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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춘열 Mar 21. 2019

"여보, 나 무좀 아니래!"

'병은 자랑하고 돈은 감춰라'는 말을 절감하다, 오마이뉴스

"여보, 나... 무좀인가 봐..."


좀처럼 낫지 않는 무좀 때문에 아내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감춰 놓은 비상금을 걸린 것도 아니고, 친구들과의 술자리 카드 값이 많이 나온 것도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당당하게 말할 수가 다.


군 생활과 함께 더운 여름마다 조금씩 귀찮게 했던 무좀. 하지만 1주 정도 약을 바르면 괜찮아져 큰 불편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작년 여름부터 한 번씩 바르던 무좀약을 발라도 효과가 없어 약을 두 번이나 바꾸어 한 달 정도씩 꾸준히 발랐지만 나아지기는커녕 나빠지기만 할 뿐이었다.


어떤 날 밤은 가려움이 극에 달해 잠을 자면서 긁고 상처가 생겨 아침에 피까지 본 적도 있다. 가렵고, 긁고, 아프고의 반복.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피부과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요즘 피부과들은 미용과 관련된 일만 하는 곳인지 무좀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찾기가 어려웠다. 아내가 어렵게 찾았다며 무좀 치료를 잘한다는 큰 종합병원의 의사를 알려줬지만 그분도 예약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일이 좀 한가했던 오후. 무작정 피부과를 찾아 나섰다. 몇 군데 피부과 간판을 보았지만 모두 미용샵 분위기라 선뜻 들어설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진짜 병원처럼 보이는 피부과를 찾았다. 반가운 마음에 허겁지겁 뛰어 올라갔지만 피부과 밑에는 비뇨기과라는 단어도 쓰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머릿속은 또 한 번 복잡해졌다. 도대체 피부과와 비뇨기과는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피부비뇨기과 예전 의료법에는 과가 적어 피부비뇨기과로 합쳐있었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현재는 피부과와 비뇨기과가 분리되어 있지만 예전 의료법에는 과가 적어 피부비뇨기과로 합쳐 있었다고 한다. 여하튼 피부과 전문의냐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무좀 치료 앞에 더 이상의 고민은 필요 없었다.


심호흡을 크게 쉬고 병원 문을 활짝 열었다. 일부러 무좀 때문에 왔다고 큰 소리로 접수하고 잠시 기다렸다. 여러 비뇨기과 시술 정보와 무좀 치료 관련 정보를 보며 잘 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진료실에 들어가 양말을 벗고 환부를 보이니, 의사 선생께서 하시는 말씀.


"누가 무좀이래요?"
"습진에 무좀약을 바르니 나을 리가 있어요?"


이런, 무좀이 아니란다. 습진이란다. 이렇게 기쁠 수가? 주사 한방 맞고, 먹는 약, 바르는 약을 처방받아 돌아오는 길,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나 무좀 아니래!!!


▲ 처방받은 습진 연고와 알약.


약을 먹고 바른 지 일주일쯤 되었는데 거의 다 나았다. 남은 약만 바르면 깨끗하게 완치할 것처럼 보인다. 큰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병은 자랑하고 돈은 감추라'고 했던가? 감출 돈은 없지만 아픈 것은 알려야 한다. 특히 의사 선생께 꼭 알리자!




*무좀과 습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건강칼럼)

무좀과 습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좀이 피부사상균(무좀균, 곰팡이)이라는 원인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피부질환이고, 습진은 감염성 피부질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습진은 피부과학 영역에서 조직학적으로 극세포증을 동반한 해면화와 표재성 혈관주변에 임파구가 침윤된 염증성 피부반응으로 소양증과 홍반, 인설, 군집성 수포 등의 임상증상을 나타낼 수 있으며, 현재 통상적으로 피부염과 습진을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무좀은 진균(피부사상균, 곰팡이)이 피부의 각질층, 체모 및 손톱, 발톱과 같은 케라틴(머리털, 손톱, 피부 등 상피구조의 기본을 형성하는 단백질)에 기생하고 번식함으로써 나타나는 감염성 피부질환입니다. 그러나 무좀도 피부염이고 염증을 동반한 피부질환이기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인이 병변만 보고 무좀과 습진을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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