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박물관
7.22 화요일.
“일어나요! 어여 일어나서 밥들 먹어잉.”
오전 9시가 되자 집주인 이모가 숙면 중인 투숙객들을 깨우러 다녔다. 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내 방 룸메이트 남자들은 아침부터 이성당에 줄 서러 떠났다. 창 밖엔 비가 온다. 집주인에게 우산을 빌렸다. 이 숙소에서 하루 더 지내니, 오늘은 군산을 천천히 돌아볼 예정이다.
걸어 박물관에 도착했다. 군산은 일제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닌 곳이다.
일제강점기 군산은 넓은 곡창지대를 가진 항구도시로서 경제, 군사적 요충지였다. 그 세월만큼 수많은 수탈의 역사가 있어왔다. 당시 군산항에는 쌀이 탑처럼 쌓였는데, 그 쌀이 일본으로 실어 날라졌고 태평양전쟁 시 군량미가 되었다. 조선농민들은 일제강점기로 들어서며 토지를 빼앗긴 소작농이 되었고, 농촌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군산 같은 도시로 몰려들었는데 군산은 인구 대비 전국에서 그 비중이 가장 많았다. 주민들은 토막집에 다닥다닥 붙어살며 공장, 부두에서 일을 하였다.
군산은 대한민국 영화사에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1948년부터 2014년까지 104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6월의 꽃>이라는 특별전시 진행 중이다. 6.25 당시 군산을 테마로 했다. 영상실에 가면 참전용사들의 사진이 뜬다. 개개인의 경험담을 헤드셋으로 청취 가능하다.
얼마 전 알았다. 참전용사분들이 국가보조금으로 받는 금액은 월 9만 원이었단 걸. 이념이 개인에게 바라는 희생은 크다. 현재 발전한 대한민국은 그분들의 희생 아래 섰음에도 대한민국은 그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다만 이기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현재 살아가는 세상이, 누군가가 대가 없이 총성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걸 기억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