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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reici May 16. 2021

ma chambre, 305

나의 첫 번째 프랑스 집

그렇게 민박집에 한 일주일쯤 있다가 나는 또 이사를 했다. 작은 사장님이 혼자 사시던 집이었는데, 여행 온 게 아니라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도미토리에 있는 것이 불편하지 않냐고 먼저 물어봐주셔서 1월 31일까지 나머지 기간은 그 집에서 혼자 지내게 되었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은 기회였다. 집이 없을 뻔했는데, 좋은 집이 두 개나 생겼기 때문이다. 혼자 그 집에서 지냈지만, 시간이 나면 밥은 민박집에서 (장기투숙 중이었던) 언니와 사장님 그리고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먹었고 주말엔 그들과 함께 파리를 여행하기도 했다.


한 3주 정도 이 곳에 있으면서 꽤나 많은 일이 있었다. 영국에 있던 친구가 놀러 오기도 했었고, 2월에 베니스에서 열리는 가면축제를 계획했지만 폰을 날치기당하는 바람에 못 가게 되기도 했고, 폰 덕분에 네 번이나 갔던 경찰서도 이 집 옆에 있던 경찰서였고,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트램으로 갈아타서 학교를 갔었고, 불어를 못하는데 하루에 4시간씩 들어야 했던 수업이 너무도 부담스러워서 땡땡이쳤던 날도 모두 이 집이 있어서 위로가 많이 되었다. 모두가 즐거운 민박집 도미토리에 있었으면 아마 그렇게 빨리 회복하지 못했을 것 같다. 


문을 열고 엘레베이터를 타야 하는 신기한 아파트였고, 방에 있던 침대가 들어갈 수 있었을까 싶은 사이즈의 엘레베이터와 그렇게 작디작은 엘레베이터에 아침마다 같이 타던 이웃들과 수줍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던, 옆방에 까만 고양이가 사는 나의 첫 보금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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