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7
배롱나무가 갖고 싶어. 텃밭에 채소는 조금만 심고
정원으로 가꾸려고.
그래? 아는 사람 중에 안중에서 꽃집하는 사람이 있어. 물어볼게.
아빠랑 가지러 갈 테니까 가격이랑 언제 가지러 갈 수
있는지만 알려줘.
나무값을 입금하고 문자를 보냈다.
내 선물이야. 잘 가꿔 놓으면 나도 가서 볼 거니까.
아무 때나 찾으러 가요.
고맙다며 웃는 이모티콘을 붙여 보내더니
다음날 나무값을 입금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왜 선물이라고 했잖아.
아니 그게 염치가 없어서.
거기서 왜 염치가 나와 슬프게.
자식은 자라는 동안 부모에게서 받는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 자식이 어른이 되어 부모의 물질적
필요를 채워주기 시작하면 부모는 염치가 없어진다.
대부분 부모의 최종목표는 자식에게 신세 지지 않고
살다 죽는 것이다. 전기 맞듯 마음이 저렸다.
엄마가 전부터 키우던 삼색병꽃나무 목단 남천나무
라일락 분홍달맞이 패랭이 붓꽃 거기에 몇 가지 더한
화초와 원래 주인이었던 부추 상추 아욱 쑥갓 옆으로
들꽃 몇 가지가 이사를 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갖고
싶어 하던 배롱나무가 심겼다.
아침에 나와 정원을 쓰윽 훑어보면 심난했던 기분이 좀 나아진다고 했다. 며칠 전 이른 아침 활짝 핀 목단과
붓꽃사진을 보내며 나의 정원이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역시나 웃는 이모티콘도 같이.
햇살 좋은 5월 엄마의 소박한 정원은 환하고 푸르고
빚이 난다. 하늘에서 녹색물감을 햇빛에 섞어 쏟아 내리듯.
자기만의 세상을 창조하는 엄마는 그 시공간에서 자유롭고 생기충만하다.
거기에 바람이 산다
나비도 날고 꼬리가 푸른 까치도 산다. 뽀드득 소리
날것처럼 풀과 나무를 씻어주는 비가 내리고 햇살도
내린다. 하늘과 땅은 엄마의 좋은 협력자다.
영상으로 찍어온 정원을 딸에게 보여줬더니 무덤덤한
어조로 영상은 왜 찍었냐고 물었다. 그냥 우리 엄마
정원이 좋아서. 그렇게 말하는데 좋다기보다 아프다고
느꼈다. 엄마의 정원은 꽉 차게 예쁘고 가는 이슬비
내리듯 슬프다.
집뒤에 있는 수전에 연결해 이용하라고 아주 긴 호스를 사줘야겠다. 알록달록한 모종삽을 앞뒤로 보며 할머니가 좋아하시겠다고 말하던 둘째에게 하나 사드리라고 말해야겠다.
꽃들의 안부도 전해야지. 그게 엄마의 안부를 묻는 거니까.
그렇게 엄마의 품격을 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