은 군산을 천천히 돌아볼 예정이다.

걸어 박물관에 도착했다. 군산은 일제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닌 곳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일제강점기 군산은 넓은 곡창지대를 가진 항구도시로서 경제, 군사적 요충지였다. 그 세월만큼 수많은 수탈의 역사가 있어왔다. 당시 군산항에는 쌀이 탑처럼 쌓였는데, 그 쌀이 일본으로 실어 날라졌고 태평양전쟁 시 군량미가 되었다. 조선농민들은 일제강점기로 들어서며 토지를 빼앗긴 소작농이 되었고, 농촌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군산 같은 도시로 몰려들었는데 군산은 인구 대비 전국에서 그 비중이 가장 많았다. 주민들은 토막집에 다닥다닥 붙어살며 공장, 부두에서 일을 하였다.


토막집. 산비탈에 저런 집들을 짓고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거대한 쌀탑. 군산의 쌀들은 태평양전쟁의 군량미로 쓰였다.
토요일 오후 2시, 3시에 오면 주민들이 직접 자원봉사로 공연하는, 그 시대를 재현한 연극을 볼 수 있다.





군산은 대한민국 영화사에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1948년부터 2014년까지 104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박물관 내부에서 심청전이 상영중이다.


<6월의 꽃>이라는 특별전시 진행 중이다. 6.25 당시 군산을 테마로 했다. 영상실에 가면 참전용사들의 사진이 뜬다. 개개인의 경험담을 헤드셋으로 청취 가능하다.

얼마 전 알았다. 참전용사분들이 국가보조금으로 받는 금액은 월 9만 원이었단 걸. 이념이 개인에게 바라는 희생은 크다. 현재 발전한 대한민국은 그분들의 희생 아래 섰음에도 대한민국은 그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다만 이기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현재 살아가는 세상이, 누군가가 대가 없이 총성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걸 기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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