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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Jul 12. 2024

무보수 직원 포기란 없다!  

"아들. 만약에 이번 영상으로 나머지 인원을 채우잖아?
그럼 엄마가 10만 원 치 뽑기 쏠게" 


"진짜?" 


아침부터 눈을 세상 반짝거리며 전교생을 구독자로  다 끌어드릴 눈빛을 보여주며 그는 등교했다.  

일본 가서 뽑기를 10만 원어치 하겠다고?  그렇다.  진짜 푼돈이라도 회사에서 인정하고 작고 귀여운 월급이라도 주기시작한다면 나는 못할 것이 없다. 다음 상품을 위해 그 정도 투자는 수 있다. 이제 정말 고지가 보인다.  15명. 드디어 15명이면 드디어 구글에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본격적으로 상품화한 건 무려 5년 전.  호기롭게 나도 유튜브로 돈 좀 벌어보자 싶어 영상 업로드를 시작했다.  하나하나 대단한 상품들은 아니었지만 정말 열심히 꾸준하게 포기하지 않고 상품을 생산했다.   그렇게 수년간 200개가 넘는 상품을 올렸지만 어느 날 구글 회사의 사랑을 받고 스펙 좋고 능력 있는 신입사원들에게 늘 밀렸다. 소위말하는 떡상이라는 걸 한 신입사원에게 늘 패배했다. 그들은 몇 개가 안 되는 상품으로 수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기도 하고 감히 내가 꿈꾸는 월급을 받기도 한다.    몇 번이나 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었다.  무보수로 봉사하는 회사라니.   거 돈도 안 되는 거 뭐 하고 있느냐고 누구는 분명 비웃었다.  그것도 5년이나.  그래 상식적으로 5년이나 했는데 아직도 무보수면 누가 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이 대단한 회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아줌마 사원은 매주는 아니지만 열심히 상품을 판매했고 또 판매했다.   내 상품을 자주 보러 오겠다 해주는 고정 고객들이 정말 개미오줌만큼 늘었고 또 어느 날 변심한 손님은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다.  구독 취소.   마흔 넘은 아줌마가 만들어낸 영상은 비록 촌스럽고 감성 없고 기갈나는 요리솜씨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힐링되는 예쁜 집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제주 살면서 대단한 맛집을 보여줄 능력도 안되고 고민은 하지만 일명 대박 터지는 상품을 쇼윈도에 올리지 못하는 것이 가장 문제다. 대단한 스킬이 있어 막 눈이 휘둥그레지는 영상미를 뽐낼 재주도 없고 뭐 하나 특출 난 게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근성만큼은 자신 있기에 포기하지는 않겠다.   비록 시그니처 상품은 없다 할지언정 이것도 팔고 저것도 아주 조금씩은 팔리고 있으니까 구글 회사에서 더 이상 상품을 팔지 마세요 소리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버티고 버텼다. 그리고 벌써 5년이 지났다.  아직은 언제 통장에 작고 귀여운 월급이 들어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첫 월급 받으면 뭐 할지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원래 첫 월급이란 스쳐가는 법이니까.  



오늘도 구글에서 무보수로 일하는 아줌마 직원은 꿈꾼다.  내일 아침 눈뜨면 천명이 되어있게 해 주세요.   기존 고객들이 부디 말없이 떠나지 않게 해 주세요.   구취버튼이 안 보이게 사라졌으면 싶은 무보수 유튜버는 오늘도 또 다음 상품 판매를 기획한다.  이제는 정말 구글회사에서 월급을 주길 바란다.  제발.  그리고 또 하나!  구글에서 월급 받으면 나 다음은 이곳 브런치 회사 메인 올려줄 때까지 계속 쓸 거다.  두고 봐라. 대한민국 아줌마의 독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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