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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빗구미 May 14. 2024

700개의 글 그리고 아쉬운 감정들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특히나 영화라는 분야로 특정해서 글을 계속 써나가는 건 의미 있는 일일까.


브런치에 첫 번째 글을 쓴 2018년 2월, 특별한 준비 없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들어오게 되었다. 마치 의도하지 않았던 사랑이 시작되는 것처럼 갑자기 시작되었다. 영화라는 매체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이다. 누군가가 해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나만의 생각이 생긴다. 그 영화가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또 해석한다. 책은 글을 읽으며 그 장면과 인물을 상상하지만, 영화는 각 장면들을 영상과 음향, 음악으로 채워 넣어준다. 누군가가 상상해서 만들어낸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어쩌면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영화라는 가상현실 속에 잠시 들어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좋은 VR기기가 나오면 고글을 쓰고 누군가가 구현한 이야기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 집중해서. 영화는 내게 이야기 꾼이었다. 소극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내게 여러 가지 다른 상황들을 보여줬고, 때론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려줬다.


어렸을 때는 주로 액션영화와 공포영화를 봤지만,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갔다. SF와 스릴러, 로맨스까지 다양한 영화들을 봤고, 이젠 인디 영화들에도 관심이 생겼다. 수많은 영화들을 보면서 영화가 주는 삶의 이야기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내가 본 영화에 대한 것들을 글로 적어내기 시작했다. 아무런 규칙 없이 글을 썼지만 이제는 나만의 형식이 생겼다. 영화를 보고 전달받은 감정들을 정리해 내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재해석해서 전달하는 것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처음 들어와 다음 포탈 메인에도 소개되고, 다양한 시사회를 갈 수 있는 기회도 만들었다. 구독자가 엄청나게 증가하진 않았지만 조금씩 늘어나면서 재미를 느꼈다. 그러면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나 오마이뉴스에 리뷰를 기고하는 도전도 해봤다. 유튜브 채널도 만들었지만 역시나 잠시 중지하면서 갈길을 고민 중이다. 종종 지치고 힘들고 실망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도달하는 곳은 나를 괴롭히는 방이다. 내 글은 형편없다거나, 내가 게을러서라거나 이제 그만 쓰라는 말이 오가는 방이다.


욕심이 생겨서 만들어진 방이다. 처음 올리던 영화 리뷰들은 아주 편하게 쓰인 글이다. 형식에 휘둘리지 않고 그냥 막쓴 글들. 하지만 이젠 좀 잘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떤 식으로 정리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떤 포인트로 쓸까. 고민하고 정리하고 글을 쓴다. 쓸 시간은 제한적이다. 일을 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한다. 시간의 틈을 찾아 비집고 들어가 써나간다. 그런 시간의 틈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어떤 장소를 발견하기도 한다. 자주 가는 카페가 바로 그런 곳. 내 욕심이 발견한 곳이다.


나를 괴롭히는 방에서 나오는 방법은 결국 내가 발견한 장소에서 글을 쓰는 것이다. 그게 지금까지 발견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잘 쉬고 또 쓰기 시작하면 원래의 루틴대로 써나갈 수 있다. 그렇게 계속 나만의 글을 써나간다. 완성도도 신경 쓰이고 반응도 신경 쓰인다. 하지만 계속 쓴다. 여기도 저기도. 이것도 저것도.


그렇게 나를 괴롭히는 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건, 지친 체력도 있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반응이다. 구독자의 반응, 더 나아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것. 나의 글을 홍보하고 알리는 것도 나의 몫이다. 이제 더 이상 나의 글이 다음 메인에 뜨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제 더 이상 내 글이 브런치라는 시스템에서 관심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척 실망스러웠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구독자가 늘지 않고, 읽는 사람도 줄었다.


영화 관련된 글이 전반적으로 반응이 낮은 편이고, 조회수도 낮다. 그런 가운데서도 내 글의 반응은 낮은 편인 것 같다. 그래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이 있어 계속 써나가는 것 같다. 결국에는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계속 써나가야 하는 방법밖에는 딱히 해결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카카오 고객센터에 문의도 해봤지만 계정에 뚜렷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브런치 스토리에 700개의 글을 썼다. 짧은 글도 있고 긴 글도 있다. 조회수가 엄청 높은 글도 있고, 낮은 글도 있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결국에 나는 계속 써갈 거라는 것이다.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만두를 먹으며 쉐도우 복싱을 하는 것처럼. 나만의 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계속 글을 써나가는 것. 그게 어떤 방향으로 튈지는 모르는 거니까.


언젠가는 좀 더 다양한 매체에 영화 관련 글을 보내고 싶다. 40대 중반이 된 나의.. 어쩌면 마지막 목표일지도 모른다. 활동영역을 좀 더 넓히고 새로운 것도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 글로 할 수 있는, 아니 영화와 관련된 많은 것들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계속 써야 한다. 조금 실망스럽더라도. 조금 모자라보여도. 계속 써야 한다. 그게 언젠가 꿈꾸던 나의 모습을 만들어가겠지.



700개의 글을 봐주신 구독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계속 제가 글로 담은 영화에 담긴 감정들에 관심 있게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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