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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Jul 27. 2024

사장님 예약하려고요~

시간은 참 빠르게 흘렀다. 3년간 꾸려가던 제주 민박업을 한 달 만에 정리를 완료했다. 수많은 짐들은 당근에서 헐값에 판매되었고 아직 못다 판 것들은 우리 집에 함께 동고동락 중이다.

순식간에 폐업신고를 마쳤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펜션 운영자가 아니다.  아쉽고 묘한 시원섭섭함이 몇 달째 계속되고 뺏긴듯한 기분과 서운함이 계속 남아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 빠르게 처리하지 못한 서류들이었는지 주기적으로 민박업 교육을 받으라고 카톡이 온다. 미안하지만 이제 스팸이다.  

또 연락이 온다. 이번에는 농어촌 민박업소 위생 및 안전실태를 실시한다는 연락. 심지어 시간 약속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몇 월 며칠 방문할 것이다라는 통보. 황당하다. 이미 지난달에 폐업을 했다고 문자 회신을 했다.

모르는 번호지만 딱 봐도 방금 문자 보낸 그 사람 같다.  폐업을 했지만 와서 사인을 해줄 수 있냐고 한다. 본인들 서류에는 남아있기에 사인을 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 두루두루 얼탱이 없다. 나는 폐업을 했고 더 이상 관련사항이 아닌데 본인 서류의 편의를 위해 와서 사인을 하라니. 장난하나.



더 이상 주둥이가 하트인 제비도 만날 수 없겠구나 떨어진 제비새끼 집 찾아주는 일은 없다 생각하니 그것조차 괜히 보고 싶어 진다. 똥 싼다고 구박 말고 조금 더 잘해줄걸 싶다.  서운함이 묘하게 남아있는 와중 울리는 카톡. 예전 다녀간 손님의 연락이다.



사장님 예약하려고요~~
좋아서 다시 가려고요



3년의 시간 그저 허트로 보낸 건 아니구나 싶다.

남편과 함께 정글과 같던 마당을 치우고 돌덩이를 옮기며  곡괭이질을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일하고 너무 팔이 아파서  잠이 안 오는 경험도 했다. 비록 내 소유의 집은 아니지만 관리에 힘썼다. 머리카락 하나 없는 깨끗한 숙소를 만들기 위해 남편과 나는 3년간 쉼 없이 펜션을 닦고 쓸었다.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아직도 예약문의 연락이 온다. 다녀갔던 손님도 처음 방문하려는 손님도 이제는 없어서 우리 숙소를 내어주지 못해 아쉽다. 손님이 제주의 다른 숙소를 찾아가고 또 그곳에서 추억을 만들겠지만 그래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숙소를.  새롭게 간 곳보다 거기가 더 좋았는데 라며 살짝 아쉬움을 느끼면 좋겠다.  비록  세련미는 없지만 우리 가족 외에도 누군가에게  좋았던  숙소로 조금 더  기억되면 좋겠다는 마음. 폐업을 했지만 다녀간 손님의 추억까지 욕심내는 나를 보니 아직 이별할 준비가 안되었나 보다.   제주에 수많은 문제로 국내관광객이 줄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고소하다 생각도 했으면서  장사 안되면 계륵 같은 숙소라고 욕할 거면서 미련못 버리는 나를 보니 딱!!! 하루에 골백번 변하는 모습이 딱.


제주스럽다



어쩜 제주를 닮아가는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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