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y Mar 28. 2018

<내일로> 군산, 세 번째

이성당 근처 우미네라는 곳에 오다. 들어서자마자 아주머니가 손님들에게 이 가격으로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설득 중이다. 옆 테이블의 반찬 개수만 봐도 열 개가 넘어갔는데, 역시 전라도 백반이구나 싶었다. 



내 상엔 반찬 열 세 개에 국 하나가 올라왔다. 전라도에 살고 싶은 이유 하나가 있다면, 백반 때문일 것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내부는 굉장히 보존 잘 되어있다. 


박물관 쪽으로 다시 걷다. 관광지로 개발된 지 고작 4년 정도밖에 안 돼서 그런지 시설 자체가 빈약하다. 화장실조차 찾을 수 없다. 슈퍼 아줌마에게 화장실이 있냐고 여쭙자 그런 거 없단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신다. 전국을 여행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려? 가봤던 곳 중에 최고는 어디여?”

“음... 경주 야경이 최고였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해 드리니 자기 집 화장실을 흔쾌히 빌려주셨다.



구 군산세관. 일본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품목에 세금 업무를 보던 곳. 들어가면 샤넬, 구찌, 나이키, 캘러웨이 등의 가짜상품 전시실(...)이 있는데,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는 법을 설명해놓았다.

다음은 장미갤러리.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을 개조해 갤러리로 사용 중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하반영 화백 전시실이 있다. 89세에 일본 이과전 최우수상을 수상하시는 등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시다 올해 2월 98세로 타계하셨다.  

생전의 하반영 화백

100점 정도의 작품을 25점씩 돌아가며 상설 전시한다. 유화를 마치 서예 하듯 힘 있게 밀어 치는 작품도 있지만 도자기의 은은함을 섬세히 표현하기도 하셨다. 


도자기 그림에는 항상 개미가 등장하는데, 도자기는 미끄러워 결코 개미가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없다. 그럼에도 개미가 끝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 하반영 화백은 우리 민족의 끈기를 연상하셨다고 한다. 이분은 돈에 크게 욕심이 없으셔서 약주 한잔하고 그림을 주시기도 하셨으니 그만큼 그림에 희소성은 없다. 천재 화가보단 동네 할아버지의 이미지에 가까웠다고.


아픈 역사들.



구 조선은행 건물은 근대건축관으로 쓰이고 있다. 근대 건축물들을 모형으로 만들어놓았다. 참고로, 한국에서 일본식 건축물이 가장 많은 곳이 군산이다.


해양공원. 여기는 해경선, 해군함 등의 내부를 감상할 수 있다. 함선 귀봉함 내부는 박물관으로 꾸며놓았다.

해경선에 오르니 가족끼리 온 사람들이 연극을 시작한다. 

엄마가 말한다. 

“이수현 선장님! 출항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아빠가 말한다. 

“선장님! 좌현 이상 무입니다!” 

딸이 말한다. 

“이상 무! 출항하라!”


매거진의 이전글 <내일로> 군산, 두 번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