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하지 못한 자의 '말'

조희연 교육감의 '말'을 보고

by 유니

조희연 교육감의 단 한 문장이 십여년을 몸 담아 온 교직에 대한 회의로 다가온 오늘이다. 나의 브런치 첫 글이 이런 주제가 될지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들은 '말'을 쉽게 한다. 하기야 말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은 참 쉽게도 사람을 베이게 한다. 삶의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두고 혹여나 터져버릴까 전전긍긍하며 꿰어 매고 꿰어 맨 삶의 봇다리를 단 한 순간에 터뜨리는게 '말'이다. 하지만 흔히 말실수를 가지고 그 사람을 탓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언제나 말 실수는 해왔고 또 앞으로도 수없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 교육의 수장이 내뱉은 이번 '말'은 단순히 실수라고 생각되지 않기에 느껴지는 배신감과 분노는 나를 이시간에도 잠못이루게 한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경험으로 성장한다. 내가 먹어도 될 것, 내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심지어 내가 앞으로 해야할 일까지 이 모든 것이 때론 성공적이었던, 때론 실패로 치였던 작은 경험들의 누적이 현재의 나를 설명해주고 또 미래의 나를 인도한다. 경험은 사람이 가지는 혜안을 넓혀 주며 나를 알고 상대를 이해해주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끔 대단한 착각을 하게 된다. 단순히 보여지는 모습에서, 혹은 균형을 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마치 내가 모두 경험한 듯 다 알고 있다는 착각. 이 착각은 다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큰 걸림돌이 된다.

사람들은 교사라는 직업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이 경험했던 선생님, 그리고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며 교사라는 직업과 사람들에 관해 그들을 알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교사가 학창시절 아무 이유도 없이 나를 체벌했던 나쁜 사람으로서, 어떤 사람은 자신을 일깨워 주었던 스승으로서 그들을 나름의 기억과 경험으로 판단하고 생각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가진 교사와 학교에 관한 나의 경험이니. 어쩔 수 없다. 이미 겪은 나의 경험과 들은 이야기들이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너무다도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 교사로서 겪게되는 학교의 현장과 그들의 이야기는 경험의 저 밖에 있다. 내가 살아보고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이기에 그리고 내가 교사가 되어보지 않는 이상 겪어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로 교사의 생활과 삶을 하나하나 풀어가기에는 시간도 많이 부족하며 그럴 이유도 없어진 느낌이다. 지금까지는 학교와 교사들에게 쏟아지는 손가락질에도 그들이 겪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그럴수 있어'라며 스스로 위로한 것과 달리 이번 조희연 교육감의 '말'은 교육이라는 세계에 함께 하고 있는 동료에게 받는 뒤통수였다. 분명히 두 손 잡고 함께 가고 있던 사람이 어느새 손을 놓고 휘갈긴 뒤통수는 초면에 얻어 맞는 몽둥이질 보다 더욱더 아프고 괴롭다. 분명히 교육이라는 짐을 함께 들고 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짐은 짐대로 균형을 잃고 떨어지고 맞은 곳은 참으로 쓰라리다.

코로나로 인해 고통받고 힘든 많은 분들이 계신다. 분명히 알고 있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 힘들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 절대적인 무게가 다르지만 우리 모두 각자의 현장에서 어려움을 함께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교사 역시 코로나로 인해 개학이 연기된 시점에 자신의 역할을 소리내지 않고 묵묵히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더 힘든 이들이 많기에 싫은 소리 하나 내기 쉽지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사실 교육 현장도 난장판이지만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니 보다 가볍게 생각될 수 있으리라는 우려로 괜한 기침 소리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진짜 독감이 걸려 아픈 사람이 수두룩 하지 않는가.

하지만 같은 교육의 짐을 지고 가는, 그리고 수 많은 교직원의 수장으로서 교육감만은 현장의 고민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전쟁같은 학교 현장에 단 하루도 함께 해보지 못한 사람이 격려의 말 한 마디 못할망정 그들을 까내리는 말을 하는 모습은 경험하지 못한 자가 남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위태롭고 무서운 일인가를 잘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었다. 교육감으로 좋은 교훈을 남긴 그의 모습은 참으로 교육감 답기는 하다.

지금도 학교에는 열심히 학생을 위해 노력하고 가르치는 좋은 교사,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행정사, 학생들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시기 위해 아침부터 불 앞에서 땀 흘리시는 조리종사원,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어 하는 특별한 아이도 사랑으로 함께 해주는 특수실무원님, 방과후 학부모의 자식 걱정을 덜어주고 안전하게 학교에서 돌봄을 해주시는 돌봄전담사님 등 교사, 행정사, 교육공무직 할 것 없이 학교와 학생을 위해 생과 업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있다. 그들을 편가르는 것이 아닌 격려하고 함께 교육의 짐을 나눠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교육감의 할 일이 아닐까?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위치의, 가장 알지 못하는 자의 '말' 한마디가 교육가족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서로를 반목시키며 거리를 두게 만든 이번 일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 한마디가 앞으로 학교 현장의 새로운 변종 코로나19가 되어 교육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