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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Sep 27. 2020

시작이 결과가 되기까지

중고폰 거리 하다 느낀 작은 성찰   

폰 없이는 못 산다. 그런데 전화기가 100만 원이라니? 너무 비싸다.

그래서 나는 줄곳 공짜폰을 사용했다.(과연 공짜일까?)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너무 느려지고 또한 용량이 너무 적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용량이 꽉 차서 영상이든 앱이든 지워야 했다. 그래서 큰 맘먹고 중고폰을 구매하기로 했다. 새 폰 니다.

당근 마켓을 이용해서 17만 원짜리 노트 8을 주문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판매자와 만났다. 차를 세워두고 한적한 거리에서 폰이 잘 되는지 확인하려 SD카드를 삽입하려 했다. 유심은 잘 바꿨는데 SD카드를 빼다가 그만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내 발에 한 번 부딪치더니 철망이 있는 하수구에 빠졌다. 3년 안의 나의 사진과 동영상이 하수구에 빠졌다.  


 근처에서 장비를 빌려와서 하수구 철망을 열었다. 전등을 비추고 32기가의 추억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죄 없는 판매자는 괜스레 미안했는지 가지도 못하고 같이 추억을 찾는 것을 도와주었다. 나도 미안해서 것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그냥 간다고 하고 판매자를 보냈다. 판매자는 뒤돌아서 갔다. 판매자가 안 보일 때쯤 다시 하수구에 머리를 넣고 30분 동안 더 추억을 찾았지만, 결국 찾을 수가 없었다.


순간 내가 1인 2역을 같이 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잃어버리고 내가 구하는 상황이다. 원래는 환자와 구급대원 또는 화마 속의 어린아이, 그리고 구하는 진압대원이 멋진 그림인데 내가 혼자 그 역할을 다하다니, 참 가관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결국 구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에 출판한 '오늘도 구하겠습니다!'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볼 계기도 되었다.  '오늘도 구하겠습니다' 시작에 불과했다. 5년 차 소방관인 나는 의욕만 앞서는 것이다. 그 의욕부터 시작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 6년 차로 가는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구했습니다" 즉 결과가 나와야 된다는 것이다.

 그 간극이 아직도 많이 존재함을 느꼈다. 그 간극을 채우는 출발점은 일단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출발한다. 많은 실수를 겪는다. 거기까지는 누구나 하는 것이다.  그 실수를 기록해 보자. 다이어리에, 블로그에 기록해 보자. 몸에 익힌다면  습관이 된다. 그 습관이 모이면 '오늘도 구했습니다! 가 되는 것이다. 근처에서 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출발에 머무르 사람, 기록에 머무르는 사람, 습관이 된 사람, 결과를 내는 사람. 다 있다. 소방관만 그럴까? 아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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